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 전에 거울을 보고 서서 머리를 싹둑 잘라냈다. 나름대로 안쪽 머리숱도 치고 길이도 겨우 묶이는 단발 정도로 짧게 했다. 뭉텅뭉텅 대충 아무 가위로나 잘라서 듬성듬성 삐죽빼죽이지만 이젠 익숙하다. 머리가 어떤 모양인지보다 감기에 간편하고 가벼운 게 우선이다.
자른 머리 뭉치들을 한 비닐봉지에 모아 휘휘 돌려 묶어 쓰레기통에 버린다. 자른 머리 부피가 제법 된다. 손으로 봉지째 꽉 움켜쥐어보면 이만큼은 가벼워 졌겠구나 싶어 뿌듯하다. 마음까지 산뜻하게 가벼워진 것 같다.
겨울에는 머리털이 더 빼곡이 있어주는 게 덜 춥지 않을까 싶어 머리를 잘 자르지 않는데, 오늘은 왠지 잘라내고 싶었다. 스스로 잘라온지 꽤 되었는데도 내가 내 머리카락을 자르는 건 뭔가 쾌감이 있다. 처음엔 가위를 들고 서서 망설이기도 했는데 이젠 그냥 주저없이 뭉텅 잘라낸다. 왼쪽 오른쪽 길이가 안 맞아도, 혼자 길게 삐죽 튀어나온 머리가 있어도 결국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는 걸 경험으로 익힌 덕이다.
너무 많은 걸 쥔 채 살지 않아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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