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은 비가 쏟아지고 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가 음률이 되어주는 날도 있지만 굵은 장대빗소리는 그것만으로 위협적일 때가 있다. 비가 잔잔히 잦아들길 바라면서 동시에, 그치지는 말아주길 바라면서 글을 쓴다. (2023/6/2)
작년 비가 퍼부을 때 작성중이던 세 줄 남짓한 문장을 반년이 넘게 지나 마주하였다. 그사이 해가 바뀌었고, 습하던 계절을 지나 차가운 공기가 볼과 귀 주변을 어른거리는 계절이 되었다. 어떤 방황과 핑계와 그저 게으름을 피우고 나서 오랜만에 메일리에 글을 쓰러 왔다.
춥다. 내가 지내는 곳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진 않지만 이렇다할 실내 난방이 없기에 방 안에서도 패딩을 입고 있다. 밤에 잠에 들때면 두꺼운 솜이불을 머리 끝까지 올려 덮는다. 이불 속으로 바깥 찬 공기가 새어 들어오지 않도록 작은 틈도 없이 꼼꼼히 덮는다. 그럼 이불 속이 내 몸의 온기로 인해 온실처럼 포근해진다.
아침 해가 떠오르면 마당 동쪽 틈부터 해가 비추기 시작한다. 해가 들어오는 곳에 가 해를 등지고 서서 해의 온기를 느껴본다. 매일 반복되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오늘도 해가 뜨고 그 온기가 세상을 데운다는 것이 고맙다. 따스함이 내 등을 데우면 오른쪽, 왼쪽 조금씩 각도를 달리해 돌면서 골고루 데운다. 해의 열기에 내 몸을 빙글빙글 굽는 것 같이.
주전자에 물을 끓인다. 너무 팔팔 끓기 전에 불을 끄고 차가운 머그컵을 먼저 데운다. 따스한 물로 한 번 코팅된 컵에 커피나 차를 우린다. 뜨끈한 기운이 내 속으로 들어온다. 아마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아닐까 싶다. 물을 끓여 아침 차를 마시는 포근하고도 또렷한 시간.
이 계절에 반복되는 아침의 풍경. 찬 공기와 대비되는 따뜻한 것들. 따뜻한 차, 따뜻한 옷, 주전자 주둥이에서 나오는 김, 두꺼운 이불, 햇볕, 나의 강인한 체온까지. 어쩌면 가장 따뜻한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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