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안녕하세요. 비가 많이 오는 월요일이네요.
저는 주말 동안 출장 겸 여행으로 강릉에 다녀왔습니다. 서울과 강릉으로 오가면서 역전과 휴게소를 지키고 있는 메뉴들을 입으로, 눈으로 맛 보았는데요. 스시도시락까지 만들어 파는 서울역 광장을 바라보며, 여행객들의 입을 사로잡는 역전 음식들도 변했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래서 오늘의 주제는 예나 지금이나 여행의 8할을 책임지는 여행의 맛입니다.
🍜역전우동의 원조 대전역
'역전에 먹는 음식'하면 자연스럽게 역전우동이 떠오릅니다. 백종원이 만든 동명의 우동가게의 영향도 적지 않을 텐데요. 이 '역전우동'이 인기를 끌던 원조 '역전'은 다름 아닌 대전역 앞이라고 합니다.
지금도 대전하면 '교통의 중심'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요. 호남선과 경부선은 모두 이 대전역을 통과해 목적지로 향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차하는 기차 수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역에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졌고요. 그 10분 남짓한 시간 동안 요기를 할 수 있도록 승강장에 가락국수 집이 생겨났대요.
그 시절의 역전우동 키즈들은 대전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허겁지겁 가락국수를 먹고 기차에 올라타던 기억이라고 합니다. 비록 오늘날 대전역 승강장에서 1분 만에 국수를 내어주는 가게를 만날 수는 없지만요. 대전하면 떠오르는 우동의 기억을 이어가기 위해 대전역의 가락국숫집에서는 그 시절의 맛을 재현한 '정거장 가락국수'를 판매하고 있다고 합니다.
+ 🍺그럼 역전 할머니 맥주는....?
역전하면 떠오르는 상호가 역전우동뿐이던 때가 있었는데, 이젠 전국 팔도 어디서나 인기 많은 역전할머니맥주가 유명세를 앞지른 듯 합니다. 할머니 맥주는 어느 역전에서 처음 만들어졌을까요?
그 시작은 1982년 익산역으로 갑니다.
김칠선 씨는 익산역 앞에 여인숙과 천막 맥줏집을 차립니다. 익산역 근처에서 잃어버린 딸을 찾아야 했거든요. 맥주집은 얼마 지나지 않아 'OB엘베강'이라는 상호로 익산역 앞에 제대로 자리매김을 하게 됩니다.
딸을 찾지 못해 가슴이 타면서도 손님들에게 시원한 맥주와 시그니처 안주인 오징어 입을 대접하는 김칠선 씨의 사연은 80년대 국민들을 울고 웃게 했던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프로그램을 통해 전국 곳곳으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방송을 통해 잃어버린 딸과 다시 재회할 수 있었다고 해요. 방송을 통해 익산역 전의 맥주집은 더욱 명성을 얻게 되었다고 합니다. 2000년대에 들어 김칠선 할머니의 조카며느리인 조명선 씨가 맥줏집을 물려받았고요. 오징어 입을 납품하던 소종근 씨의 프랜차이즈 사업 제안이 진행되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역전할머니맥주'가 전국 곳곳에 등장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결론 : 할머니가 맥주를 파는 그 역전은 익산역입니다.
천안역이 키운 천안의 명물, 호두과자😋
지역 옆에 붙여서 떠올리는 게 자연스러운 음식들이 몇 개 있지요. 그중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천안 하면 호두과자'일 텐데요. 천안=호두과자 공식을 성립시킨 1등 공신이 천안역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호두과자의 시초로 알려진 이야기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1934년 조귀금‧심복순 부부가 발명했다는 설이고요.
다른 하나는 일제강점기 한 일본인이 호두과자를 발명해 제과점을 열었으나 일본의 패망으로 떠나고 조선인들이 공장을 돌리는 법을 배워 다시 호두과자를 내놓았다는 설입니다.
천안에서 재배된 호두로 만든 호두과자가 전국각지로 뻗어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천안역의 도움이 컸습니다. 1960~70년대에는 철도 사정이 좋지 않아 천안역에 잠시 정차를 해야 했다고 하는데요. 이 황금시간을 놓치지 않았던 판매원들이 승강장 사이사이를 돌아다니며 호두과자를 팔았다고 합니다. 이때 판매한 호두과자가 전국각지 탑승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면서 호두과자는 명실상부한 천안의 대표 간식이 되었습니다.
이동식 카트 안을 채운 주전부리들
'여행의 맛'하면 역전과 휴게소도 그렇지만 각종 주전부리가 담겨있던 이동식 카트를 잡아 세우는 맛도 빼놓을 수 없을 텐데요. 그 시절 카트 속을 엿보러 잠시 다녀올까요?
