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리게임의 명작 이브(Ib). 주인공이 방문한 미술관에서 아름답고도 무서운 세계로 빠져들어 그곳에서 탈출하는 이 게임은 지금도 상업화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필자가 중국 상하이에서 체험한 돌스 하우스(DOLLS' HOUSE)라는 몰입형 엔터테인먼트(이머시브 시어터)는, 바로 이 이브를 직접 체험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이브와 돌스 하우스의 스토리는 전혀 다릅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뼈대가 되는 플롯은 꽤 비슷합니다.
예전에 체험한 인세인(INSANE)도 상당한 충격이었지만, 돌이켜보면 그때는 몰입형 엔터테인먼트의 겉면만 이해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 돌스 하우스는 너무나도 이브를 연상시켰고, 덕분에 "게임 속으로 들어가는 경험"이 가져다주는 진짜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체험형 이브라 할 수 있는 돌스 하우스를 통해 중국의 몰입형 엔터테인먼트를 살펴봅니다.
가상현실을 둘러싼 두 가지 큰 흐름
지금 중국 엔터테인먼트계에서는 게임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게임→현실"이라는 방향입니다. 2025년 중국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왕자영요(Honor of Kings)*에서는 한 가지 흥미로운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가상 세계에서의 성공과 유대를, 운영사인 텐센트의 강점인 채팅 앱·SNS와 오프라인 이벤트를 통해 인간관계 구축이나 사회적 지위로 연결하는 움직임입니다.

게임이라는 가상 세계가 현실의 삶 속으로 침투함으로써, 플레이어의 성공 경험을 서로 확장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반대 방향인 몰입형 엔터테인먼트의 "현실→게임"은 무엇을 가져다줄까요. 왜 중국의 젊은이들은 허구의 세계로 뛰어드는 걸까요.
돌스 하우스를 체험형 이브로 놓고 보면, 그 이유를 훨씬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망막에 새겨지는 "아름다운 공포"
돌스 하우스를 포함한 중국의 몰입형 엔터테인먼트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일본에서는 좀처럼 경험하기 어려운 철저한 공포 연출의 퀄리티입니다.

'약간 무서움(微恐)'이라고 적혀 있지만 실제로는 극강의 공포입니다. 중국의 '약간 매움(微辣)'이 실제로는 극강의 매운맛인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압도적인 어둠
이런 공연은 일반적으로 최소 4인에서 최대 6인 팀으로 진행됩니다. 하지만 일행이 있어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공연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주치게 되는 것은, 일본의 소방법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진짜 어둠입니다.

말 그대로 눈앞도 보이지 않고, 내 손조차 찾을 수 없는 완전한 암흑입니다. 희미한 빛에 의지하지 않으면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습니다. 어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단계에서 이미 포기하고 싶어질 겁니다.
오감으로 죽음을 예감하게 만들다
게임의 공포 연출이 빛과 소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과 달리, 돌스 하우스는 현실적인 죽음을 예감하게 만듭니다.
- 코를 찌르는 탄 냄새
- 손끝에 닿는 질감
- 축축한 공기
- 희미한 열기를 품은 불꽃.
연출이라고는 해도, 이런 자극들은 생존 본능에 직접적으로 위험 신호를 보냅니다.

조금씩 무너지는 희망
공포 콘텐츠에 참여하는 사람 중에는 "어차피 손님이니까 괜찮다", "규칙이 있으니까"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돌스 하우스에는 특히 그런 기대를 하나씩 무너뜨리는 연출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행렬 중간에 있으면 안전하겠지"라는 생각은 통하지 않습니다. 행렬 한가운데를 노린 연출이 따로 있고, 의도적으로 그룹을 분산시키는 장치도 있습니다.

돌스 하우스는 시작 전에 공포 강도를 선택할 수 있는데, 가장 높은 레벨을 고르면 실제로 공격을 받습니다. 닿을 듯 말 듯한 수준이긴 하지만, 진짜로 신체 접촉이 있습니다.
도망칠 곳 없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참가자는 단순한 관객이 아니라 자신의 몸으로 이야기를 직접 살아내야 합니다.
공포가 예술로 바뀌는 연출
중국의 몰입형 엔터테인먼트는 귀신의 집을 못 견디는 사람이라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할 만큼의 긴장감을 자아냅니다. 하지만 이 작품들이 놀라운 이유는, 바로 그 공포가 몸서리칠 만큼 아름답다는 점입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 강렬한 빛과 함께 괴이한 존재가 눈앞에 나타나는 순간. 찰나에 망막에 남는 잔상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처럼 눈에 박혀듭니다.

