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삶] 쓸모냐, 존엄이냐?

쓸모와 기능 중심이 아니라 관계와 존엄 중심의 사회

2023.09.16 | 조회 4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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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삶의 주간 성찰

일하고 배우고 느낀 성찰을 나눕니다

작년에 <돌봄을 ‘우리’의 의제로 만든다는 것>이라는 특강을 들었습니다. 돌봄과 관련하여 현재의 모습은 어떤지,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돌봄을 상상하고 전환해 나갈 것인지 의견을 듣고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돌봄을 국한하고, 피할 수 없어 억지로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의제로 받아들이고 함께 나누는 사회를 만들자는 내용이었습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먼저 자신을 돌보고, 상대를 돌보며, 서로 의존하고, 함께 성장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학습으로만 성장을 생각했던 저에게 돌봄의 따스한 기운이 기지개를 켰습니다. 특히 가슴을 파고드는 문장이 있어 강의 후 강사님께 양해를 구하고 해당 슬라이드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쓸모'와 '기능' 중심이 아니라 '관계'와 '존엄' 중심의 사회로 가치를 전환해야 한다는 슬라이드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쓸모와 기능에 너무 집착합니다. 

부모가 나이 먹고 힘 빠지면 자식들이 존중하지 않습니다. 직장 다니며 돈을 멀어올 때는 가장으로 대우하다가 퇴직하거나 더 이상 일하지 못하면 천덕꾸러기 취급합니다. 돌봄이 필요한 상황에도 애써 외면합니다. 가족의 연대는 사라지고 쓸모와 기능으로 판단합니다.

관계나 기본적인 인간 존엄보다 가성비를 따집니다. 우정이 비즈니스가 아닌데 친구와의 관계에 기브앤테이크가 큰 몫을 담당합니다. 기다려 주고, 배려하기보다는 상대를 닦달하고 기능에 우선순위를 둡니다. 학교에서는 성적으로만 학생을 평가하고, 회사에서는 성과로만 직원의 등급을 나눕니다.

타인에게만 해당하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이런 문화의 압박으로 자신에게는 더 날카로운 잣대로 재단합니다. 존재 자체로 충분히 사랑받고 존중받아야 하지만, 스스로 비하하고, 타인과 비교하며, 늘 자기 능력이 부족하다고 자책합니다. 사회 분위기가 경쟁으로 몰아가니 숨 쉴 공간도 없이 가슴이 조여듭니다.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도 아니죠. 쓸모와 기능으로 따진다면 문학과 예술은 큰 의미 없어 보입니다. 시나 소설, 그림을 쓸모와 기능으로만 따진다면 세상이 얼마나 삭막할까요? 문학과 예술은 그 존재만으로 우리에게 위로와 힘을 줍니다. 잘 모르면 어떤가요? 그냥 보고 좋으면 되죠. 

저는 이 쓸모없고 부실한 기능으로 작동하는 것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좀 부족하면 어떤가요? 우리는 모두 너무나 소중한 존재입니다.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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