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말고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얘기해보고 싶다. 나열하다 보면 자연스레 그들 사이의 공통점을 알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첫 번째는 뮤지컬이다.
스무 살의 나는 대학로에 자주 갔다. 연극을 보러. 첫 연극은 <옥탑방 고양이>였는데, 눈앞에서 배우들이 직접 왔다갔다하는 것이 뭐랄까, 그곳에 내가 실재하는 순간까지도 특별하게 가두어주는 것만 같았다. 진짜 젊음을 활활 태우고 있다는, 묘한 경외감과 쾌감 같은 것. 그래서 틈날 때마다 그걸 보고 싶어서, 그들의 찬란한 젊음을 놓치지 않을까 겁이 나서 나는 부지런히 혜화로 향하는 4호선에 올랐다.
나에게 연극의 재미란, 같이 간 옆 사람과의 상호작용에 있었다. 코미디극이라면 같이 깔깔대고 웃는 것, 공포극이라면 손을 꼭 잡고 소리를 꽥 지르는 쪽을 보며 웃음을 참는 것, 가족극이라면 눈물을 몰래 훔치는 쪽에게 휴지를 주는 것… 그런데 문제는 같이 갈 사람이 마땅하지 않을 때 생겼다. 아무리 재미있는 연극이라도 혼자서 보면 나만 동떨어진 느낌을 피할 수 없었다. 둘러보면 혼자 온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이건 어릴 적 롯데월드의 ‘혜성특급’을 혼자 타며 느꼈던 처절한 외로움 같은 거였다. 주변에서는 다들 환호성을 지르며 스릴을 즐기는데, 나는 괜히 뻘쭘해서 가만히 있게 되는. 그러다 보면 그렇게 재밌던 인터랙션이 이렇게 무난한 거였나, 허망해지기도 했다.
그래서였을까, 뮤지컬은 나에게 새로운 세계였다. 거의 대부분이 혼자 온 관객뿐이었다. 앞자리로 갈수록 더 그랬다. 오직 이 극과 내 눈알만이 중요한 사람들의 모임 아닌 공동체. 스물한 살에 첫 뮤지컬을 봤다. 고등학생 시절까지는 지방도시에 살아서 세상에 이렇게 많은 뮤지컬이 열리고 있었는지 몰랐다. 나만 몰랐던 공연의 세계와 빼곡히 채워지는 관객석을 보면서 일종의 배신감까지 느꼈다. 한 뮤지컬 배우의 광팬이던 대학 동기를 따라갔었다. 김성철 배우가 나오던 <데스노트>. 예상보다도 강렬한 장면들의 자극에 정말 깜짝 놀랐다. 눈알이 빠질 것처럼 크게 뜨고 감상했다. 뮤지컬은 티켓팅이 치열하기 때문에 붙어 있는 좌석을 함께 고를 수가 없어서, 친구는 훨씬 앞열에 있었다. 그래서 친구에게 내가 너무 촌스러워 보이진 않을까 걱정하지 않고 입을 내내 벌리고 감상할 수 있었다. 나는 첫날 알았던 것 같다. 관극은 고상한 취미가 아니었다는 것을. 도파민 중독자들의 종착역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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