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굣길을 책임지던 즐거움

학창시절의 맛 : 분식의 역사

2022.09.19 | 조회 6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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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장아찌 주문배송

직접 공수한 케케묵은 낭만 장아찌를 잔-뜩 퍼서 댁의 편지함에 보내드려요.

구독자 안녕하세요. 한 주간 잘 지내셨나요?

태풍 소식에 걱정이 많았는데 생각보다 큰 규모는 아니어서 다행이네요:) 

저는 지금 부산에 있습니다. 태풍이 온다는 데 여행을 가는 게 맞나 싶었지만, 막상 도착한 부산은 너무 예뻐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역시 할까 말까 할 때는 하는 게 맞네요.

오늘은 어떤 주제로 장아찌를 담가볼까 하다가요.

'왜 여자들이 떡볶이를 더 좋아할까?'라는 질문을 듣고 '분식'으로 주제를 정하게 되었어요. 

그렇다면, 하굣길을 책임지던 분식의 역사.

본격적으로 한번 담아볼게요🥘

이름 속에 답이 있다, '분식'

여러분, 혹시 '분식'이 왜 분식인지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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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의 분은 밀가루의 분입니다. 듣고 보니 떡볶이, 어묵 등 분식으로 대표되는 음식들엔 모두 밀가루가 (잔뜩) 들어가네요. 그렇다면, 밀가루로 만든 이 음식들은 왜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여 불리게 되었을까요? 

🍥'분식'의 역사

분식이 하나의 카테고리로 등장한 것은 60-70년대에 적극적으로 일어난 캠페인 '혼분식 장려 운동' 때문이었습니다. 혼분식 장려 운동이 일어나게 된 원인은 크게 두 가지 정도를 들 수 있는데요. 첫째로 아이들은 계속 태어나는데 당시 대한민국의 쌀 생산량은 그 모든 인원을 충당할 만큼 많지 않았습니다. 다른 이유는 경제성장과 관계되어 있는데요. 그 당시 정부는 노동자들의 임금을 낮춰서 수출 상품의 금액을 낮추는 것만이 국제적으로 돈을 벌어드릴 수 있는 해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임금을 낮추기엔 주식인 쌀의 가격이 너무 천정부지로 솟고 있었던 거죠. 그러던 중 식사 일부를 미국에서 무상으로 들어오는 밀가루로 대체한다면 원하던 저임금의 정책을 펼칠 수 있었기 때문에 혼분식 장려운동을 벌이게 됩니다.

이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 학교는 수, 토요일을 '혼분식의 날'로 지정하여 쌀을 먹지 못하도록 막기도 했고요. 평소엔 도시락 검사를 통해 쌀과 잡곡 등의 비율을 엄격하게 확인하곤 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마을마다 선전 차량을 동원하여 쌀보다 우수한 밀의 영양을 설파하기도 했고요. 밀을 주식으로 하자는 각종 포스터가 난무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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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이 인기를 끌려면 우선 맛있어야겠죠? 그러다 보니 기존에 있던 떡볶이의 레시피를 그대로 살리되 밀로 된 떡볶이를 만드는 등의 노력으로 저렴하고 자극적인 맛의 분식들이 하나둘씩 만들어지게 됩니다. 이 음식들은 모두 저렴했기 때문에 한 끼 식사와 간식으로 큰 인기를 끌게 되었대요. 

그렇다면, 이때부터 사랑받기 시작한 우리의 분식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밀가루 먹기 캠페인의 최대 수혜자, 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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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소비를 줄이기 위해 시작된 혼분식 장려 운동의 최대 수혜자는 단연, 라면입니다.

라면을 처음 만든 회사는 '삼양'이었고 때는 1963년이었습니다.

삼양은 일본으로부터 인스턴트 라멘을 만드는 기술을 배워왔습니다. 그리고 이름을 '라면'으로 붙였습니다. 삼양에서 인스턴트 라면을 출시했던 시기는 국가의 혼분식 장려 운동과 궤를 같이하며 국민들에게 큰 사랑과 지지를 받습니다.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일본의 방식을 벗어나 고춧가루를 풀어 넣은 칼칼한 매운 라면이 등장하면서부터 더욱 더 큰 사랑을 받게 되었고요. 라면은 출시된 그때부터 지금까지 저렴한 가격에 간편하고 맛있게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효자 메뉴로 자리 잡았습니다.

