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 1994 민들레 영토

세기말 젊은이의 양지

2026.08.03 | 조회 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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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어느덧 8월이 시작되었습니다.

8월의 첫 편지는 그 시절 젊은이의 양지, 민들레 영토 이야기 입니다. 

민들레 영토 [출처 : 환경일보]
민들레 영토 [출처 : 환경일보]

이번 편지를 쓰면서 기쁜 일이 있었어요. <낭만 장아찌 주문배송> 76편 만에 첫 광고가 들어 왔거든요! 마침 문의주신 아이템이 이번 편지와 맞닿는 부분이 있어 더 반가운 제안이었어요!

무슨 이야기인지는 차차 소개해 드릴게요! 

커피값이 아니라 문화비입니다.

민들레 영토 [출처 : 주간한국]
민들레 영토 [출처 : 주간한국]

민들레 영토는 1994년 신촌에서 시작됐습니다. 상호는 이해인 수녀님의 시 <민들레의 영토>에서 따왔습니다. 민들레 영토는 이름만큼 특별한 이용 방식으로 이목을 끌었습니다. 메뉴에 따라 금액을 내는 일반 카페와 달리, 이용료를 내면 일정 시간 동안 음료를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었거든요. 5천 원만 내면 3시간 동안 음료도 마시고 토스트도 먹고 영화도 볼 수 있었습니다. 인심 좋은 영업 방식은 금세 학생들 사이에 소문이 났고 그 시절 대학생들은 동아리 활동부터 미팅까지 다양한 이벤트 장소로 민들레 영토를 골랐습니다. 

민들레 영토 대표 지승룡 [ 출처 : 월간 리크루트 ] 
민들레 영토 대표 지승룡 [ 출처 : 월간 리크루트 ] 

민들레 영토 대표 지승룡 씨는 창업을 계획할 때 '어머니의 정'을 팔기로 마음먹었다고 해요. 어머니는 자식이 음식을 아무리 먹어도 타박하지 않으시니까 운영 방식에도 음료, 음식 무한 리필을 도입했습니다. 민들레 영토의 대표 음료로는 이름을 딴 '민토차'가 있습니다. 특색 없는 것 같으면서도 은은한 단맛이 중독적인 게 민토차의 특징이었고요. 2000년대 초반엔 페트병에 담긴 음료로 만들어져 마트에서도 맛볼 수 있었습니다.

민들레영토 차 [출처 : 식품음료신문]
민들레영토 차 [출처 : 식품음료신문]

오감만족 : 모든 게 아름다운 민들레 영토

민들레 영토 [출처 : 월간 리크루트]
민들레 영토 [출처 : 월간 리크루트]

지승룡 대표는 민들레 영토의 성공을 위해 오감 만족 마케팅 전략을 썼다고 합니다. 그중 강렬했던 건 시각 만족이었습니다. 민들레 영토엔 3종 마스코트가 있습니다. 웨이터 복장의 남성, 하이디 복장의 여성 그리고 커다란 대형견인데요.

민들레 영토 [ 출처 : 인사이트 ] 
민들레 영토 [ 출처 : 인사이트 ] 

귀여운 대형견 다음으로 눈길을 끈 건 수려한 아르바이트생들의 외모였습니다. 아르바이트 면접에서 장기자랑을 시키는 등 오디션을 방불케 하는 관문이 있었다는 후일담도 웹사이트에 왕왕 보이더라고요. 특정 매장의 아르바이트생은 인기가 너무 많아 팬클럽까지 결성되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연예인 중에 과거 민들레 영토 알바 이력을 밝힌 이들도 꽤 있습니다.

TVN예능 슬기로운 산촌생활 중 [출처 : TVN]
TVN예능 슬기로운 산촌생활 중 [출처 :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얼굴을 알린 배우 김대명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민들레 영토에서 3년간 일했던 사실을 밝혔습니다. 이 외에도 배우 이준혁이 1호점이었던 신촌 민들레 영토에서 아르바이트 했던 경력을 말했었는데요. 이준혁씨를 보기 위해 신촌점을 찾는 손님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한편, 아나운서 김대호 역시 민들레 영토에서 아르바이트했던 적이 있다고 말했는데 그 이야기를 듣던 패널들이 거긴 잘생긴 사람만 뽑는다고 술렁거려서 당시 민들레 영토의 위상을 느껴볼 수 있었어요. 

민들레 영토 [ 출처 : 인사이트 ]
민들레 영토 [ 출처 : 인사이트 ]

이번 편지를 쓰기 위해 글이 남아 있는 오래전 웹사이트들을 살펴보았는데요. 2000년대 초반에 이미 얼굴 보고 사람 뽑는 곳이라는 제목의 글이 많이 작성되었더라고요. 그 아래 적힌 서울대 02학번 의대생이 알바 중이라는 댓글, 나 고대점 민토에서 일했다는 댓글이 아스라이 다가왔어요. 그렇다면 지승룡 대표는 대체 뭘 하시던 분이길래 이런 장소를 생각해 냈을까요?

목회 활동 못 하게 된 목사님의 사연

지승룡 대표는 원래 목사였습니다. 민들레 영토를 창업하기 3년 전, 아내와 이혼하면서 목회 활동을 더 이어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젠 뭘 할 수 있을지 정독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인사동에 있는 카페로 가서 생각을 좀 했다는데요. 30분 정도 지났을 무렵 카페 사장이 혼자 이렇게 앉아 있으면 영업에 방해된다며 나가달라고 했답니다. 생각해 보면 커피전문점의 신호탄이었던 스타벅스가 1999년 한국에 매장을 개점했으니까 90년대 초반엔 편히 앉을 카페가 없었을 겁니다. 얼마나 앉아 있었다고 면박을 주나 자존심이 상했던 지승룡 대표는 이 에피소드를 계기로 공간 사업을 구상합니다. 

