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삶] 호텔 방이 갤러리로?

그림은 1도 모릅니다만 그림 보러 다닙니다

2023.03.25 | 조회 7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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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삶의 주간 성찰

일하고 배우고 느낀 성찰을 나눕니다

"호텔에서 그림 전시를 한다고요?"
"그럼요."
"세미나실 같은 곳을 대관하나 봐요."
"아니요. 호텔 방에서 해요."
"호텔 방에서요? 너무 좁지 않나요?"
"전체 층을 빌리는 거죠."

캠핑카로 이동하며 그림 전시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놀라웠지만 호텔 방에서 그림 전시를 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롯데 호텔 26층, 27층 객실이 갤러리가 되었더라고요. 사람도 얼마나 많은지 작년에 다녀온 프리즈 아트페어(Frieze Seoul)와 키아프 서울(Kiaf Seoul)를 연상시키더라고요.

그림은 1도 모릅니다만 그림 보러 다닙니다. 그림과의 인연은 해외 출장에서 시작되었어요. 일 때문에 출장 간 도시에서 반나절 정도 시간이 나면 주로 박물관이나 미술관 도슨트 투어를 했어요. 잘모르지만 설명을 들으면 조금 보이고, 2~3시간으로 문화 샤워를 하니 왠지 교양인이 된 듯한 착각에 빠졌습니다. 그렇게 짬짬이 다닌 곳이 시애틀 아트 뮤지엄, 시드니 현대 미술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싱가포르 미술관, 영국 박물관, 시카고 필드 박물관, 말레이시아 국립 박물관 등입니다. 

문득 해외에서는 미술관 다니고 도슨트 투어도 하면서 '국내 미술관은 왜 가지 않는가?'라는 반성했어요. 마음을 고쳐먹고 국내 미술관도 여행하듯 다녔습니다. 국립 현대 미술관, 리움 미술관, 한가람미술관, 김영갑 갤러리뮤지엄 산본태박물관, 수풍석뮤지엄 등 틈나는 대로 다닙니다. 최근 국제갤러리에 친구들과 유영국 작가 그림을 보러 갔을 때, 친구들은 그림을 어떻게 봐야 하냐고 묻더군요. 저도 모르죠. 그냥 느낌과 색감이 마음에 와닿는지 바라볼 뿐입니다. 

달과 6펜스》에서 더크 스트로브는 “예술가가 들려주는 건 하나의 멜로디인데 그것을 우리 가슴속에서 다시 들을 수 있으려면 지식과 감수성과 상상력을 가지고 있어야 해”라고 말합니다. 이들의 멜로디에 귀 기울이려고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예술의 쓸모》, 《방구석 미술관》, 《그림의 말들》, 《내가 사랑한 화가들》, 《미술관에 간 심리학》, 《그림의 힘》,《그림의 힘 2》, 《매우 초록》, 《부의 미술관》과 같은 책도 읽고 미술 강좌도 틈나는 대로 들어요.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세계 미술사》, 《방구석 미술관 2》,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를 사두고 아직 펼치지도 않았지만요. 

지인 덕분에 뱅크아트페어(BANK ART FAIR, BAF)에 다녀왔습니다. (이래서 주변 사람이 중요합니다!) 정말 호텔 방에서 전시하더라고요. 침대 위의 작품들이 누워 우리를 반겹습니다. 김병규 작가의〈바라보다〉는 창밖 풍경과 함께 작품을 완성합니다. 화장실에 미술 작품이 있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바뀔까요? 반미령 작가의 작품은 이번에 처음 봤는데요. 어느 공간에든 존재하는 그림 속 창이 우리에게 희망의 섬으로 건너오라고 손짓합니다.

김병규 작가의〈바라보다〉(위, 가운데), 반미령 작가의 그림 (아래)
김병규 작가의〈바라보다〉(위, 가운데), 반미령 작가의 그림 (아래)

고양이 그림도 많았는데 눈에 확 들어온 그림이 있었어요. 벤허웍스 작가의〈호기심〉이라는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길고양이 출신 반려묘 '치치'라고 합니다. 딸이 키우는 턱시도 고양이 '라떼'랑 너무 닮아서 놀랐답니다. 턱시도 고양이는 모양새가 비슷한가 봐요. 과거 사진 앨범에서 딸이 그린 그림과 비교해 봤어요. 제 눈엔 울 딸의 그림이 훨씬 더 예술작품 같습니다. 아직도 건강한 라떼에게 감사합니다.

벤허웍스 작가의〈호기심〉(좌)와 딸이 2014년에 그린 반려묘 라떼 (우)
벤허웍스 작가의〈호기심〉(좌)와 딸이 2014년에 그린 반려묘 라떼 (우)

그림은 모르지만 이번 전시에서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그림을 꼽자면, 동화 《반짝반짝 달빛 고양이》의 그림작가 노영효 작가의 그림과 곽미영 작가의〈별보러 가자〉입니다. 푸른 밤하늘의 별 때문일까요? 노란 나무와 초록 숲 때문일까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그냥 바라만 봐도 기분이 좋네요.

노영효 작가 작품(좌), 곽미영 작가의〈별보러 가자〉(우)
노영효 작가 작품(좌), 곽미영 작가의〈별보러 가자〉(우)

1시간 30분 동안 2개 층 52개 호텔 방을 둘러보며 사진 찍고 감상했을 뿐인데 얼마나 피곤하던지요. 힐링하러 갔다가 몸살을 얻었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예술가의 멜로디로 치유합니다. 자꾸 보러 다니면 보는 눈이 조금은 생기겠죠? 

데이비드 호크니의 책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를 샀다는 이유로 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뮤지엄에서 진행하는 데이비드 호크니 & 브리티시 팝 아트 전시권을 구매했어요. 한가람미술관에서 앙드레 브라질리에 특별전을 한다기에 마음이 동했다가 참았습니다. 조금씩 천천히 즐기는 게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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