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번역] 비합리가 낳은 중국의 걸밴드 열풍

경쟁과 효율만을 강요하는 중국 사회에서 '약자의 존엄'이라는 금기를 건드린 일본 걸밴드 작품들이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정작 중국에서는 사회적·산업적 제약으로 인해 같은 작품이 만들어질 수 없다는 역설을 담고 있다.

2026.02.22 | 조회 109 |
0
|
0xPlayer의 프로필 이미지

0xPlayer

-

첨부 이미지

중국에서는 '봇치 더 록!' 'MyGO!!!!!' '걸스밴드크라이' 같은 일본 걸밴드 작품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첨부 이미지

이 세 작품이 사회 현상이라 할 만한 붐을 일으키는 반면, 중국산 걸밴드 작품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입니다. 왜 중국 젊은이들은 이토록 일본 걸밴드 작품에 열광하는 걸까요. 그리고 왜 중국은 이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걸까요. 이 글에서는 그 배경이 되는 중국 사회와 산업 구조를 중심으로 그 이유를 살펴봅니다.


'중전소녀밴드'와 쥐 문학

'걸스밴드크라이'는 일부에서 '중전소녀악대(中专少女乐队)'라고 불립니다.

첨부 이미지

'중전(中专)'은 중등전문학교, 즉 기술이나 기능을 배우는 직업학교를 뜻합니다. 학벌 지상주의가 팽배한 중국에서 이 단어는 입시 경쟁의 낙오자, 혹은 사회 밑바닥을 가리키는 멸칭으로 쓰입니다.

'중전'이라는 말에는 중국의 가혹한 학벌 사회뿐 아니라, 계층의 고착화와 그에 따른 무력감까지 담겨 있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듯 2023년에서 2024년 사이, 중국 SNS에서는 '쥐 문학(鼠鼠文学)'이라는 말이 유행했습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쥐'는 자기 자신을 비하하는 자조의 상징입니다.

첨부 이미지

'쥐 문학'은 치열한 경쟁에서 도태된 절망과 허무감을 체념 섞인 유머로 풀어내는 인터넷 밈으로 확산됐습니다.

첨부 이미지

2류 대학에 다니는 나는 1류 대학이 정말 부럽다. 누가 "어느 대학 다녀요?" 하고 물으면 처음엔 당당하게 대답했다. 근데 학교 이름을 말하는 순간 상대방이 갑자기 차가워지거나 무시하는 경험을 몇 번 겪고 나서… 점점 사람들 앞에서 내 학교를 말하기가 힘들어졌고, 이제는 그런 질문 자체가 무서워서 피하게 됐다.

이전에 소개한 '중등전문학교 쥐의 대모험'이라는 작품도 이 쥐 문학의 일종입니다.

더 보기오후 11:41

이 작품이 시사하듯, 중국에서 '중전'이라는 딱지가 붙은 사람들은 사회의 최하층으로 여겨집니다. 당연히 값비싼 악기를 사고 밴드를 결성할 만한 경제적·정신적 여유 같은 건 없습니다.

'걸스밴드크라이'의 멤버 대부분은 고등학교 중퇴자이지, 중전생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중국에서 '중전소녀밴드'라 불리는 이유 중 하나는, 중국 사회에서 이런 이야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앞으로 공장에서 일하게 될 소녀들이 재학 중에 볼 수 있는 마지막 환상"으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낙서와 무언의 항의

중국 젊은이들은 이 학벌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이를 잘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습니다. 한때 SNS에서 낙서 하나가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알겠습니다, 선생님. 그런데 재능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되나요. 그들의 인생은 처음부터 낭비된 걸까요. 선생님, 왜 대답해 주지 않나요.
알겠습니다, 선생님. 그런데 재능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되나요. 그들의 인생은 처음부터 낭비된 걸까요. 선생님, 왜 대답해 주지 않나요.

낙서는 이후 직원에 의해 지워졌습니다.

낙서 속 그림의 주인공은 나타(哪吒)였습니다.
낙서 속 그림의 주인공은 나타(哪吒)였습니다.

중국에서 나타는 '숙명에 맞서 자신의 힘으로 성공을 쟁취하는 영웅'의 상징입니다. 이 삭제는 "불평하지 말고 운명을 극복하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리고 이 일이 있은 뒤, SNS에서는 지워진 낙서 자리에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배치한 게시물이 잇따랐습니다.

아사히나 마후유('프로젝트 세카이'), 스가와라 코시('하이큐!!'), 록 리('나루토'), 치이카와, 사카타 긴토키('은혼'), 히나타 하지메('슈퍼 단간론파2'), 모브('모브사이코 100')
아사히나 마후유('프로젝트 세카이'), 스가와라 코시('하이큐!!'), 록 리('나루토'), 치이카와, 사카타 긴토키('은혼'), 히나타 하지메('슈퍼 단간론파2'), 모브('모브사이코 100')

이 캐릭터들에서는 '재능의 부재', '노력과 한계', '있는 그대로의 자신 / 평범함에 대한 긍정'이라는 공통된 정서가 읽힙니다.

