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예또

우리들이 꽃피울 날은 아직 오지 않았어.

[순간예또] 네 번째 편지. '노력'에 대한 이야기.

2024.02.09 | 조회 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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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예또

꿈과 사랑, 희망을 노래하는 행운의 편지.

안녕! 죽지 않고 돌아온 예또야.

벌써 2024년도 한 달이 넘게 지나고 2월도 1/3이 지났네. 세상 시간이 어쩜 이렇게 빠르게 흐르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나는 청춘과 낭만 그 자체였던 다합 생활을 마치고, 상하이에서 오랜 친구 얼굴도 보고 나서 한국에 들어온 지도 곧 2주가 돼.

저번 순간예또는 마감일을 맞추느라 시차와 잠에 쫓겨 겨우 마감을 했었는데, 이번 호는 시간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끝의 끝까지 미루다가 결국 9일 자정을 세 시간 앞둔 지금 편지를 쓰기 시작했어.

과연 9일 자정 전에 편지를 마칠 수 있을까?

메일 발송 시간을 보면 알 수 있겠지. 내가 성공했는지 아닌지.     

 

나는 요즘 아주 게으름의 극치인 시간들을 보내고 있어.

나란 사람이 원래 생활루틴이라든지 패턴이라든지 그런 게 박살 나있는 사람인지라 시차적응도 껌일 줄 알았는데 이집트에서 한국은 은근히 장거리였던가 봐.

한국에 오고 나서 한동안은 저녁 7-8시에 잠이 들고 새벽 4-5시에 깨어서 하루를 시작했었거든.

의도치 않은 미라클 모닝이랄까...?

그런데 미라클 모닝 자체가 원래 아침에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 더 활기차게, 더 생산성 있게 하루를 보내자는 그런 취지의 프로젝트잖아.

나는 초저녁에 잠드니까 하루가 짧은 건 똑같더라... 의미 제로 퍽라클모닝...

 

아무튼 백수 체성이는 요즘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는 그런 무료하고도 무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

새해부터 이렇게 늘어지는 모습으로 살고 있다니! 이 한심한 사람!     

그러나 이 한심한 체성이 또한 나의 한 모습인거늘.

어쩌겠어. 맘에 들진 않지만 품어줘야지. 

에고에고, 이 미련한 인간아. 어쩌자고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살고 있나!

하지만 괜찮아. 연초부터 이렇게 게으르고 한심하다?

앞으로는 이보다 더 뿌듯할 모습만 남은 거야. 와! 오히려 좋다!     

 

(20대의 끝자락에서)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면 뭐랄까, 조금 울컥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어쩜 그렇게 무모하게 살았나.

어쩌자고 그렇게 힘든 길을 가겠다고 그랬나.

혹시 그런 기분 알아?

당장 닥칠 일도 모르면서 희망에 벅차 반짝이는 두 눈으로 도전을 감행했을 그때의 내가 한없이 측은하게 느껴지는 그런 기분.

예전의 내가 열심히 적은 글과 일기장을 감히 펼쳐보기 두려운 기분.

그때의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니까,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 아니까 차마 열어보기가 두려운 거야.

애써 잊고 지나왔던 기억들을 다시 생생한 그때의 말투로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는 거야.

나는 그래 가끔. 지난 나의 길을 돌아보기가 두려워질 때가 있어.

그건 그만큼 치열하게 살아왔다는 뜻일 수도 있겠지.     

 

그렇게 앞만 보고 달려가는 불도저 같은 내 인생에 브레이크가 걸린 순간이 바로 여행을 떠난 후가 아닐까 싶어.

물론 그때도 여행유튜버로서 스스로를 채찍질하긴 마찬가지였지만, 여행 후반부가 되면서 여행유튜브에 대한 미련을 조금씩 내려놓고 나니까 차라리 마음이 편해지더라.

나는 솔직한 사람인데.

좋은 건 좋고 싫은 건 싫다고 말을 해야 하는 사람인데.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서, 유튜버로서 성공하기 위해서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하거나 상황을 의도하는 연출을 하는 건 못하겠더라고.

진정성을 갖출 거면 우여곡절이나 사건사고들을 겸비해서 보는 재미라도 있어야 하는데, 당최 이 깐깐하고 꼼꼼한(?) 성격 때문에 여행 중에 이렇다 할 특이한 변수도 없는 거야.

