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일헥타르
마케팅을 잘하는 사람들이 꼭 가지고 있는 스킬 하나만 꼽으라면 당연히 ‘소개하는 능력’ 이 아닐까요?
여기서 제가 이야기하는 ‘소개하는 능력’이란 물건이나 서비스에 대한 가치를 상대방에게 잘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요.
깊게 생각하고 접근하는 프로분들과 어떻게든 팔아치우려는 접근과의 차이는 분명합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브랜드나 제품을 소개할 때 장점을 나열하거나, 타 브랜드를 비판함으로써 우위에 있는 것처럼 어필할겁니다.
하지만 프로들은 ‘어떻게 하면 갈등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를 고민하죠.
그렇습니다. 오늘은 ‘스토리텔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 놈의 스토리텔링
스토리텔링하면 여러분들은 어떤게 떠오르시나요?
저는 단어만 생각했을 때 이솝우화나 명작 영화같이 근사한 스토리들이 가장 먼저 떠올라서, 마케팅에서 스토리텔링을 잘 활용해야한다는 주장이 예전에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요.
생각보다 마케팅에서 활용하는 스토리텔링은 근사함보다는 일상적인 공감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스토리텔링의 귀중함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장점을 나열하는 것보다, 스토리텔링으로써 커뮤니케이션 하는게 더 나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리의 뇌가 정보를 이해하고, 처리하는데 탁월한 구조를 가졌기 때문이죠.
스토리 형식은 인물을 설정하고 일상적인 갈등을 조성하기 때문에, 듣는 사람이 별도의 이해없이 감정을 이입하기 쉽습니다.
또한 지식보다는 간접 경험으로써 기억에 남기 때문에 큰 에너지를 들이지 않고도 오래 남게 되죠.
그래서 이해하기 어려운 교훈을 암기시키는 것보다, 이야기로 풀어서 전달했을 때 더 효과적인 것입니다.
따라서 장점을 나열하는 방식보다는 스토리의 설계 방식을 이해하고, 의도적으로 스토리텔링을 하는게 마케팅에서 더 고도화된 전략이죠.
성공과 실패 경험이 많이 쌓인 마케터들은 체감상 이해하고 있는겁니다. 장점 나열보다 스토리텔링이 훨씬 더 강력하다는 걸요.
그래서 어느정도 레벨이 오르고 나면 마케터들은 스토리에 대해서 깊게 연구하게 되는데요.
저는 그제서야 마케터가 비로소 ‘소개하는 능력’을 갖추었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소개하는 능력 = 스토리텔링 능력이다' 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소개하는 능력
제품 브랜드를 넘어 ‘사람’이라는 브랜드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자기자신을 소개할 때 "저는 서울살고요. 사업하고 있고, 31살입니다." 라고 이야기하면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겠죠.
자신을 브랜딩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절대로 저렇게 표현하지 않습니다.
적절하게 스토리텔링을 가미해야 다른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습니다.
이런 건 어떨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상경한지 올해로 5년차 되는 31살 남자입니다. 지금은 성수동에 살고 있고요. 작년부터 동네에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스토리 구조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약간의 스토리텔링을 담았더니 마음이 조금 가지 않나요?
이것처럼 ‘소개하는 능력 즉, 스토리텔링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라는 브랜드를 잘 포지셔닝하고, 제안할 줄 압니다.
어디에 쓰는 스토리인고?
‘스토리 뭐 만들어도 잘 쓰이지도 않더만...’
비판하시는 분들 분명 계실겁니다. 왜냐하면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으니까요.
막상 스토리가 중요하대서 고민해서 만들어놓으면, 쓸데가 없고, 아무도 관심 없는 것 같죠.
하지만 결국 문제는 스토리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스토리텔링을 활용해서 소개하지 않았던 탓이 더 큽니다.
스토리가 있다고 퍼지는 게 절대 아닙니다.
스토리를 만들어놓고, 적극적으로 같은 이야기를 여기저기 알릴 때 비로소 스토리텔링이 완성되는 것이죠.
잘 생각해보세요.
친구들에게 ‘이 사람 누구야? 이 브랜드 뭐야?’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어떤 식으로 소개하는지 말이에요.
아마 이런 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 이 사람 대기업 출신인데 나와서 자기 브랜드 만든거래. 건강이 많이 안좋았었나봐. 알잖아. 대기업 사람들 다 병 걸려서 나오는거. 왜들 그런지 몰라. 아무튼 난 괜찮았어. 이 사람이 알러지도 있었는데 나도 같은게 있거든. 다른 건 다 트러블 나는데 이것만 안나.”
아무도 전성분을 읽으면서 브랜드를 소개하지 않습니다.
