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단계에서 언제나 두 가지 질문을 던져요.
‘지금 왜 필요한가? 무엇을 줄 수 있는가?’
트렌드와 단순 흥미도 중요한 요소지만, 결국 오래 남는 책이 되려면 이 책만이 전할 수 있는 실질적인 가치가 있어야 하거든요.유노북스 편집자 정현석 님
Q. 안녕하세요 현석 님!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유노북스’ 출판사에서 기획과 편집을 맡고 있는 정현석입니다📖
Q. 유노북스 기획편집부에서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있나요?
말 그대로 도서 기획과 편집, 교정과 교열을 하고 있습니다. 주로 자기계발서 분야를 담당하고 있고요.
참고로 저희 회사의 정식 명칭은 ‘유노콘텐츠그룹(주)’으로, ‘유노북스’, ‘유노책주’, ‘유노라이프’ 등의 사내 브랜드가 있는데요. 그중 제가 소속된 유노북스 팀은 [자기 계발/경제 경영/인문 교양] 이렇게 3가지 분야의 도서를 출판하고 있습니다.
Q. 요즘 자기계발서가 많이 출판되고, 연예인들이 자기계발서를 추천하는 경우도 종종 있잖아요. 예컨대 <나혼자산다> ‘하석진’ 님과 아이브 ‘장원영’ 님이 유노북스의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강용수, 2023)를 추천하면서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었죠.
현석 님께서 자기계발서를 기획·편집하면서 발견한 특별한 트렌드나 흥미로운 특징이 있나요?
요즘 출판시장에서 미디어와 연예인 등 인플루언서의 힘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게 실감이 돼요. 최근 한국 독자들이 철학적 지식과 특유의 해탈한(?) 분위기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것 같은데, 출판계에서 특히 이 부분을 잘 집어내고 있죠.
문학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출판 업계에 들어온 저는 자기계발서를 담당하면서 보다 직설적이고 실용적인 화법을 익히게 됐어요. 처음에는 자기계발서 특유의 직설적인 표현 방식이 다소 어색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독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강점이 있다는 점을 매력으로 느끼게 됐죠.
Q. 한 권의 책이 출판되기까지의 전반적인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도서 출판은 💡기획 → ⌨️편집 및 교정→ 📚제작 → 📊출간 후 마케팅과 후속 관리의 과정을 거쳐요.
[도서 출간 과정]
① 💡기획
- 아이템 선정 및 적합한 작가 섭외
- 작가와 협의 후 샘플 원고 받아 출간 계획안 작성, 내부 승인 후 출간 계약 체결
② ⌨️편집 및 교정
- 원고 도착 시 PC교 진행 (차례, 장제목, 소제목, 체크포인트, 별면 등 추가)
- 교정 진행 : PC 교정 → 인쇄본 교정(2~n교) → 크로스 교정 (편집장 검수) → 최종 검수 (OK 교)
- 교정과 동시에 제목 회의 및 본문 디자인, 표지 디자인 진행
- (번역서의 경우, 번역된 제목과 표지를 에이전시와 공유해 최종 승인)
③ 📚제작
- 표지와 본문이 완성되면 최종 검수 후 인쇄
- 편집자는 마감 후 보도 자료 작성 및 다음 도서 준비
④ 📊 출간 후 마케팅과 후속 관리
- 마케터가 광고, MD 미팅, 자사채널 카드뉴스 제작
- 필요 시 개정판 작업, 저자 요청 시 추가 수정 작업 진행
- 전자책 등록 완료 시 전반적인 과정 마무리
Q. 정말 한 권의 책이 출판되기까지 마감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겠네요.
네, 맞아요. 마감날에는 맛있는 걸 먹으면서 나름의 책거리를 한답니다😁
Q. 말씀해주신 과정이 완료되기까지는 얼마나 걸리는 편인가요?
짧게는 1달, 길게는 2달 반 정도까지 걸리는 것 같아요.
[다만 이는 일반적인 단행본 출판에 국한된 이야기고, 동화책, 교과서, 대학 교재 등 다른 분야는 또 다른 체계가 있습니다.]
Q. 기획과 편집, 그리고 교정까지 모든 과정을 아우르기에 정말 바쁠 것 같아요. 그렇다면 편집자로서 일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기획 단계에서의 추상적인 소재와 아이템이, 실제 책으로 나오는 과정 자체가 큰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책, 음악,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애정이 있었는데, 출판사에서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책’이라는 매체를 중심으로 만족감을 찾게 됐어요.
제가 담당했던 책 한 권 한 권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생기게 되더라고요. 특히 독자들의 진심이 담긴 서평을 보게 되면 엄청난 보람을 느껴요.
(실제 인터뷰에서 현석 님이 작업한 책을 우연히 읽어봤다고 했을 때 말을 잇지 못하셨던..🥹)
Q. 내 손을 거쳐 만들어진 결과물도, 그에 대한 독자의 반응도 딱! 보인다는 점이 뿌듯함을 더하는군요.
맞아요👍
Q. 담당하신 도서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나요?
『호감 가는 사람은 말투가 다르다』와 『눈치 보지 않고 말하고 싶습니다』를 꼽고 싶어요.
이 도서들이 재쇄에 돌입하기도 했고, 후자는 대만에 판권이 수출되면서 더 많은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게 되었거든요. 공교롭게도 두 권 다 화술에 관한 소재네요 ㅎㅎ
🦆『호감가는 사람은 말투가 다르다』 도서 구경하러 가기
🗣️『눈치 보지 않고 말하고 싶습니다』 도서 구경하러 가기
(우) 『눈치 보지 않고 말하고 싶습니다 (자신감, 신뢰, 호감을 얻는 말과 태도의 기술 40가지)』(최다희, 2024)
완전히 만족스러운 책은 결코 없겠지만, 이 2권은 자랑스럽게 소개할 수 있습니다!