1년 동안 홀로 여행 다니면서 물건 도둑 맞거나 잃어버린 경험 0회, 교통편 놓쳐본 경험 0회, 사기당한 경험도 크게 없음. (특: J 아님)

그냥 이것저것 스스로 객관화를 시켜보니까 레드오션이 되어버린 여행유튜브판에서 내가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은 정말 낮다는 게 느껴지더라.

어쩌면 그게 내 한계였을 수도, 혹은 다른 기회로 성공하기 위한 빌드업이었을 수도 있겠지.     

 

아무튼 그래서 나는 내가 꽃피울 수 있는 계절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야.

요즘 내가 (탱자탱자 노는 와중에도) 틈틈이 하고 있는 게 하나 있거든. 바로 사주공부야.

사주라는 게 누군가에겐 사이언스이고 누군가에겐 미신과도 같은 터무니없는 소리일 거라는 거 잘 알기에 나는 일단 중립 스탠스를 취해볼게.

사실은 믿는 쪽에 더 가깝긴 한데, 그렇다고 그들이 하는 모든 말이 다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거든.

사주라는 게 파다 보면 결국은 명리학, 그리고 역학에서부터 이해를 해야 하는데 오랜 시간 학문이라는 이름으로 전해내려져 온 깨달음이 아예 싹 무시해 버릴 만큼 쓸모없는 지식이라곤 생각하지 않아.

다만 요즘 현대사회의 발전과 변화가 그 시대의 그것들과는 속도가 많이 다를 테니까.

오래된 그 학문을 현대화시키는 과정이 우리 사회의 발전속도보다 더디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이지 않을까 생각해.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여명인데 나무 성향이라 이루어야 할 자기 뜻이 있으니 남편에게 내조를 잘 못 해서 사랑받지 못하는 불운한 팔자다.’ 같은 개소리를 하는 술사도 있더라니까. (경험담 맞음).     

 

나는 내가 비판할만한 대상이 생기면 일단 그 대상에 대해 깊이 알아보는 편이거든.

그게 똥인지 된장인지 똥인척 하는 된장이었는지, 된장인데 다 썩어서 똥이 되어버린 건지는 내가 스스로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보이는 거잖아.

저런 술사들이 입으로 똥을 싸는 모습을 보고 나니 내가 더 이 학문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게 되었던 것 같아.

물론 지금도 누구 사주 봐줄 정도의 지식을 갖추고 있는 정도도 아닌 그저 내 사주에 대해서만 파고들고 연구하고 있는 초짜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깊게 믿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어.

세상에 좋고 나쁜 사주는 없고, 내 팔자는 내가 개척해 나가는 거라는 것.

다만 사주를 본다는 건 그 선택의 길잡이 역할을 해줄 뿐인 거야.

내가 언제 어떤 운으로 발복 할 수 있는지, 언제 어떤 운 때문에 조금 조심해야 하는지.

사주로 알아볼 수 있는 건 그게 최대고 거기까지가 올바른 역할이라고 생각해.     

 

그 논리로 비춰보면 내가 여태껏 수많은 도전들을 해왔지만 크게 성공하지 못했던 건 그때의 내 운이 거기까지였기 때문인 거야.

나의 과거들을 통해 완성된 지금의 나는 나의 운세를 따라 완성된 모습인 거야.

준비된 사람은 기회를 잡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운만 쫓다가 아무것도 되지 못해.

성공이라는 건 준비된 자가 적절한 때에 찾아온 기회를 잡는 걸 말하는 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나는 지난 도전들이 비록 내 기대에 부응할 만큼 성공하지 못했어도 크게 동요하지 않아.

나는 가만히 나만의 내실을 키우면서 내가 꽃피울 계절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거든.

나는 나의 계절에 아주 크고 화려한 꽃을 피울 거야.

모든 사람들이 어질어질할 정도로 꽃향기가 나는 크고 아름다운 꽃.

나는 그럴만한 역량과 자신감이 있는 사람이거든. 

 

구독자는 어때?

구독자의 꽃을 피워내기 위해 어떤 날들을 보내고 있어?

구독자는 어떤 꽃을 피우고 싶어? 