궁중요리의 대중화, 하굣길의 인기스타 떡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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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대표 간식, 떡볶이도 분식계의 절대강자인데요. 떡볶이는 사실 굉장한 고급 요리였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궁중에서 임금을 위해 내놓던 요리가 떡볶이였다고 합니다. 

이 떡볶이를 대중들에게 선보인 것은 1953년 신당동의 마복림 씨였습니다. 

마 씨는 어느 날 중국집에서 중국식 떡 요리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먹어보니 맛은 괜찮은데 좀 느끼해서 매콤하게 고추장을 넣어보면 어떨까 생각하셨대요. 얼마 뒤, 아이디어는 노점상에서 떡볶이로 첫선을 보이게 되었고요. 그 결과는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그대로입니다.

떡볶이의 떡은 본래 쌀이 주재료이지만, 혼분식이 장려되는 시기였던 만큼 밀가루로 만든 밀떡볶이가 큰 사랑을 받게 되었고요. 저렴한 가격에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되어주던 떡볶이는 많은 중고등학교 앞에서 청소년들의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취향껏 골라 먹는 꼬치 어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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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하게 많은 분식들이 있지만 세 개만을 꼽아야 한다면 어묵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네요! 사실 분식집에서만큼은 오뎅이라는 표현이 익숙한 메뉴입니다. 꼬불꼬불 꽂힌 오뎅과 덩어리로 꽂힌 오뎅이 대표적인데요. 두 개 다 금액이 아주 저렴해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큰 사랑을 받았고 받고 있습니다. 

어묵 하면 떠오르는 계절은 단연 겨울입니다. 따뜻한 국물을 무료로 먹을 수 있다는 특급 장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유독 겨울이면 분식집을 찾게 되니까요:) 겨울철 분식집의 풍경을 떠올리면 다들 종이컵을 후후불며 국물을 마시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어묵은 생선 살을 으깨어 만들었지만, 분식이라는 표현을 통해 알 수 있듯 길거리에선 밀가루의 비율이 훨씬 높은 어묵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어묵 하면 떠오르는 지역, '부산'입니다. 바다 근처인 부산에서는 분식집에서도 생선의 비율이 높은 프리미엄 어묵을 판매하는 일도 있다고 하네요! (갑자기 삼진어묵이 먹고 싶어졌어요)

응답하라 1988 떡볶이 : 얄개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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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혼분식 장려 운동의 영향이었지만, 쌀이든 밀이든 쉽게 먹을 수 있는 지금까지도 우리는 분식을 생각하면 입에 침에 고입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브랜드에서 분식을 고급화하여 다양한 메뉴를 판매하기도 하는데요. 이럴 때일수록 저는 옛 감성을 간직한 분식집은 어디가 있을지 알고 싶어지더라고요. 장아찌를 담기 위해 검색하던 중, '응답하라 1988' 브라질 떡볶이의 배경이 되었던 분식집을 찾게 되어 여러분들께 소개합니다. 그곳은 바로 서산에 있는 '얄개분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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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증을 잘하기로 유명한 응답하라 제작팀은 그 시절의 떡볶이집을 수배하던 중 서산의 해미전통시장에서 얄개분식을 만나게 됩니다. 충남 서산 해미읍성 앞 해미전통시장 안의 얄개분식은 방송에서 떡볶이 달인으로 소개된 70대 할머니 사장님이 운영하고 계신 추억의 분식집인데요. 과거에는 분식이라 할 수 있는 모든 메뉴를 판매했지만 응팔의 인기로 손님이 많아지면서부터는 이곳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모둠 떡볶이만 단일메뉴로 판매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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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둠 떡볶이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가래떡을 비롯해 어묵, 만두, 라면, 계란, 당면 등이 한꺼번에 들어가 있어 정말 푸짐하대요! 오래된 테이블과 외관을 통해 과거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하니, 그 시절의 분식 감성을 느끼고 싶은 분들은 다가오는 선선한 가을에 한번 다녀와 보세요 :)

 

오늘은 학창 시절 하굣길의 맛, 분식의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어쩐지 정감넘치는 초록색 떡볶이 그릇이 생각납니다.

(전 아무리 생각해도 크로우캐년이 이 그릇에게 영감을 받았을 거 같아요 😉)

이번 주 식사 고민되실 땐 하루쯤 분식을 고려해보실 것을 추천해 드리면서

다음 주에도 추억 어린 이야기 담가오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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