그림에 관심이 많고 아나운서 준비를 했던 동료가 도슨트가 되고 싶다는 꿈을 밝혔습니다. 그 말은 듣는 순간 정말 멋지다, 부럽다, 정말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더군요. 도슨트(docent)는 '가르치다'라는 뜻의 라틴어 'docere'에서 유래한 용어로, 소정의 지식을 갖춘 안내인을 말합니다. 일정한 교육을 받고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일반 관람객에게 전시물과 작가에 대한 설명을 제공합니다. 예전에는 전공자나 전문가만이 할 수 있었다면 요즘은 특정 과정을 이수한 비전공자도 도전하는 것 같아요. 인기 도슨트는 책도 내고 팬층도 두텁죠. 아마 동료는 유명해지고 나중에 책도 내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리 팬으로 찜합니다.
그림은 1도 모르면서 종종 미술관도 가고 프리즈 서울에 다닙니다. 이번 추석 명절에도 미술관에 갈 예정인데요. 미술관에 가서 시간이 맞아 도슨트의 설명을 듣는 가이드 투어에 참여하면 좋지만,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림 담은 책으로 간접 경험합니다. 지금까지 그림 담은 책을 13권 읽었고, 12권이나 샀습니다. 일반인치고는 약간 과하죠?
요즘 서점에 가면 그림과 관련한 책이 많고 별도 평대까지 있어서, '저처럼 그림을 잘 모르는데,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지, 어떤 책부터 시작하면 좋을지 망설이는 분도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분에게 제 경험을 정리하여 제공하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책을 다 끄집어 내어 뒤적거렸습니다. 동료는 그림 도슨트를 하고 전 내 맘대로 책 도슨트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자 그럼 책 도슨트를 따라 아래로 오시겠어요?
┃그림 입문자라면?┃
양장본에 크기도 큰 벽돌책 《하루 한 장, 인생 그림》은 32,000원이라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소장각입니다. 아트메신저의 소소한 글과 작품 설명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 읽게 됩니다.
한줄평: 작품을 감상하며 아트메신저의 생각과 인생 이야기를 나누는 책, 그림이 크고 작품이 많아서 글과 그림의 감상으로 행복한 시간 추천*****
프레더릭 레이턴의 '타오르는 6월' 표지가 너무나 강렬해서 《그림의 힘》과 《그림의 힘 2》를 함께 사서 읽었습니다. 글보다 그림에 집중해서 책을 보고 싶은 분들에게 권합니다. 참고문헌과 도판 색인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다시 찾아보기도 좋습니다.
《그림의 힘》 한줄평: 그림이 주는 위로와 힘, 온전한 힐링의 시간 추천*****
《그림의 힘 2》 한줄평: 그림으로 힐링하는 시간. 쉽고 편하게 그림을 느끼는 그림의 힘 추천*****
가볍고 편하게 시작하는 유쾌한 교양 미술이라는 부제에 어울리는 《방구석 미술관》으로 그림을 담은 책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2018년에 출간된 이 책은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가 되어 2020년에는 한국 현대미술을 다룬 《방구석 미술관 2》도 나왔습니다. 그림을 어떻게 봐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데 이 책으로 편하게 따라오시면 됩니다.
《방구석 미술관》 한줄평: 미술가의 삶을 너무나도 쉽게 설명한 책. 우리가 다 이름으로 아는 화가의 삶과 감상법을 제시하는 책 추천*****
┃입문을 지나 조금 다르게 보고 싶다면?┃
그림을 담은 책이 그림 소개에 머무른다면 그림 에세이로 승화한 책이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과 《그림의 말들》입니다. 저자 태지원 작가님은 브런치북 수장자로 북토크에서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브런치와 인스타로 소통하는데, 얼마나 정성스럽게 댓글과 답글을 달아주는지 정성과 진정성에 감탄을 넘어 이미 친구 같은 느낌입니다. 글에 집중한 책이라 그림이 작고 목차에 작가 이름이 따로 없어서 조금 아쉽습니다.
《그림의 말들》 한줄평: 독자의 마음을 위로하고 달래주는 친절한 그림 소개추천****
《그림의 말들》을 읽고 바로 읽은 책이 《내가 사랑한 화가들》입니다. 정우철 도슨트 팬이 상당히 많더군요. 두 책에서 같은 그림을 소개한 게 몇 가지 있는데 작가와 도슨트의 입장에서 소개하니 흥미로웠습니다. 화가에게 집중해서 그림을 소개하니 이해하기가 쉬웠어요.