가볍게라도 스토리텔링을 활용하죠.
실제로 입소문은 스토리로 퍼집니다.
우리는 이미 ‘스토리텔링’ 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기승전결을 넘어서
제가 좋아하는 스토리 기획 방법이 하나 있는데요. 오늘은 그것을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제가 활용하는 스토리텔링은 커뮤니티, 릭앤모티 등 엄청난 히트 작품을 만드는 세계적인 스토리텔러 댄 하몬이 만든 하몬 서클 입니다.
댄 하몬은 스토리텔링에 구조를 만드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순수 예술가와 히피들이 많지만, 자신은 스토리를 만들고 파는 사람으로써 명확하게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스토리 구조가 있다는 걸 믿는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총 8단계로 이루어진 스토리 기획 방법을 세상에 알리면서 전 세계 스토리텔러들에게 유용한 무기를 제공했습니다.
하몬 서클 외에 세상에 수많은 스토리 기법이 있지만 저는 하몬 서클이 가장 심플하고 뛰어난 것 같더라고요.
단순히 기승전결만 만드는 것이 아닌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최적화되어 있달까요?
아마 여러분들도 한 번 알아두시면 유용하게 활용하실 수 있을겁니다.
8단계 하몬 서클
지금부터 하나씩 알아볼게요.
1단계는 YOU 단계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주인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인물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캐릭터를 부여하는 것이죠. 예를 들면 이런겁니다.
2단계는 NEED 단계로 주인공이 무언가를 갈망하는 것입니다. 갈등 상황일수도 있고, 갑작스런 욕망이 생겼을 수도 있죠. 예를 들면 이런겁니다.
3단계는 GO 단계로 주인공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고민하다 행동에 돌입하는 것을 말합니다. 어드벤처의 시작이랄까요. 예를 들면 이런겁니다.
4단계는 SEARCH 단계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 주인공이 다양한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단, 아직 얻은 상태는 아니어야 하죠. 예를 들면 이런겁니다.
5단계는 FIND 단계로 주인공이 목표를 이루거나,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실마리를 찾는 과정입니다. SEARCH 단계의 갈등이 서서히 해결이 되는 모습을 보이는거죠. 예를 들면 이런겁니다.
6단계는 TAKE 단계 입니다. 하몬 서클의 핵심 구간이죠. 원하는 걸 손에 얻었으나, 그에 대한 큰 댓가를 치루며 주인공이 힘들어하는 과정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겁니다.
7단계는 RETURN 단계로 원하는 것을 얻고자 여정을 떠났으나 큰 댓가를 치룬 주인공이 무언가 배우고 깨닫는 과정을 말합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이며, 이 때 깨닫는 무언가는 NEED 단계의 표면적 욕구를 넘어 의미와 교훈을 줄 수 있으면 좋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게 말이죠.
8단계는 CHANGE 단계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주인공을 보여줍니다. 다만, 예전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경험과 실패, 깨달음을 얻고 더 나아진 일상으로 돌아온거죠. 이야기는 마무리가 됩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자, 어떠신가요? 저는 하몬 서클 8단계에 따라서 글을 작성했을 뿐인데 하나의 완성된 스토리를 경험하신 것 같죠?
이런 방식으로 하몬 서클을 이용하면 누구나 스토리를 수준 높게 기획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 스토리도 하몬 서클로
브랜드 스토리에 적용하는 건 더욱 쉬워요. 간단하게 건강 PT 센터의 스토리 틀을 잡아볼까요?
- YOU: 평범한 청년이 있습니다.
- NEED: 청년은 그동안 신경쓰지 않았던 외모를 가꾸기로 결심합니다.
- GO: 청년은 SNS에서 자주 보이는 바디 프로필을 찍어보겠다는 목표를 가졌고, PT를 끊습니다.
- SEARCH: 청년은 열정을 가지고 다소 격하지만 열심히 운동합니다. 극단적인 식단 관리를 했고, 살이 빠지고 근육이 붙는게 보입니다. 구토 증세와 말다툼이 늘었지만 다 과정이려니 넘어갑니다.
- FIND: 주변 반응이 나쁘지 않습니다. 늙어보인다는 친구들이 간혹 있지만 확실히 살이 빠져 보기 좋다고 하는 친구들이 훨씬 많습니다. 청년은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고, 더 강도 높은 운동으로 자신을 밀어붙였습니다.
- TAKE: 마침내 청년은 멋진 바디 프로필을 찍었습니다. 자신이 자랑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그 후 며칠간 이어지는 폭식으로 몸무게는 이전보다 더 나가게 되었고, 건강검진 결과 몸상태가 심각하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병원에 입원을 합니다.
