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류의 탄생과 정체불명의 록카페

록(rock)도 안 틀고 카페도 아닌 X세대 핫플, 록카페

2023.03.20 | 조회 1.36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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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장아찌 주문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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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안녕하세요. 한 주간 잘 지내셨나요? 저는 늦잠 자고 일어나 부랴부랴 짐을 챙겨 카페에 왔습니다. 오늘 정말 덥네요. 어제는 매화인지 벚꽃인지 팝콘 같은 꽃이 나뭇가지 한가득 피어있는 걸 봤어요. 벌써 이렇게까지 꽃이 피는 게 맞는 건가 싶어서 조화인가. 생화인가 한참을 들여다봤답니다. 주변에 이자카야는 없나 기웃거린 결과, 그 나무는 정말 봄꽃을 틔운 나무인 걸로 결론이 났답니다. 봄기운이 반가우면서도 이러다가 성큼 여름이 되어버릴까 걱정이 되는데요. 세세히 들여다보면 아주 짧은 봄도 지나간다는 흔적을 매일 다르게 남긴다고 해요. 백수로 돈은 못 벌어도 계절의 변화에는 민감해져 보자 다짐하는 오늘입니다.

오늘은 어떤 얘기를 보내드릴 거냐면요.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90년대엔 인기가 굉장했다는, <응답하라 1994>에서 해태와 삼천포가 칠전팔기 끝에 입장에 성공한 그곳! 록카페입니다.

장아찌 인생, 첫 번째 록카페

사실 제 기억 속에 <록카페>는 강렬하게 남아 있어요. 유흥업소로 말고 놀이기구로요. 요즘 00 키드라는 말 쓰는 거 좋아하는데, 굳이 따지자면 저는 서울랜드 키드입니다. 집이랑 비교적 가까운 곳에 서울랜드가 있어서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가족끼리도 1순위 나들이 장소가 서울랜드였어요. 서울에 있지도 않은데 이름이 서울랜드인 것부터 묘한 서울랜드에서 가장 좋아하는, 그리고 가장 이해가 안 가는 놀이기구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록카페였습니다.

서울랜드 놀이기구 록카페 [출처: 서울랜드]
서울랜드 놀이기구 록카페 [출처: 서울랜드]

서울랜드 좀 가보신 분들 혹시 <록카페>라는 놀이기구를 기억하시나요? 이게 탬버린같이 생긴 레일 위에 놀이기구가 열댓 개 연결되어서 꿀렁거리면서 빠른 속도로 레일을 도는데요. 앞으로 가다가 이따금 뒤로도 돌고요. 무엇보다 신기했던 건 중간에 천막이 내려오면서 뚜껑을 닫아준다는 점이었어요. 어릴 때는 책상 아래 이불 올려서 벙커 만들고 그런 거 재밌잖아요. 저는 천막 내려오는 게 그렇게 맘에 들더라고요? 학교에서 소풍으로 가면 짝꿍이랑 거기 앉아서 그 찰나의 시간 동안 유대감을 느끼며 키득거리고 했던 기억이 나요.

아무튼 그래서 저는 현실의 록카페도 이런 곳인 줄 알았어요. 다 커서 찾아본 록카페가 생각과 너무 달라서 당황스러웠고 이제는 가볼 수 없다는 게 아쉬웠지만 서울랜드의 록카페조차 기억 뒤편으로 멀어지고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이런 기억이라도 간직하고 있는 게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요.

아무튼, 록카페에 대한 환상을 심어준 서울랜드 록카페는 대체 왜 록카페라 이름 붙였나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별 내용은 없었고요. 의외의 수확이라면 저를 즐겁게 했던 천막 내려오는 시간이 연인들을 위한. 키스타임이라는 사실을 십여 년이 지난 오늘, 홍대 할리스에서 깨닫고 있습니다. 앙큼한 놀이기구 얘기는 이쯤에서 닫고 본격적으로 록카페 얘기를 해볼게요.

그래서 록카페가 뭐냐면요

유물 같은 강남 록카페 희귀자료

록카페는 90년대 반짝하고 떠올랐던 클럽의 이모할머니…? 정도 될 것 같습니다. 통금이 풀리면서 젊은이들은 기나긴 밤을 열정으로 불 싸지르고 싶어 했고요. 그 결과 밤에 문을 여는 클럽, 나이트클럽이 호황을 누리게 됩니다. 열정이 과하면 큰일이 잦죠. 술에 취한 밤에 여러 문제가 일어나자 정부는 통금으로 사람들을 못 다니게 하지 못하는 대신, 영업 제한 시간을 걸어서 밤에 갈 수 있는 곳이 없게 만듭니다. (9시까지밖에 못 놀던 작년 영업 제한이 아롱아롱 떠오르네요) 이런 상황에서 궁여지책으로 시작된 게 록카페였대요. 록카페는 록 스피릿이 터질 것 같은 이름과 달리,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 같은 당시 유행하던 힙합 대중음악이 주를 이루는 곳이었다고 하고요. 서서 춤을 추면 영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테이블에서 술 마시다가 흥이 나면 테이블 치우고 소소하지만, 확실한 자신의 무대를 개척해야 했답니다. 그래서 의자와 책상도 가벼운 아이템들을 선택했대요. 록카페는 강남, 강북 할 것 없이 많았지만, 대학가가 집결되어 있던 신촌 일대의 록카페는 당시 젊은이들에게 가장 기본값으로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강남은 당시에도 오렌지족으로 대표되는 돈 많은 학생들이 즐겨 가는 경우가 많았다네요. <응답하라 1994>가 배경으로 신촌을 선택한 것도, 당시 X세대로 대표되는 20대들을 가장 일반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활동지가 신촌이었기 때문이라고 해요. 

뉴스에 나온 당시 90년대 신촌 대학가

신촌에서 인기를 끌던 록카페는 드라마에서도 등장하는 <스페이스>, <롤링스톤즈> 등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1996, <롤링스톤즈>에 불이 나서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록카페 단속이 심해졌다고 해요. 이에 따라, 록카페로 명맥을 이어 나갈 수 없던 젊은이들이 춤추고 술 마시는 장소는 점점 클럽으로 변해 가기 시작합니다.

당시 록카페가 궁금하다면? 신촌 우드스탁

신촌 우드스탁 [출처 : 동아일보]
신촌 우드스탁 [출처 : 동아일보]

록도 안 틀고 카페도 아니었지만, <록카페>였던 X세대의 집합소는 2023년인 현재 거의 다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젊은이들의 양지였던 신촌도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그런데도 신촌 곳곳에는 아직, 지난날의 영광을 품고 있는 장소들이 있어요. <우드스탁>은 그 장소 중에서도 그 시절 록카페의 향수를 잘 간직하고 있는 멋진 장소입니다. 30년 가까이 신촌을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 우드스탁엔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보관된 기록과 음반들이 가득해요. 지금은 갈 수 없는 그 시절의 응답이 간절한 날엔 우드스탁에 방문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먼지 살짝만 걷어내면 그 시절 새롭게 태어났던 신인류의 흔적이 거기 그대로 있으니까요.

오늘은 도대체 정체를 알 수 없는, 신인류의 핫플레이스 록카페를 담았습니다. 다음 주에도 지금은 없지만 분명 거기 있었던 사람, 장소, 이야기로 찾아올게요. 다가오는 봄, 무엇 하나 놓치지 않고 온전한 계절 속에 계세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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