스트로보 효과로 순간순간 포착된 괴이한 존재의 모습은, 마치 미술관의 전시물이나 액자 속 그림처럼 정지된 것처럼 보입니다. "너무 무섭지만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상반된 감정. 공포에 비명을 지르면서도 동시에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는 경험입니다.
공포에서 감동으로의 카타르시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돌스 하우스는 굉장히 무섭지만, 이 공포 체험의 끝에는 전율할 만한 감동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브를 플레이하고 난 뒤의 느낌과 똑같습니다.
이야기의 도입부, 참가자들은 "왜 이런 무서운 일을 겪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어둠 속으로 내던져집니다. 이 시점에서는 그저 공포에 떠는 수동적인 존재일 뿐입니다.
하지만 탐색을 이어가며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사이, 이야기의 핵심으로 조금씩 다가가게 됩니다. 처음에는 그저 탈출하기 위한 행동이었던 것이, 어느새 능동적인 것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그리고 돌스 하우스에는 서술 트릭이 있습니다. 후반부에 이 트릭을 깨닫는 순간, 지금까지 보아온 모든 장면이 180도 뒤집힙니다.

복선으로서의 공포
트릭이 밝혀지면 "왜 나는 이 공포를 겪어야 했는가", "그들의 행동에는 어떤 의미가 있었는가"라는 점들이 하나로 이어집니다.
동시에, 그토록 두려워했던 공포가 사실은 구원 없는 이야기의 파편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 이야기를 움직이는 동기는 이브와 마찬가지로, '가짜'가 품은 순수하고 애절한 소망입니다.
이 진실을 알고 나면, 지금까지의 공포 연출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코를 찌르던 탄 냄새가 무엇이었는지, 왜 불꽃 연출이 필요했는지. 모든 것에는 그래야만 했던 이유가 있었다는 것을, 비로소 이해하게 됩니다.

감정을 뒤흔드는 연기력
이 글을 읽고 플롯을 미리 알게 된 후라도, 돌스 하우스의 감동은 색이 바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눈앞에서 펼쳐지는 배우들의 연기력입니다. 절규하고, 몸을 떨고, 눈물을 흘리는 그 연기는 틀림없이 보는 이의 감정을 뒤흔들고, 영혼이 깎이는 듯한 체험을 안겨줍니다.
중국의 몰입형 엔터테인먼트는 배우의 연기력으로 참가자를 이야기의 가장 깊은 곳까지 끌어당깁니다.
경험해본 적 없는 카타르시스
"압도적인 공포"가 "깊은 감동"으로 뒤바뀌는 이 강렬한 카타르시스야말로, 중국 몰입형 엔터테인먼트가 도달한 진정한 경지입니다.
직접 몸으로 느낀 죽음의 예감이 결국에는 사랑으로 승화된다. 그야말로 이브라는 게임 속으로 들어가는 체험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몰입형 엔터테인먼트의 가치 ①: 자기 증명
여기서부터는 몰입형 엔터테인먼트가 지닌 "현실→게임"이라는 가치에 대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돌스 하우스에서 공포가 감동으로 바뀌는 순간, 하나의 확신을 얻게 됩니다. "이 공포는 헛된 것이 아니었고,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는 실감입니다.
필자는 몰입형 엔터테인먼트가 가져다주는 진정한 가치 중 하나가 바로 이 "자기 증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캐릭터를 조작하고 때로는 공략 사이트나 해설 영상에 의존하는 일반 게임도 물론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몰입형 엔터테인먼트에서 얻을 수 있는 성취감은 차원이 다릅니다.
어둠 속에서 발이 굳고, 공포에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는다. 자신의 나약함을 온몸으로 마주하면서도, 결국 스스로 이야기를 끝낸다. 이 과정에서 얻어지는 것은 진정한 주체성입니다.