사진에서도 항아리 모양 바나나맛 우유가 인상적인데요. 실제로 간식 카트에서 판매순위가 가장 높았던 간식 중 하나가 바나나맛 우유라고 합니다. 그다음을 쫓는 음식은 삼색 오징어와 맥주였다고 해요. 기차에서 마시는 맥주 맛이 좋은 건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나 봅니다.😋
학생들은 삶은 계란과 사이다를 빼놓고 기차여행을 말할 수 없었는데요. 유달리 군것질에 인색하던 부모님들도 간식 카트 앞에서만큼은 마음이 풀리는 경우가 많아 기차여행을 기다리던 어린이들도 많았다고 하네요.
여행의 과정도 여행답게 만들어주던 고마운 간식 카트는 왜 사라졌을까요?
먹을 때야 좋지만 통로를 막고 다니는 간식 카트에 민원을 넣는 고객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보다 더 결정적인 이유는, 더 이상 간식이 필요할 만큼 길게 기차를 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이전 무궁화호나 새마을호를 탈 때만 하더라도 꽤 긴 시간을 기차에 있어야 했기 때문에 중간중간 요기가 필요했겠지만... KTX와 SRT 등은 너무나 빠른 속도로 원하는 목적지에 데려다주기 때문에 간식 카트가 적자였다고 합니다. (여기저기 널려있는 편의점이 많아졌다는 점 또한 카트를 없앤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국민들이 사랑한 휴게소 간식BEST 5
여행길에서 만나는 먹는 즐거움이라고 하면 휴게소 간식을 빼놓을 수 없을 텐데요. 2019년 한국도로공사가 창립 50주년 기념으로 1980년대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사랑받았던 추억의 간식 5종을 선정했습니다. 그 당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여행의 맛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1. 호두과자
위에서 언급됐던 호두과자가 다시 한번 나옵니다. 80년대에 들어서 망향휴게소에서 처음 판매되기 시작했다는 호두과자는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남녀노소의 마음을 사로잡는 휴게소 터줏대감입니다.
2. 가락국수
역시 위에서 언급되었던 메뉴네요. 적고 보니 기차든 자차든 버스든 여행지에서 만나는 메뉴들은 비슷한 느낌입니다. 다만 가락국수는 유부우동, 튀김우동, 김치우동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되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네요.
3. 핫도그
요즘은 소떡소떡이니 핫바니, 다양한 꼬치 메뉴들이 휴게소 이용객들을 기다리고 있지만요. 80년대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원픽 꼬치는 뭐니 뭐니 해도 핫도그였습니다. 가족 단위 고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핫도그도 인기 간식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네요.
4. 햄버거
이건 좀 의외이지 않나요? 그 당시 햄버거는 당연히 오늘날 맥도날드, 버거킹과 같은 프랜차이즈와는 비교할 바가 못 되었다고 해요. 하지만 그 나름의 풍미가 있었다고 하는데요. 어떤 맛일지 궁금합니다. 왠지 트럭에 팔던 시장 햄버거나 매점에 팔던 공산품 햄버거의 맛이 날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5. 어묵
마지막으로 특히 추운 겨울 큰 사랑을 받았던 어묵이 순위에 올랐습니다. 휴게소에서 기분은 내고 싶은데 한 끼를 거나하게 먹을 기분은 아닐 때, 어묵만 한 게 없었다고 하는데요. 설명을 보자마자 무슨 말인지 딱 이해했어요. 설명대로라면 여행의 맛에 가장 가까운 메뉴가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저에게 있어서도 역전과 휴게소는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뭔가 먹고 싶은 장소니까요😋
오늘은 여행의 맛을 책임지던 역전, 휴게소 추억의 간식들을 만나보았습니다.
핫도그 먹고 입가에 묻은 설탕, 숟가락으로 연신 떠먹던 가락국수 속 동그란 유부, 바스락바스락 소리가 나는 따뜻한 호두과자 봉투. 소박하지만 자세히 떠오르는 장면과 소리가 장아찌를 담그는 내내 떠올랐어요.
강력하다는 태풍이 떠나면 아마도 가을이 한 발짝 더 다가오지 않을까 싶은데요.
큰 피해 없이 태풍이 지나가고 완연한 가을을 느끼러 떠나는 여행길에
남부럽지 않은 추억의 간식들이 함께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럼 다음 주엔 또 다른 추억의 조각으로 장아찌를 담가올게요.
그때까지 안녕히 계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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