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안녕하세요. 추석 연휴는 잘 보내셨나요? 저는 며칠간 든든하게 먹고 기어이 살이 찌고 말았답니다. 무거운 몸을 간신히 일으켜 헬스장에 다녀와서 장아찌를 담급니다.
좋아하는 언니에게 청첩장을 받았습니다. 그리하여 오늘의 주제는 가장 달콤한 여행이라 할 수 있는 '신혼여행'으로 정해봤습니다. 칸쿤, 몰디브, 하와이 이전에 그 시절 신혼부부들에게 사랑받던 신혼여행지는 어디일지, 함께 떠나봅시다🏝
🍯잠깐! 신혼여행은 왜 허니문이라고 부를까?
신혼여행에 대해 담아보려고 마음먹고 나니 이게 제일 먼저 궁금하더라고요. 왜 신혼여행은 허니문일까요? 신혼생활이 꿀처럼 달아서 그랬을까요? 생각보다 현실적인 이유더라고요. 이전엔 경제적인 상황이나 먹거리가 오늘날처럼 풍부하지 않았잖아요. 그래서 결혼을 한 신혼부부가 빨리 2세를 낳아야 하는데 제대로 먹지 못해 힘을 쓰지 못할까 봐 염려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Mead라고 불리는 꿀 맥주를 신혼부부에게 계속해서 먹이고 아이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왔대요. 한 달가량 꿀 맥주를 먹는 것이 갓 결혼한 부부들의 풍속이었기 때문에 허니문이 신혼부부, 신혼여행 등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고 합니다.
신혼여행은 언제부터 떠나게 되었을까요?
'신혼여행' 은 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거의 일상화되지 못했다고 합니다. 결혼은 한 인간의 삶에도 큰 사건이지만 그 마을 공동체에서도 큰 이벤트였기 때문이래요. (그래서일까요? 전통 혼례를 생각해보면 어쩐지 창호지에 구멍을 내고 키득거리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국내에 신혼여행이라고 하는 개념을 처음 선보인 사례는 신여성 나혜석의 결혼이었습니다. 나혜석은 김우영과 결혼식을 올린 후, 본인이 가고자 하는 신혼여행지로 남편을 이끌었는데요.
놀랍게도 그녀가 이끈 신혼여행 장소는 전남 고흥, 그녀의 첫사랑이 잠들어있는 무덤이었습니다. 달콤한 허니문의 첫번째 역사가 구남친의 무덤이라니 아이러니하지요?
나혜석을 시작으로 1938년에 발간된 잡지 『여성』 에서 간간이 신혼여행과 관련한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합니다.
결혼식이 전통 혼례에서 신식혼례로 발전해가면서 신혼여행 역시 이전에 비해 확산되기 시작하는데요. 그렇다 하더라도 1950년대와 60년대까지는 여전히 도시에 사는 중산층 이상의 여유를 가진 사람들만이 누리는 여행이었다고 합니다.
지금처럼 신혼여행이 자연스러워진 것은 1970년대에 이르러서야 확인할 수 있는 풍경이었대요.
🏝시대별 인기 신혼여행지
그렇다면 시대별로 사랑받았던 신혼여행지는 어디였을까요?
서울 근교로 떠나는 여행 : 난지도, 남산, 북악스카이웨이
1960-70년대의 신혼여행은 결혼식을 마치고 승용차에 탑승한 뒤 주변 관광지에 들르는 형태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서울 근교의 장소들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많았대요. 이때 사랑받던 신혼여행지는 남산, 북악스카이웨이가 있었고요. 쓰레기 매립지로 알려진 난지도 역시, 이 당시엔 난초와 지초가 흐드러지게 핀 아름다운 섬으로 신혼부부들의 여행지로 사랑받았다고 합니다.
K-휴양지의 시초 : 온천
오늘날에도 각종 휴양지가 허니문 장소로 사랑받고 있는데요. 당시엔 온양온천, 도고온천 등 각종 온천이 신혼여행 장소로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1970년 결혼식을 올린 탤런트 최불암 씨 역시 온양온천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고 하는데요. 서울-온양을 오고 가는 이른바 '허니문트레인'이 설치될 정도였다고 하니, 그 당시 신혼부부에게 온천이 얼마나 각광받는 여행지였는지 아시겠지요?
떠나요 둘이서 모든 걸 훌훌 버리고 : 제주도
왜 안 나오나 하셨을 제주도는 80년대부터 핫한 신혼여행지로 급부상합니다. 국내이지만 비행기를 타야 하고 괜찮은 호텔에 묵어야 했던 제주도는 다른 여행지에 비해 몇 곱절은 비쌌다고 하는데요. 평생 한 번뿐인 신혼여행인 만큼 신혼부부들은 그 금액을 감수하고 제주로 여행을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요즘은 누구나 시간만 내면 편하게 갈 수 있는 여행지가 제주도이지만 그때는 신혼여행을 계기로 처음 제주에 방문한 관광객이 많던 시절이었대요. 그래서 신혼부부가 단체로 패키지여행을 하는 진풍경을 흔히 만나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꽃분홍 예쁜 한복을 입은 신부 열댓명과 양복을 입은 신랑 열댓 명이 함께 돌하르방 코를 만지며 아들 낳게 해달라고 소원을 비는 재밌는 풍경이 연출되는 곳이 당시 제주도였습니다.
철도청이 마련한 낭만적인 상품 : 신혼 열차
제주도엔 신혼부부 단체 패키지여행이 있었다면, 철길 위엔 신혼부부들을 위해 마련된 신혼 열차가 내달리고 있었습니다. 이 열차 역시 갓 부부가 되어 정이 넘치는 젊은 부부가 함께 음식을 나눠 먹고 애정 표현을 나누며 각자의 목적지로 향했다고 하네요.
오늘은 신혼생활의 꽃과 같은 허니문, 신혼여행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
혼주석에 앉아계실 부모님도
수십년 전, 부푼 마음으로 신혼여행을 떠난 어린 부부였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몽글몽글하네요.
다음 주에도 몽글거리는 마음 전해드릴 낭만장아찌 가득 담가오겠습니다
연휴 뒤에 다가올 뻐근한 보통날들 힘내시고요.
일주일 뒤에 만나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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