강함의 확장과 존재의 증명
서두에서 언급한 게임을 둘러싼 두 가지 흐름에는 이런 차이가 있습니다.
"게임→현실"은 가상 세계의 성공 경험을 현실 세계에 반영하는 것이었습니다. "현실→게임"은 자신의 가치를 가상 세계에서 증명하고, 그것을 현실로 가져오는 것입니다.
약함을 드러내면서도 결국 이야기의 진실에 도달한다. 현실로 돌아왔을 때, 참가자는 이야기의 주인공으로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게 됩니다.
몰입형 엔터테인먼트의 가치 ②: 좁고 깊은 유대
몰입형 엔터테인먼트가 가져다주는 또 하나의 큰 가치는 인간관계의 깊이입니다. 현대의 SNS가 얕고 넓은 교류를 만들어내는 도구라면, 몰입형 엔터테인먼트는 그 정반대에 위치합니다.
혼자서는 다 회수할 수 없는 복선
죽음과 삶의 강렬한 대비가 만들어내는 체험이 참가자들 사이의 결속을 높이는 것은 당연합니다. 거기에 더해 돌스 하우스도, 인세인도 그 매력 중 하나는 촘촘하게 깔린 복선입니다.
그 때문에 공연장을 나온 뒤에는 참가자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답 맞추기 시간이 시작됩니다. 스토리와 복선을 하나씩 맞춰가는 대화는 강한 연대감을 만들어냅니다.
현대에 탄생한 의례
필자에게 이 "생사의 대비"에서 생겨나는 "존재 증명"과 "강한 유대"는, 일본의 온바시라 축제나 야마부시 수행 같은 전통과 겹쳐 보입니다.

이것들 역시 신체적 고통과 죽음의 예감을 함께 나눔으로써, 흩어진 집단을 하나의 단단한 공동체로 변모시키는 통과의례였습니다.
마음의 인프라
여기서부터는 필자가 생각하는, 중국에서 게임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가 활발한 이유입니다. 아마도 이러한 움직임은 제로 코로나 정책이 낳은 깊은 단절, 그 이후의 반작용일 것입니다.

제로 코로나 정책 아래에서 많은 사람들이 장기간 격리되었습니다. 업무와 학업의 온라인화, 전자상거래 등 디지털화로 일상은 유지되었지만, 이런 방식의 교류가 가속될수록 현실에서의 직접적인 교류는 점점 사라져 갔습니다.
디지털은 정보를 주고받기에는 편리하지만, 인간이 생물로서 본능적으로 필요로 하는 실존적 감각을 채워주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게임→현실", "현실→게임"이라는 움직임이 활발한 이유는, 디지털화로 잃어버린 본능적인 욕구를 되찾으려는 시도처럼 보입니다.
세대가 요구하는 정서 인프라
인세인을 운영하는 유엠이플레이(UMEPLAY)의 대표는, 핵심 이용자층이 "15세에서 35세"이며 "여성이 많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 연령층은 대부분의 소통이 디지털로 완결되는 세대입니다. 오토메 게임 이벤트처럼, 효율화된 세계에서는 채워지지 않는 정서적 연결을 찾는 여성들이 많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얼핏 보면 중국의 몰입형 엔터테인먼트는 그냥 공포 콘텐츠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극한 상태에서 서로의 감정을 공명시키고 고독을 채우는 정서 인프라입니다.
디지털화와 AI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는 일본에서도, 같은 요구는 틀림없이 확산될 것입니다.
필자는 체험형 이브인 돌스 하우스를 통해, 중국에서 몰입형 엔터테인먼트가 유행하는 이유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시대의 요청임을 확신했습니다. 그리고 이 몰입형 엔터테인먼트야말로 중국에서 가장 추천하고 싶은 콘텐츠입니다.
체험이 끝나고 밖으로 나온 후, 현실이 꽤 다르게 보일 것입니다.
본 콘텐츠는 2026년 2월 1일 필명 '상하이에 거주하는 에이짱'님이 발행한 "中国の体験型『Ib』と没入型エンタメの効用" 아티클을 번역한 것입니다.
저는 전문 번역가가 아니기 때문에 오역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본 글은 원저작자의 요청에 따라 불시에 삭제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