그리고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     

 

여태껏 구독자가 나처럼 다시 돌아보기도 겁날 만큼 지난날을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이라면 구독자의 계절은 분명히 올 거야.

누구보다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을 피워낼 수 있는 그런 시기 말이야.

지금까지 별생각 없이 살아왔어? 그래도 괜찮아.

앞으로 남은 날이 더 많거든.

노력은 절대 구독자를 배신하지 않아. 

남들보다 더 크고 예쁜 꽃을 피울 욕심이 있다면, 지금도 늦지 않았어.

구독자가 잘하는 게 뭔지 잘 고민해 보고 후회가 없을 만큼 노력해 봐.

성공여부와 상관없이 치열하게 무엇인가에 도전해 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달라.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을 거야.     

 

운이라는 게 참 신기해.

나는 원래 예전부터 유튜버를 꿈꿨고 배우로도 활동했으니 줄곧 유명해지는 게 꿈이었거든.

사돈의 팔촌까지 내 이야기를 하길 바랐어. 부모님한테 자랑스러운 딸 노릇도 좀 하고 말이야.

그런데 얼마 전부터 그런 욕구가 사그라들기 시작하더라고.

그러면서 화면에서만 보이는 외적인 모습으로 ‘쟤는 얼굴이 어떻게 생겼네’, ‘쟤는 목소리가 어떻네’ 같은 평가를 듣기보다 ‘쟤는 저런 생각도 하네’ 같은 내적인 모습으로 대중에게 다가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거야. 

그게 예전 편지에서도 말했듯이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고, 더 맞는 옷을 찾은 듯한 기분이 들었던 이유야.

놀랍게도 사주를 보면 내가 왜 그렇게 생각이 바뀌었는지가 나와있다?

알면 알수록 신기한 학문이야.     

 

앞으로의 내가 작가 혹은 배우(유튜버)로서, 아니면 헬스 트레이너로서, 그것도 아니면 중국어 통변역이나 무역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어떤 분야에서 가장 유명해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나는 항상 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 할 거라는 사실이야.

그리고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려지는 운이 올 때엔 더욱 더 최선을 다 할 거고.

그러니 내가 아름답게 꽃 피울 날이 올 때까지 날 지켜봐 줘.

구독자의 곁에서 자랑스러운 사람으로 빛날 수 있게 최선을 다 해 볼게.     

 

그리고 구독자도,

구독자만의 빛나는 때가 오기를 간절히 바랄게.

구독자와 내가 아름답게 빛날 그 봄이 오길 기다리며.

안녕.                    

 

 

 

[부록] 드라마 같은 순간은 당신 인생에 오지 않습니다. 최예또 물론 올 수도 있겠고요. 하고 싶은 말의 요지는, 영화보다도 더 영화 같고 드라마보다도 더 드라마틱한 일들이 가득한 게 현실이라 해도, 모든 사람에게 다 그렇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한때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부러웠습니다. 사랑하는 누군가가 떠나고 나서, 꿈이 좌절되고 나서, 예상 못한 사고를 당하고 나서 삶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바뀌게 된 그들이요. 몇 시간째 같은 페이지에 머물러 있는 문제집을 펼쳐놓고선 ‘공부에 전력을 다할 터닝포인트’가 없는 제 삶을 원망하곤 했습니다. 그런 수험생활이 10년 전 즈음 일이 되어버린 지금에 와서 돌이켜 생각해 보니 강한 충격으로 인한 강한 독기만큼 강력한 힘을 가진 게 바위 뚫는 낙숫물처럼 스며드는 독기더군요. 여태까지 삶의 태도가 바뀔만한 굵직한 사건은 없었어도 꽤나 열심히 살 수 있었던 건 매일매일 조금씩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품었던 ‘꾸준한 독기’ 덕분이었습니다. 내 인생은 때론 따분할 지도 모릅니다. 화려하지 않을 수도 있고 계속 가늘기만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 인생이면 그런 인생대로 소소한 행복을 찾으며 현재에 충실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내 인생 아직 끝나려면 멀었다는 사실을 되뇌면서요. 당신의 인생을 집필한 작가가 당신 인생의 하이라이트를 마지막 두세 장에 몰아서 썼을지도 모르잖아요. 마지막 장을 덮는 그 순간까지, 열심히 달려보자고요 우리. (2023.03.17 기록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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