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시작한지 3년 정도 되었다. 1-2년차까지는 회사 분위기에 적응하고 업무에 적응하느라 그냥 눈앞에 닥친 일들을 해내며 정신없이 지나 보냈는데, 3년 정도가 지나니 현재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부족한 부분이 뭔지 너무 여실히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것저것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생각을 하면 할수록 그 목록은 늘어만 갔다.
조금씩 목표를 세워 시도도 해봤는데, 문제는 그 다짐들이 며칠을 못 가 금세 무너졌다는 것이다. 목표를 줄여 다시 시도해 봐도 결과는 크게 바뀌지 않았고, 나는 점점 스스로에 대한 신뢰를 잃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 선배와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나는 선배에게 “저는 이런것도 잘하고 싶고 저런것도 해보고 싶은데 왜 나는 맨날 계획만 세우고 지키지를 못할까요?” 라고 물었다. 그리곤 머릿속으로 당연히 ‘아, 그러니까 나도 그래’라던지 ‘목표를 다시 점검해보는 건 어때?’ 등의 공감이나 조언의 말이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뒤에 온 선배의 말에 나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너 되게 치열하게 살고 싶구나? 근데 왜 치열하게 살고 싶은거야?”
처음 받아보는 질문이었다.
“어… 그러게요…?”
나는 질문에 대해 그 자리에서 바로 답하지 못했다. 이후 집에 돌아가서도 질문에 대해 계속 생각해보게 되었다.
무언가 잘하고 싶은것, 그래서 치열해 지고 싶은 마음. 당연히 너무 좋은 마음이고 필요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근데 왜? 왜 그렇게 살고 싶은건데?
저 질문을 받고보니 왜 열심히 살고 싶은지에 대한 명확한 답이 내 안에 없었다는걸 알게 되었다. 내가 여태껏 매번 목표를 세우기만하고 지키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왜 많은 것들을 잘하고 싶고 그래서 치열해지고 싶은가?’ 에 대해 며칠간 곰곰히 생각해보며 찾은 답은 이러했다.
- 그냥 그렇게 살아왔다. 남들도 다 그렇게 사니까. 그냥 뒤쳐지기 싫었다.
- 많은 이들에게 인정과 칭찬을 받고 싶다.
물론 몇 가지 신앙적인 이유들도 생각이 났지만 그것들이 내 삶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고, 내 마음 속에서 더 크게 작용하고 있던건 이 두 가지 마음이었다.
세상이 보기에 좋은 것들은 다 차지하고 싶은 마음.
그래서 누가보아도 잘난 사람이 되고싶은 마음.
내 안에 명예나 인정에 대한 욕구가 이렇게나 크다는걸, 깊은 내면에서부터 당연히 이렇게 살아야지 라는 마음이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하나님을 알고 믿게 되었지만 이전에 가졌던 삶에 대한 가치관과 세계관을 새롭게 하지 않으니, 그 생각들에 그냥 질질 끌려다녔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마음이 너무 강해서 하나님이 아무리 새로운 꿈과 비전을 심어주시려고 해도 길가밭, 돌짝밭처럼 다 퉁겨냈던 것이다.
나는 하나님께 이런 기도도 한 적이 있다.
“하나님, 아무리 좋은 그릇이 있더라도 깨끗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고 하셨죠? 저도 알아요.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마음 자체가 나쁜건 아니지만, 이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욕심을 부리게 되고, 그러다보면 하지 말아야할 일들을 할 수도 있고 그렇게 마음과 영혼을 더럽힐 수 있으니까요. 그치만 그래도 어떡해요? 저는 여전히 기왕 깨끗한 그릇이라면 남들이 다 인정하는 금그릇이 되고 싶은걸요.”
그렇게 기도하던 내게 하나님은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셨다. 수많은 좋은 그릇들이 있지만 자녀가 만들어온 조금은 못난 그릇을 가장 아끼시는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런 마음을 주셨다.
하나님은 어려워하는 나의 마음을 이미 이해하고 계시고, 세상과는 다른 기준으로 나를 보고 계신다. 그리고 내가 어떤 그릇이든 나라는 그릇을 매우 아끼고 사랑하고 계신다. 하나님은 내가 이젠 다른 그릇들을 부러워하지 않길 바라신다.
솔직히 말해서 기도 중에 이 마음이 딱 들었을 때 완전히 와닿지는 않았다. 여전히 내 기준에서 볼때 더 좋은 것을 선택하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그러나, 하나님의 한없는 사랑은 이번에도 날 수렁에서 건져내었다. 굳어진 마음을 녹였고, 주님이 주신 마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우셨다.
그렇게 마음이 변화되고 나니 하나님은 내가 이 일을 시작한 이유, 주님이 주신 꿈을 다시 한번 마음에 심어주셨다.
‘내가 하는 일을 통해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전하는 것, 그리고 궁극적으로 그들에게 진정한 위로자 되신 예수님을 알도록 다리를 놓아주는 것’
이제는 누군가의 인정을 받기 위해, 내가 잘나지기 위해 열심을 다하는 게 아니라 주님이 주신 비전을 위해 열심을 다하고 싶다. 내게 맡겨주신 시간, 재능, 열정 모든 것을 청지기의 마음으로 가꾸고 사용하는 그런 사람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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