한줄평: 화가의 생애 이야기로 그림을 깊게 볼 수 있는 책. 곰브리치 서양 미술사도 다시 도전! 추천*****
53,000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해서 곰브리치 《서양 미술사》를 샀습니다. 인생에서 꼭 한 번은 읽어봐야 하는 책이라고 김용택 시인도 추천했죠. 하루에 조금씩 읽기 시작해서 4/5정도 읽다 멈춘 상태입니다. 스토리보다는 미술의 역사, 세계사에 가까운 책이라 읽기가 어렵습니다. 종이가 반질거려 그림이 조명에 반사되어 보기가 불편합니다. 아카데믹하게 공부하는 분에게는 좋은 교재겠지요. 추천****
미술관에 다니는 재미에 빠지면 세계 유명한 미술관에 다 가보고 싶죠. 하지만 그럴 순 없으니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 프랑스 편》로 대리만족했습니다. 오디오북으로 들었는데도 미술관이 상상이 되더라고요. 책으로 사진과 함께 본다면 더 실감 날 것 같아요. 언젠가는 프랑스에 가서 이들 박물관을 두 눈으로 보고 싶네요.
한줄평: 루브르, 오르세, 오랑주리, 로댕 미술관을 우리말로 도슨트 설명을 들었다. 프랑스에 가면 꼭 가보고 싶은 미술관! 추천*****
┃한 작가의 작품에 풍덩 빠져볼까요?┃
2018년에 읽은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가 그림을 담은 제 첫 책입니다. 나중에 자리를 내어주긴 했지만 2019년까지 제 인생 책 중의 하나였습니다. 76세에 그림을 시작해서 80세에 개인전을 열고 100세에 세계적인 화가가 된 할머니의 글과 그림은 미국의 역사 그 자체이자 우리에게 위로와 희망,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킵니다.
한줄평: 따뜻한 그림이 나에게 말을 걸어준다 추천*****
데이비드 호크니 & 영국팝아트 전을 앞두고 서점에 갔다가 책이 너무 예뻐서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를 장만했습니다. 종이 질도 좋고 양장본이라 이 책도 소장각입니다. 호크니 작품뿐 아니라 호크니에게 영감을 준 다른 작가의 작품도 있어서 두고두고 살펴볼 책입니다.
한줄평: 노르망디에서 전해오는 색채, 투명성, 물의 화가 호크니 이야기, 두툼한 종이의 질감과 호크니 그림의 색감에 푹 빠지는 책. 호크니와 나의 공통점이 많다. 자연, 책, 산책, 아이패드 드로잉을 즐겨한다는 점 추천*****
《호퍼 A-Z》는 2% 부족한 번역(느닷없이 문장 앞에 나타나는 '그러나',맥락이 없는 직역, 매끄럽지 않은 문장)과 20% 부족한 독자를 배려하지 않는 편집(목차는 영어 알파벳순으로 제시하고 이동을 위한 각주는 한글로 표시) 때문에 짜증이나지만,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으로 모든 게 용서가 됩니다. 에드워드 호퍼를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책입니다.
한줄평: 호퍼의 그림으로 2편의 글을 써서 더 친근한 작가 (293호 열차 C칸(Compartment C, Car 293),케이프 코드의 아침) 국내 첫 전시회길 위에서 관람을 앞두고 읽은 책. 추천****
한문장: "말로 할 수 있다면 그림을 그릴 이유가 없을 것",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은 한쪽 벽에 드리운 햇빛을 그리는 것이었다."
우연히 알게 된 노석미 작가의 《매우 초록》은 양평으로 홀로 내려가 정착하고 식물, 동물, 사람과 연결되는 그림과 글을 담았습니다. 처음엔 낯설게 느껴지는 그림이 스토리와 함께 잘 버무러져 위안과 삶의 지혜를 전해줍니다.
한줄평: 매우 초록, 매우 유쾌하다가 인생의 공감이 일어나는 책. 그림으로도 힐링 추천****
제가 왜 그림에 빠져 미술관에 다니고 이렇게 그림 담은 책을 읽는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모르게 그 매력에 빠져버렸어요. 정말 좋아하는 거라면, 뭐든 시작이 어렵지 한 번 시작하면 뇌가 알아서 작동하더라고요. 한편으로는 예술에 대한 로망이 아닐까 싶어요. 쓸모없는 줄 알지만, 가치 있고 존엄한 거니까요. 여러분에게 가치 있고 존엄한 것은 무엇인가요? 오늘부터 작은 것이라도 시작해 보세요. 어느새 그 매력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여러분을 발견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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