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 너머에 머문 의미를 찾는다는 건 꽤 설레는 일이다.
도시에서 시골로 내려온 후 보낸 꽉 찬 7년의 시간들. 그 시간 동안 만난 나의 초록들은 나를 사색의 길로 초대했다. 길가에 핀 작은 들풀도, 밭에 굴러다니던 돌멩이까지도. 곁의 모든 것들이 내게 문을 열어주었고 그 안으로 들어오라 했다.
사소하게 쌓였던 삶의 날들이 모여 아픔의 모양이 되기도, 기쁨의 모양이 되기도 했다. 그런 삶의 모양들이 초록을 만나니 풀어놓지 못했던 이야기를 속삭일 수 있었다. 어쩌면 초록과 마음의 말을 쉬이 꺼내놓을 수 있는 속 깊은 우정이 생긴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루 이틀, 한 해 두 해. 마음의 말을 건네던 나의 초록들을 사진으로 담는 날들이 계속 이어졌다. 사진으로는 차곡차곡 담았지만 남겨둔 이야기가 없으니 얕은 기억력은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없었다. 하여 단어 하나 또는 문장으로 그 순간을 남기는 게 어느 날부턴가 습관처럼 되었다. 익숙해진 습관은 지칠 때나 잘 살아내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을 때 소박한 기쁨이나 작은 위로가 되어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다 문득 이것들을 조각난 문장이 아닌 글로 담아서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잊고 싶지 않은 마음들을 사진 찍듯 글로 간직할 수 있다면, 울고 있는 마음을 글로 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시작된 글걸음이 이어지고 이어져 8번의 글을 쓸 수 있는 시간까지 가 닿았다.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었던 걸까. 아마도 모든 삶이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되는 삶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다고. 때를 따라 찾아오고 다시 떠나가는 계절의 변화처럼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들 또한 왔다가 또 떠나갈 때가 있을 거라고. 도시에 사는 이들보다 초록을 조금 더 곁에 둔 내가 알아차린 보이는 것 너머에 머문 의미가 그대에게 가 닿아서 조금의 위로가 되기를, 마음이 앉아 쉴 수 있는 의자가 되기를 바란 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의 글을 읽는다는 건 그 글을 쓴 사람의 우주로 기꺼이 들어가겠다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의 우주로 기꺼이 들어와 준 그대에게 감사하다. 소박한 문장 하나를 읽겠노라 마음을 내어준 그 예쁨에 감사하다. 읽어준 그대가 있기에 이 글이 존재하고 있다.
도시여도, 시골이어도 괜찮다. 부디 우리 곁에 있는 작은 것들에게서, 보이는 것 너머에 머문 의미를 찾을 수 있기를. 하여 찾아올 내일을 만날 설렘을 안고 잠들 수 있는 포근한 밤이 되기를 바란다.
[저자 소개]
초록, 하늘, 나무, 들꽃. 자연의 위로가 최고의 피로회복제라 믿는 사람. 퍽퍽한 서울살이에서 유일한 위로였던 한강을 붙들고 살다, 시골로 터전을 옮긴 지 8년 차 시골사람. 느지막이 찾아온 줄줄이 사탕 5살 아들, 4살 남매 쌍둥이, 3살 막내딸과 평온한 시골에서 분투 중인 어설픈 살림의 연연년생 애 넷 엄마. 손글씨와 손그림, 디자인을 소소한 업으로 삼아 살아가는 사람. ‘사랑하고, 사랑받고’라는 인생 주제를 이마에 붙이고, 주어진 오늘을 그저 살아가는 그냥 사람. 소박한 문장 한 줄을 쓸 때 희열을 느끼는, 쓰는 사람.
그대여. 행복은 여기에 있어요.
[쓰고뱉다]
글쓰기 모임 <쓰고뱉다>는 함께 모여 쓰는, 같이의 가치를 추구하는 글쓰기 공동체입니다. 개인의 존재를 가장 잘 표현해 줄 수 있는 닉네임을 정하고, 거기서 나오는 존재의 언어로 소통하는 글쓰기를 하다 보면 누구나 글쓰기를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걸어왔고, 걸어가고 있습니다. 뉴스레터로 발송되는 글은 <쓰고뱉다> 숙성반 분들의 글입니다. 오늘 읽으신 글 한잔이 마음의 온도를 1도 정도 높여주는 데 도움이 되셨다면 아래 ‘댓글 보러 가기’를 통해 본문 링크에 접속하여 ‘커피 보내기’ 기능으로 구독료를 지불해 주신다면 더욱더 좋은 뉴스레터를 만드는 데 활용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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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니신나
우주에 초대해 주셔서, 우주 안에서 많은 위로와 기쁨을 누리게 해주셔서 참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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