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널 사랑해 :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 보니-

2026.08.25 | 조회 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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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님, 안녕하세요. 한 주간 잘 지내셨나요? 며칠 사이 우리가 나누는 편지에 변화가 생겼어요. <낭만 장아찌 주문 배송>이 <유실물 보관소>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뉴스레터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면에서 인사 나누고 싶어서 좀 더 넓은 범위의 이름을 가져왔어요. 늘 그랬듯 지나치다 보니 거기 두고 온 지난 이야기들 잘 보관하고 있다가 꺼내 드릴게요.

오늘은 지난주에 살짝 예고했던 것처럼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 이야기를 가져왔어요. 그럼 시작해 볼게요.

젖소 200마리가 쏘아 올린 바나나맛 우유

우유 먹는 어린이들 [출처 : 조선일보]
우유 먹는 어린이들 [출처 : 조선일보]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는 1974년생입니다. 우유가 생소했던 50년 전에 바나나맛 우유를 출시할 수 있었던 배경엔 박정희 대통령의 서독 방문이 있었다고 합니다. 한국 국민도 서독 학생들처럼 우유를 먹었으면 한다는 박 대통령의 말에 서독 정부는 젖소 200마리를 지원해 주었다고 하는데요. 문제는 대한민국 어린이들은 서독 어린이들처럼 우유가 친숙하지 않은 상태였다는 것이었어요. 심리적으로도 그렇고 신체적으로도 그랬습니다. 유당분해 효소가 부족하다 보니 우유만 먹었다 하면 화장실로 달려가기 바쁜 사람도 많았다네요. 아무튼 우유는 받아왔는데 정작 인기는 없던 난감한 상황. 우유 소비를 늘리려는 분위기 속에 빙그레의 전신인 대일 유업은 바나나맛 우유를 구상합니다.

바나나 먹는 기영이 [출처 : 만화 <검정 고무신>]
바나나 먹는 기영이 [출처 : 만화 <검정 고무신>]

당시만 해도 바나나는 부잣집에서나 맛볼 수 있는 동경의 과일이었습니다. 수입제한 품목이었기 때문에 아무나 먹을 수 없었거든요. 귀한 바나나와 아직은 생소한 우유의 만남은 바나나 먹을 형편이 안 되었던 대중의 환심을 사기 충분했던 모양입니다. 실제 바나나가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바나나처럼 노랗고 달콤했던 바나나맛 우유는 삽시간에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보급형 달항아리, 단지형 바나나 우유

바나나 우유 [출처 : 빙그레]
바나나 우유 [출처 : 빙그레]

바나나 우유의 인기 요인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용기 아닐까요? 사실 시그니처 단지 모양은 유통이 불편하다고 합니다. 배가 툭 튀어나와 있으니 한 번에 많이 담을 수도 없고 매대에 많이 올릴 수도 없대요. 52년 전만 해도 우유 포장 용기는 유리병 아니면 비닐 팩이 전부였습니다. 대일 유업은 차별점을 주기 위해 폴리스타이렌이라는 반투명 용기를 사용하는데요. 바나나를 닮은 노란색이 더 돋보이게 하는 방법이었다고 합니다.

달항아리 [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달항아리 [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항아리 모양으로 채택한 건 도자기 박람회에서 만난 달항아리 덕분이라고 하는데요.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건 두 항아리가 만드는 과정도 비슷하다는 점이었어요. 백자대호라 불리는 달항아리가 좌우 비대칭인 까닭은 위쪽 절반과 아래쪽 절반을 따로 만들어서 가마에 넣을 때 붙여 넣기 때문인데요. 바나나맛 우유 용기 역시 위와 아래를 따로 만들어 접합하는 방식으로 만든다는 점이 재밌었어요. 해외에서 널리 사랑받는 달항아리처럼 단지형 바나나맛 우유 역시 해외 팬이 많다고 들었는데요. 둥글둥글 귀여운 모양새엔 확실히 지구인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나 봐요. 어느 하늘에서나 달은 뜨기 때문이려나요.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바나나맛 우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에요. 김창완 님의 목소리는 먼 세월을 불러오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코브라 나오는 마술피리처럼 잠들었던 서정이 불쑥 올라오는 느낌이랄까요.

첨부 이미지

바나나가 우르르 쏟아지는 냉장고 풍경과 원숭이가 바나나와 우유를 맞바꾸고 가는 쿠키(?)까지 다시 봐도 참 귀엽네요. 오랜만에 봐도 좋아서 영상 링크를 같이 올려 둡니다.

목욕탕 양대 산맥 : 서울 커피우유와 바나나맛 우유

출처 : 서울우유협동조합
출처 : 서울우유협동조합

목욕 후 마시는 음료 하면 바나나 우유와 쌍벽을 이루는 게 또 서울커피우유 아니겠습니까? 업체는 다르지만 서울커피우유도 삼각형의 독특한 포장이 시그니처가 됐지요. 회수해야 하는 유리병 포장보다 편리한 포장 용기를 찾던 결과라고 하네요. 서울 커피우유의 별명인 '커피포리' 역시 포장 재질인 폴리에틸렌에서 비롯된 이름입니다. 

출처 :국립민속박물관
출처 :국립민속박물관

바나나가 들어가지 않던 원조 바나나맛 우유와는 달리 커피 우유엔 실제 커피가 들어가서 카페인도 함유되어 있습니다. 아, 요즘 바나나 우유에는 실제 바나나 농축과즙이 1% 정도 들어간다고 하네요.

문득 궁금해졌어요. 왜 목욕이 끝난 후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바나나맛 우유를 마시고 커피 우유를 마셨을까요? 찾아보니, 서울우유에서 출시한 커피포리와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는 1974년생으로 나이가 같습니다. 마침, 이맘때를 기점으로 대중목욕탕이 일파만파 생겨나기 시작했대요.

그림책 <바나나 우유 목욕탕> 
그림책 <바나나 우유 목욕탕> 

게다가, 우유는 다른 음료에 비해 든든해서 간식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보니 목욕탕에서 한바탕 에너지를 쓰고 나오며 마시기에 여러모로 탁월했던 거 같아요. 전국 각지 대중목욕탕에서 냉탕 수영 후 바나나맛 우유를 마신 어린이들이 훗날 어른으로 자라 빙그레 입사를 꿈꾼 모양이에요. 너무 많은 지원자가 목욕탕 일화로 지원동기를 밝힌 탓에 급기야 빙그레는 자기소개서에 지원동기를 생략하게 되었다나요.

첨부 이미지

오늘은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의 이야기를 들려드렸습니다. 어느덧 2026년 8월의 마지막 주네요. 목욕 후 마신 바나나 우유 한 모금처럼 달콤하고 개운하게 한 달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다음 주에 또 재미있는 이야기 가져올게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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