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계를 잃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믿었다. 작년에 두 명의 친구와 한 명의 애인을 잃고 나서야 그 믿음이 얼마나 오만한 거였는지 알았다. 근 몇 년을 모두 합쳐도 가장 무거운 이별이었다.
최근 메일링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발행할 글을 고르다가 블로그 임시저장글함을 뒤졌다. 거기서 가장 길고 구차한 글을 발견했다. 10년지기였던 P에게 보내려다 만 카카오톡 메시지의 초안.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말을 골라냈던 과거의 내가 보였다. 그건 절대로 이 관계를 이토록 허무하게 끝내고 싶지는 않다는 무의식의 발버둥이었을 텐데, 우리는 애석하게도 그날의 내가 결코 마주하고 싶지 않은 미래를 살고 있다.
더는 맞춰갈 에너지가 없으니 추억만이라도 예쁘게 묻어두자는 무언의 합의. 그 일이 있고 나서 P의 생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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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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