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없이 밝은 멜로디 속에서도 눈물이 핑 돌게 하는 노래들은 왜 그럴까.
지금은 망해버린 가게의 아르바이트 마지막 날이었다. 그만두겠다고 말하고 울음을 가까스로 참으며 계단을 내려온 내 앞에 당시의 연인이 서 있었다. 완벽한 다정함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이었다. 미화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이 지난 지금 돌아보아도 그렇다. 왜 하필 지금, 하다가도 달려와주었다는 사실에 대한 기쁨이 공존하던 모순된 마음을 기억한다. 삼 초의 정적 후 웃어 보이는 나에게 그는 손에 쥐고 있던 헤드셋을 다급히 꽂아주었다. 그 안에서 꿍꿍거리며 흘러나오던 노래는... 내가 자주 흥얼거리던 킹키부츠의 <Raise you up>이었다. 처음 보는 결연한 얼굴로 노래를 재생하고 어색하게 웃는 모습이 코미디가 따로 없었다. 이거 엄청 밝은 노래잖아, 한 편의 뮤지컬이 끝나고 모두가 일어서서 춤추는 희망찬 노래. 근데 왜 슬펐더라 나는. 왜 눈물이 펑펑 났더라.
스스로에게 응원과 저주를 번갈아 퍼붓던 수험생 때, 현실에 맞춰 납작하게 짠 꿈보다 더 납작한 내 모습이 지겨웠다. 그럴 때면 신발을 구겨 신고 집을 나섰다. 티 없이 밝은 노래를 귀에 쑤셔 넣고 목적지 없이 걸었다. 어떤 물리적인 짐도 지지 않았음에도 내 안의 무게 때문인지 자꾸만 휘청거렸다. 오후 두 시의 깨끗하게 따끈했던 샛노랑의 햇볕. 누구의 출근길에도 속하지 않는 골목들을 골라 걸으면 알맞게 달구어진 시멘트 바닥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게 좋았다. 노래 한 곡은 길었지만 나는 늘 같은 구간을 되감고 또 감았다. 오직 이 단어들만이 나를 살릴 수 있다는 듯이 계속해서. 그러다 가끔 길을 잘못 들어 사람을 마주치면 조금 더 빨리 걸었다. 임대 문의가 붙은 유리창 속 내 모습이 생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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