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두 번째_ 어젯밤 무슨 꿈 꾸셨나요?

자꾸 꿈에서 만나는 당신

2022.03.24 | 조회 5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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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계절들

에세이 같은 그림, 그림 같은 에세이.

 아침에 오래도록 이불 속에서 나오지 못했다. 일어날 시간을 지나고 꾸역꾸역 더 눈을 감고 있으면 찜찜한 꿈을 꾼다. 불편한 상황이나 미안한 사람, 잊고 있던 누군가의 뒷모습이 어른거리는 장면들. 불편한 마음이 꿈 속에서 표현된다. 내 무의식을 엿본다. 

  반복적으로 꿈 속에 등장하는 장면들, 사람들이 있다. 특정 꿈을 꾸고 나서 인터넷 검색창에 ‘OO꿈 해몽’을 검색하곤 하는데 그 내용들도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기 때문에 내가 듣고 싶은 해석만 골라 듣는다. 

 반복적으로 꾸는 꿈을 통해 내 상태를 인지하는 것만으로 도움은 되겠지. 하지만 현실 상황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어서 그런지 비슷한 꿈을 어김없이 꾼다. 또 잊을만 하면 한 번씩 꿈에 나오는 오래 전 친구도 있는데 ‘내가 그 친구에게 미안한 감정을 오래도록 품고 있었구나’ 하고 인지할 뿐 더이상 현실에서 어떤 액션을 취하지는 않는다.

 잊고 싶은 트라우마나 그런 상황들이 꿈에 등장하는 건 꼭 나쁜 게 아니라고 한다. 감당하지 못했던 감정이 좀 진정되고 이제 그것을 내 안에서 다룰 수 있는, 마주할 수 있는 상태가 된 것이라고 예전에 꿈 관련 강의에서 들은 적이 있다. 긴 강의에서 그 대목만 유일하게 기억하는 것은 그 얘기가 내게 어떤 안도감을 주었기 때문에. ‘이제 그런 꿈까지 꾸다니, 너무 괴로워!’ 하기 보다 ‘이제 내가 그 일을 마주해도 될 만큼 괜찮아 졌구나’ 하고 시각이 변했기에. 그런 꿈을 꿔도 괴롭지 않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꿈은 휘발성이 워낙 강해서 꿈에서 딱 깨었을 때는 생생하지만 일어나 세수를 하고 일상으로 의식이 전환되면 금세 잊을 때가 많다. 한참 일상을 살다가, 어떤 대화 중에 문득 ‘아참, 나 어젯밤 그런 꿈을 꾸었었지!’ 하고 떠오를 때도 있고, 그냥 스르르 사라져 버릴 때도 있다. 그런 미약함 때문에 꿈이란 것 자체에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어젯밤 꿈을 오래도록 붙잡고 사유하기에는 너무 여유 없는 세상이니까. 

 

가로등 켜지는 시간. 2022
가로등 켜지는 시간. 2022

 현실과 연결된 꿈 말고 신비로운 꿈들도 가끔 꾼다. 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장소가 있다. 꿈 속에서는 익숙하게 내가 그 곳을 돌아 다닌다. 어떤 동네, 또 어떤 건물 안 층계를 오르내리기도 한다. 사람들을 만날 때도 있다. 그런데 꿈에서 깨어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는 그곳이 어딘지 모른다. 그런 곳을 현실에서는 가본 적이 없다. 그런데 그 장소가 꿈 속 내게는 익숙하고 또 반복적으로 여러 번 등장한다는 게 신기하다. ‘전생’이라는 단어와 연결지어 생각할 수밖에 없다. 너무 허무맹랑한 얘기인가?

 전생과 연관이 있든 없든 그 꿈을 지금의 내가 꾸는 게 내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사실 아무 영향도 없다. 그곳이 어디인지 찾아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질 수는 있지만 그곳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도 모르고, 만약 있다 해도 찾으면 뭐할 건가 싶기도 하고. 어쨌든 그 꿈을 꿀 때마다 깨어서 신비로운 감정에 빠진다. 내가 모르는 미지의 세계가 정말로 존재하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증명할 수 없는 무언가를 경험한다는 것은 괜히 마음이 들뜨는 일이다.

 내일은 이불 속에서 밍기적거리지 말고 재깍재깍 일어나 상쾌한 아침을 맞아야 겠다. 간밤에 꾼 꿈을 되내면서 혼자 재밌는 상상을 해볼 수도 있겠고. 좋은 꿈 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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