낙서의 핵심 질문인 "재능 없는 자의 인생은 처음부터 낭비된 것인가?"에 대해, 나타의 메시지는 "운명을 이겨라, 이기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는 강자의 논리입니다. 반면 젊은이들은 그 자리에 록 리와 치이카와를 세움으로써, "이기지 못해도, 재능이 없어도, 살아있다는 것 자체에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생존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낙서와 항의에서 드러나는 것은 사회와 개인 사이에서 충돌하는 두 층위입니다. 사회는 "성공하도록 노력하라"고 요구하는 반면, 젊은이들이 원하는 건 그냥 '살아갈 권리'입니다. 즉 '중전소녀밴드'라는 말은 학벌 사회가 만들어낸 차별어인 동시에, 사회가 인정하지 않는 것 — 약자가 있는 그대로 인정받는 이야기에 대한 갈망이기도 합니다.

위 작품을 모티브로 한 매장과 팝업 스토어. 필자는 일본보다 중국에서 더 인기가 높다고 느낀다
위 작품을 모티브로 한 매장과 팝업 스토어. 필자는 일본보다 중국에서 더 인기가 높다고 느낀다

약자의 존엄이라는 매력

지금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세 걸밴드 작품의 주인공들은 공통적으로 사회적 결함을 안고 있습니다. '봇치 더 록!'의 고토 히토리는 심각한 사회 부적응자이고, 'It's MyGO!!!!!'의 다카마츠 토모리는 감각이 어긋나 주변과 좀처럼 어울리지 못하며, '걸스밴드크라이'의 이세리 니나는 학교를 중퇴합니다.

이들이 중국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는, 아마도 중국 사회가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공리주의 때문일 것입니다.

부품으로서의 인간

중국의 국가 모델은 어느 분야에 자원을 집중할지를 위에서 아래로 규정하고, 가장 빠른 성과를 요구합니다. 이 사회에서 교육도 인간도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부품'으로 취급됩니다. 앞서 언급한 '중전'은 그 부품, 즉 공장 노동자를 공급하는 기관입니다.

걸밴드는 생산성 없는 쓰레기

이 시스템에서 국가 발전에 기여하지 않는 걸밴드나 낙오된 젊은이들의 고뇌는 생산성 없는 '쓰레기'나 다름없습니다. 그런 곳에 인적·금전적 자원을 쏟아붓는 것은 합리적인 판단으로 여겨지지 않으며, 투자 대상도 되지 못합니다.

'중등전문학교 쥐의 대모험'의 결말. 주인공은 쓰레기로 버려진다.
'중등전문학교 쥐의 대모험'의 결말. 주인공은 쓰레기로 버려진다.

쓰레기더미 속의 빛

일본 걸밴드 작품이 그리는 것은 사회의 주류가 되지 못한 소녀들이 어떻게 자기답게 빛날 수 있는가 하는 이야기입니다. '성공에만 가치가 있다'는 중국 사회에서는 성립할 수 없는, 말하자면 궁극의 금기입니다.

일본의 세 작품이 중국 젊은이들에게 정확히 들어맞은 건, 사회가 비효율적이고 무익하다는 이유로 잘라낸 '약자의 존엄'이라는 공백을 건드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테마는 중국의 사회 이데올로기와 쉽게 양립하지 않습니다. 냉전 시기 소련에서 청바지가 '타락한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낙인찍혀 수입·판매가 제한됐던 것처럼, 중국에서 같은 맥락의 걸밴드 작품을 만드는 데는 그때와 닮은 사회적 제약이 존재합니다.


산업 구조의 제약

사회적 제약 외에도 산업 구조 자체가 걸밴드 작품 제작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중국 애니메이션 산업은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이나 대형 게임사의 투자로 굴러가는 수직 통합 모델이 주류입니다. 히트한 IP를 게임화하고, 거기서 얻은 수익을 다시 애니메이션 제작에 투입하는 순환 구조로 점점 재편되고 있습니다.

2차원 서플라이 체인. 애니메이션·만화·게임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2차원 서플라이 체인. 애니메이션·만화·게임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 사이클을 효율화하기 위해 중국에서는 캐릭터 모델을 게임과 애니메이션에서 함께 쓰기 쉬운 3D 애니메이션이 주류로 자리 잡았습니다.

첨부 이미지

음악 애니메이션의 낮은 가성비

이 시스템에서 음악물은 가성비가 극히 나쁜 장르입니다. 영상 제작비에 더해 극중 곡의 작·편곡, 전문가 연주, 성우의 노래·연주 트레이닝까지, 다른 장르에서는 생기지 않는 비용이 줄줄이 따라옵니다.