- RETURN: 전보다 더 악화된 현실을 맞이한 청년은 후회합니다. 다른 사람 시선이 뭐 중요하다고 자신의 몸을 이렇게까지 망쳤는지 스스로가 원망스럽습니다.
- CHANGE: 하지만 청년은 낙심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고, 극단적인 건 몸에 좋지 않다는 것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청년은 이제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 보다 더 건강하게 자신의 몸을 가꿀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냈습니다. 자신에게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 건강 PT 센터를 차리게 되었고, 청년은 자신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길 바라는 사명감으로 사람들을 도우며 행복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자, 어떤가요? 이 틀을 기반으로 대표자가 브랜드 소개 글을 작성하거나 인터뷰에 나가면 건강 PT 센터가 무엇을 지향하는지,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겠죠?
스토리텔링이 이렇게나 간단하고, 이렇게나 효과가 좋습니다.
여러분들도 시간만 내시면 하몬 서클을 통해서 어떤 스토리도 탄탄하게 기획하실 수 있을겁니다.
하몬 서클은 여러 방식으로 응용됩니다.
동시에 여러 하몬 서클을 전개하며 서로 겹치고, 갈등을 해결해주는 복합적인 구조, 하몬 서클을 2번 돌려서 총 16단계를 꼭지를 가지는 구조 등 작가나 기획자의 의도에 따라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습니다.
꼭 8단계에만 갇힐 필요는 없다는거죠.
특히나 하몬서클은 콘텐츠 마케팅에서 강력한 효과를 보이는데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릴스 등 뉴미디어 콘텐츠 안에서 브이로그나 스토리가 기반이 된 콘텐츠를 만들 때 하몬 서클이 많이 활용됩니다.
그 유명한 유튜버 라이언 트라한(Ryan Trahan)이 하몬 서클을 사랑한다고 까지 말했죠.
하몬 서클은 최고의 스토리텔링 프레임 워크입니다.
돌고돌아 스토리텔링
‘소개하는 능력’ 여러분은 얼마나 고민해보셨나요?
브랜드나 마케팅을 넘어서 무언가 전해야할 때마다 오늘 알려드린 ‘스토리텔링’을 일부러라도 사용하고, 연습해보세요.
그러면 예전보다 훨씬 더 수긍하거나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질겁니다.
간혹 지루해하는 사람도 있긴 하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점을 나열하는 것보다 듣기 편한 스토리를 좋아할 수밖에 없거든요.
우리의 뇌가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영화도 움직이는 사진에 불과했지만, 스토리가 부여되자 큰 산업이 되었습니다.
음악도, 사진도, 브랜드도, 커뮤니티도 스토리가 부여되자 팔리기 시작했죠.
‘소개하는 능력’.
하몬 서클이 도와줄겁니다.
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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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준영
안녕하세요. 항상 양질의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영감을 받을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하며 읽고 있습니다. 이번 뉴스레터를 읽다보니 궁금한 점이 생겨 이렇게 댓글을 남깁니다. 이번 글을 읽고 느낀 점은 "길다"였습니다. 스토리텔링이 중요하고 어떤 구조로 작성하면 되는지는 알겠으나, 이렇게 만들어진 스토리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습니다. 스몰 브랜딩에서 이런 스토리를 보여줄 수 있는 환경이 제한적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 인물의 배경, 성장, 성공, 고난, 역경을 모두 풀어내며 브랜딩을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 또는 예시가 있을까요? 좋은 글 항상 감사합니다. 남은 주말도 잘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
전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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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헥타르 컴퍼니 BLACK
준영님 안녕하세요. 저도 그 부분이 항상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누군가는 짧게 전달해도 스토리 구조를 잘 전하더라고요. 각각의 단계를 길게 풀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센스랄까요? 예를 들어, 미국의 안경 브랜드 와비파커는 '와튼스쿨 동기들과 태국 여행중 안경을 잃어버렸고, 비싼 안경탓에 돌아와서도 한 학기 동안 안경없이 버티다가 '왜 비싼거지?' 생각으로 지금의 와비파커를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이처럼 때로는 한두문장에 스토리 구조 몇단계를 담아서 전달할 수도 있습니다. 글쓰기 나름인거죠. 그리고 애플, 페이스북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큰 브랜드의 스토리는 때로 매우 길기도 합니다. 영화나 책으로 접하기도 하죠. 물론 그 접근을 회사 내부에서 한게 아닐 수도 있죠. 하지만 이런 사례를 보면 긴 서사의 스토리텔링 또한 걱정하시는 '길다' 를 이겨낼만큼 매우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답변이 도움이 되셨을지 모르겠네요. 응원합니다!
전준영
답변 정말로 감사합니다. 답변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마케팅에 대해 더 알아가고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저도 항상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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