Q. 도서를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기획 단계에서는 ‘좋은 아이템 선정’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좋은 아이템’이란 아래 2가지 질문들에 대한 답이 명확히 나오는 기획을 말하고요.
- 이 책이 왜 필요한가?
- 이 책이 독자에게 전할 수 있는 메시지(효과)는 무엇인가?
트렌드와 단순 흥미도 중요한 요소이지만, 결국 오래 남는 책이 되려면 이 책만이 전할 수 있는 실질적인 가치가 있어야 하거든요.
자기계발서 관점에서는 ‘이 책이 독자에게 어떤 변화를 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돼요. 독자들이 단순 정보 습득을 넘어 실제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받을 때 비로소 그 책의 가치가 생기는 거죠!
Q. ‘왜 필요한가?(의도)’ ‘기대효과는 무엇인가?(목표)’는 마케팅 기획 단계에서도 언제나 고민하는 질문들이에요🤔
모든 기획 단계에서 해결해야 하는 본질적인 물음이죠 ㅎㅎ
Q. 출판사 기획편집자로서 꼭 갖춰야 할 핵심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기획력, 꼼꼼함, 교정 • 교열 • 윤문 실력이라고 생각해요.
이때 ‘교정 • 교열 • 윤문 실력📝’에는 맞춤법 지식과 비문 정리 능력이 기본으로 요구돼요. 문장을 부드럽고 재미있게 정리하는 능력, 그리고 어느 정도 분량의 글을 하나의 소제목으로 묶을 수 있는 능력도 포함합니다. 한마디로 글 자체를 다듬고 묶을 수 있는 능력을 말하죠.
Q. 맞춤법 규칙이나 띄어쓰기 규칙을 세세하게 알기란 쉽지 않은데, 혹시 맞춤법 검사기를 사용하면 안 될까요?
기본적인 지식은 갖고 있어야 한다고 보지만, 100%의 정확성을 위해서는 저희도 맞춤법 검사기와 표준국어대사전을 끼고 산답니다🔍
Q. 그렇다면 현석 님께서 활용하는 맞춤법 검사기 하나 추천해주세요! 마케터들에게도 필요할 때가 있거든요 😉
저는 (아래 링크) 맞춤법 검사기를 활용하고 있어요. 요즘에는 챗gpt도 활용하고 있답니다.
▼ 오타, 오류 절대 안 돼~!🙅 출판사 편집자가 활용하는 맞춤법 검사기는?! ▼
Q. 어떻게 보면 글, 그리고 인문학과 가장 맞닿아 있는 업계에서 일하고 계신데요. 업무에의 챗GPT 활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챗GPT는 사용자에 따라 능력이 극대화될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라고 생각해요. 프롬프트⚙️를 명확하게 입력하면 더 효과적인 답변을 얻을 수 있거든요.
기획 단계에서 아이디어 웜업이랑 구조화하는 데 도움을 받는 편이에요. 특히 번역 작업에서 유용하게 쓰고 있습니다.
Q. 출판 업계에 들어오기까지 어떤 경력을 쌓아오셨나요?
특별한 경력은 없지만, 학부 졸업 전 음악 잡지를 펀딩한 경험이 있어요. 제가 편집장 역할을 맡아 원고 작성과 편집, 굿즈 제작, 아티스트 섭외, 인쇄소 작업 문의 등 A부터 Z까지 관리했었죠.
비록 실무 정도의 업무 강도는 아니었지만, 현재 유노북스 편집자로 자리할 수 있게 해준 소중한 경험의 한 페이지였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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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출판사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될 만한 스펙이나 교육과정이 있을까요?
먼저 저는 국문과를 전공했는데, 출판사 입사 시 국문과/문예 창작과/기타 어문학과 전공은 플러스 요인이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출판사 취업 관련 교육 과정이 있는데요. 동료분들이 갖고 계신 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말씀드리면 3가지가 있습니다.
① SBI
② 한겨레 출판 편집스쿨
③ 올차 캠프 : 지피지기 스타터 캠프
출판사 전문 교육 과정을 활용하면 실무 경험을 쌓고 취업 기회를 얻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특히 출판사와 직접 연결해주는 과정도 있어 취업 가능성이 높은 것이 장점이랍니다. 물론, 교육과정 수료 경험이 없다고 해서 너무 불안해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Q. 출판사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려요.
‘책을 만든다는 것’이 ‘책을 (또는 독서를) 좋아하는 것’과는 다른 것 같아요. 출판사에 입사하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인데요. 출판업의 업종은 제조업이더라고요.
책을 단순한 창작물이 아니라 하나의 ‘상품’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가, 그리고 ‘독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 실제로 팔리는’ 책을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된 고민을 해본 경험, 그리고 입사 후 어떻게 해낼 수 있는지만 보여준다면 취뽀도 실무도 어렵지 않을 거예요! 🤗
Q.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어떤 아이템도 좋은 책 한 권으로 만들 수 있는 편집능력자가 되고 싶어요.
Q. 미래의 현석 님께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최근 제 지인이 주신 엽서에 기억에 남는 문구가 있는데요.
“대리님이 보람을 느끼는, 그리고 가치 있는 일을 계속했으면 좋겠습니다.” 입니다.
제가 평소에 생각하던 바와 같아서 더 인상적이었어요. 스스로 의미 있다고 느끼는 일을 선택하고, 그 일을 행하는 과정에서 가치를 잃지 않고 싶습니다.
Q.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꾸준히 보람을 찾고 계시는 과정이 멋져요. 앞으로도 현석 님의 보람찬 삶과 편집자 커리어를 응원합니다. 소중한 시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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