특히 악기 연주 장면은 난관입니다. 동작과 음악의 싱크가 조금만 어긋나도 몰입감이 깨지기 때문에, 연주에 정통한 전문 스태프를 갖추고 세밀하게 조율하는 작업은 제작 현장에 상당한 부담입니다.

첨부 이미지

수익화도 문제입니다. 음악 애니메이션을 게임화하면 자연스럽게 리듬 게임으로 귀결되는데, 현재 중국 게임 시장의 주류는 고수익을 내는 MMO류 가챠 게임입니다. 걸밴드 소재는 고수익 모델로 전환하기가 어려운 탓에, 제작비는 높고 리턴은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투자자들에게 외면받습니다.

이공계 엘리트 감독과 각본가의 부재

제작 현장에도 걸밴드 작품이 나오기 어려운 구조적 이유가 있습니다.

3D 애니메이션이 주류가 된 지금의 중국에서는 수백에서 수천 명 규모의 스태프를 이끄는 높은 관리 능력이 요구됩니다. 그 결과 예전처럼 미대 출신 아티스트가 감독을 맡는 대신, 기술력과 논리적 사고에 강한 이공계 출신 감독이 늘었습니다.

첨부 이미지

현장의 효율은 올라가고 기술력도 비약적으로 향상됐지만, 각본의 위상은 여전히 낮습니다.

어느 애니메이션 영화의 예산 5~6천만 위안 중 각본료는 2만 위안
어느 애니메이션 영화의 예산 5~6천만 위안 중 각본료는 2만 위안

중국에서는 감독이 각본을 겸임하거나 경험 없는 신인이 하청을 받는 경우가 많아, 스토리나 캐릭터의 내면을 깊이 파고들지 못한다는 문제가 고질적으로 따라붙습니다.

상하이의 각본가 구인 공고. 월급 6,000~1만 위안으로 처우가 낮다.
상하이의 각본가 구인 공고. 월급 6,000~1만 위안으로 처우가 낮다.

완벽하기에 그릴 수 없는 감정

고도의 기술로 만들어진 정밀한 3D 모델은 완벽한 미형(美形)을 요구받습니다.

첨부 이미지

하지만 일본 걸밴드 작품에 필요한 건 투박한 표현, 그리고 제멋대로에 불합리한 소녀들의 뒤엉킨 감정입니다. 깔끔한 정답이 없는 그 감정들이야말로 핵심입니다.

첨부 이미지

결정적인 문제는 만드는 사람과 보는 사람 사이의 간극입니다. 감독들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올라온 사회의 성공자이자 엘리트입니다. 이 글에서 소개한 음식 배달 사례처럼, 그들에게 사회 밑바닥의 절망은 이해의 범위 밖에 있는 미지의 영역입니다.

현장을 알면, 있을 수 없는 판타지
현장을 알면, 있을 수 없는 판타지

중국의 애니메이션 제작 시스템은 효율과 정답을 추구하는 거대한 공장입니다. 걸밴드 작품이 담아내는 비효율적이고 답 없는 이야기는 그 안에서 설 자리가 없습니다. 이 시스템이 잘 돌아갈수록, 팬들이 원하는 것은 오히려 점점 멀어집니다.

시대를 초월한 공통의 아픔

한때 이 걸밴드 작품들은 특정 층을 위한 틈새 장르에 불과했습니다. 작품 속에 그려지는 '소통 장애', '등교 거부', '좌절'. 이 테마들은 일본이 버블 붕괴 이후 오랜 세월에 걸쳐 정면으로 마주해온 아픔입니다.

한편 중국은 21세기 들어 세계에서 가장 빠른 디지털화를 이뤄낸 나라입니다. 그 놀라운 발전의 이면에서 사회는 비효율적인 것들을 끊임없이 잘라내왔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이 걸밴드 작품들은 중국의 시각에서 보면 '산업적 효율'을 무시한 채 '사회적 쓰레기' 속에서 인간성을 찾으려는, 극히 비합리적인 존재입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중국 젊은이들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경제 발전의 과정에서 버려진 그 비합리적인 인간성이 아닐까요.

효율을 과감히 내던지고 소수의 깊은 공감만을 향해 벼려진 테마. 그것이 뜻하지 않게, 경쟁과 효율화 속에서 마음이 닳아버린 현대 중국 젊은이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본 콘텐츠는 2026년 1월 21일 필명 '상하이에 거주하는 에이짱'님이 발행한 "非合理が生んだ中国のガールズバンド人気" 아티클을 번역한 것입니다.

저는 전문 번역가가 아니기 때문에 오역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본 글은 원저작자의 요청에 따라 불시에 삭제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0xPlayer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다른 뉴스레터

© 2026 0xPlayer

-

뉴스레터 문의lowell9195@gmail.com

메일리 로고

도움말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채팅으로 문의하기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광장로 199, 5층 501-8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