1999년 이대앞에 문을 연 스타벅스 1호점 [출처 : 스타벅스]
1999년 이대앞에 문을 연 스타벅스 1호점 [출처 : 스타벅스]

문제는 가게를 차릴 자본금이 없었다는 건데요. 초기 자본을 모으기 위해 지 대표가 선택한 사업은 강남에서 가래떡 팔기였대요. 그때도 '어머니의 정'에 꽂혀있을 때라, 강남 부잣집 어귀에서 가래떡을 팔면 향수에 젖어 떡을 구매할 사람이 많을 거라 생각했다나요. 90년대 강남 사모님들은 어머니가 구워준 가래떡이 그리웠던 모양인지 실제로 6개월만에 2000만원을 버는데 성공해서 신촌 1호점의 싹을 틔울 수 있었다네요. 그러고 보니 민들레 영토 먹을거리 중 가래떡구이가 있었던 거 같은데 강남에서 가래떡 팔 때 연마한 스킬로 실력 발휘를 하셨던 걸까요?

이쯤 되니 당시 지승룡 대표를 내쫓은 인사동 카페 사장님이 귀인 아니었나 싶은 생각까지 드는데요. 세상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사람들은 결핍에서 답을 찾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지금부터 소개해 드릴 뉴스레터 운영자도 자신의 결핍에서 새로운 판을 만든 인물입니다. 

 

 

반드시 나의 삶을 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곳, 줄여서 <반나살 클럽>. 수학 모의고사 6점을 맞고 부모님께 지원 포기 선언을 들은 운영자는 이제부터 자립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낍니다. 친한 선배의 사업을 돕기 위해 네이트 판 게시글, 막 오픈한 페이스북용 홍보 게시글 등을 쓰면서 사람들이 잘 읽는 게시물엔 규칙이 있다는 걸 깨달은 운영자는 이를 토대로 사업을 시작하는데요. 모든 영웅서사가 그러하듯 한 번씩 고꾸라지지만, 다시 일어나면서 하고 싶은 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을 위한 뉴스레터를 운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반나살 클럽>에서 공유해 주신 뉴스레터와 주인장의 이야기를 보면서 문득 이번 편의 주인공 민들레 영토 지승룡 대표님과 비슷한 점이 보이더라고요. 결핍을 딛고 자신만의 이야기로 삶을 경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혹은 그런 삶을 꿈꾸신다면 <반나살 클럽>도 구독해 보세요!

2026 마지막 남겨진 민들레 영토 회기점

회기 민들레 영토
회기 민들레 영토

세기말, 마음 편히 머물 카페가 드물던 시절엔 모두가 인정하는 젊은이의 양지였습니다. 하나둘 개성 강한 카페가 생겨나면서 민들레 영토 가맹점은 하나둘 문을 닫았습니다. 몇 년 전까지 서울 중심을 지키던 민들레 영토 종각점마저 문을 닫으면서 현재 운영 중인 민들레 영토는 경희대 앞 회기점이 유일합니다.

지난주 민들레 영토 회기점에 다녀왔어요. 민들레 영토 마스코트인 대형견과 하이디, 꽃미남 아르바이트생은 없었지만 회기 번화가에서 혼자 멈춘 시간을 사는 민들레 영토가 무척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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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기점은 1층, 2층으로 나뉘어져 있었고 뿔뿔이 흩어져서 공간을 즐겼지만 이따금 음료 리필을 하러 오는 분들이 계셔서 저 말고 다른 사람들도 이곳에 있구나 느낄 수 있었어요. 사장님께 여쭤보니 회기점은 2001년 오픈해서 지금까지 운영 중이라고 합니다. 문화비용은 천원이 올라 6천 원이었고요. 민토차 대신 화려한 라인업의 다양한 음료를 맛볼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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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건물이라 그런지 더운 여름 눅눅한 냄새가 났습니다. 그 냄새가 나서 더 좋았어요. 건물의 주름살 같았달까요. 군데군데 벗겨지는 페인트칠도, 어딘가 촌스럽게 느껴지는 유럽풍 인테리어도 모두 그대로라 더 좋았답니다. 아! 한 번씩 강하게 풍기는 컵라면 냄새까지도요. 회기 근처에 가신다면 한번 들어가 보세요. 

첨부 이미지

며칠 전 친구가 8월 7일이 입추라고 알려주었어요. 이렇게 더운데 가을이 시작된다니요. 매년 말복보다 먼저 오는 입추는 산 중턱에 만난 맞은편 등산객 같아요. 정상이 어디냐고 물어보면 곧 나온다고 말해주는 느낌이 들거든요. 조금만 더 땀 흘리면 결실을 보는 가을이 온다는 얘기 같아서 땡볕의 입추도 그런대로 기다려져요. 그러고 보면 재밌는 삶을 산다는 건, 자신만의 소소한 이벤트가 많은 사람에게 훨씬 유리한 것 같습니다. 일생에 걸쳐 뜯어먹을 도토리  창고에 달콤한 재미 많이 많이 비축하시는 8월 되시길 바라요. 

<낭만 장아찌 주문배송> 역시  구독자님의 숨겨뒀다가 먹는 야금야금 초콜릿이 될 수 있게 다음주에도 재미있는 이야기로 인사드릴게요.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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