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하는 유부

[이 계절 이 식물] 냄새가 나도 할 일은 해야지, 누리장나무

알고보면 다 생존이다!

2026.08.21 | 조회 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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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구독자. 폭염은 한풀 가셨다고 하지만, 여전히 높은 습도로 온몸으로 울고 있는 부유하는 유부입니다ㅎㅎ 이럴 때 일수록 다들 물도 자주 마시고, 그렇다고 찬 음식만 먹진 마시고 건강 잘 챙기라 당부하게 되기도 합니다. 부디 구독자님도 단디 챙기시라 말씀드리며, 오늘은 찐득한 수목원 생활을 한 토막 전해보려 합니다. 이번주 일요일은 처서라는 데 모쪼록 처서매직으로 시원한 일상 보내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지난주 점심시간에는 하늘만... 봤던 것 같습니다.
지난주 점심시간에는 하늘만... 봤던 것 같습니다.

농사는 하늘의 뜻이라는 말이 있다. 농사는 인간의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는, 자연이 더 큰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라는 의미일 테다. 수목원에서 나의 일과도 비슷하다. 그날의 기상 상황이 나의 업무를 결정한다. 일주일동안 해야 하는 루틴들이 있는데, 비소식이 있는 주라면 업무를 시작하는 화요일부터 마음이 바빠진다.(수목원 운영일에 맞춰 현재 화~토 근무 중이다.) 식물 사진 촬영이라든가 식물 채집이라든가 외부 작업을 위해 화요일부터 바지런히 정원 곳곳을 누빈다.

비가 오지 않더라도 그 날의 온도와 습도는 매우 중요하다. 변온동물도 아닌데 습도에 이토록 민감한 인간이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이번주는 몇 주 전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지속되던 때에 비하면 꽤나 선선한 온도지만, 높은 습도가 몸을 무겁게 한다. 습도가 높은 날은 체감온도도 올라가는데, 이런 날은 여지없이 땀샘 폭발이다. 덕분에 밖에서 있던 시간은 짧아도 양볼은 금세 벌게지고 온몸은 축축해져 매우 힘들게 일한 것 같은 효과를 낸다. 오전부터 몸에서 스물스물 땀내가 올라오니 숨고만 싶어진다. 그렇다! 한 여름을 지나고 있는 요즘 나의 컨디션은 하늘의 뜻이다.

이렇게 날씨에 따라 종이인형처럼 휘둘리는 체력이니 감탄하는 순간도, 마음도 적어진다. 찰나의 바람에, 기다리던 개화 소식에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는데, 웬만해선 더위를 이길 수 없다. 지난주는 매우 오랜만에 생태숲 산책로를 살폈다. 경사가 꽤 있어 해설 경로로 사용되지도 않고, 수목원에서 별도의 식물을 식재하지 않고 기존 식생을 유지해 놓은 공간이라 특별한 일이 없다면 늘 후순위가 되는 공간이다.

요즘 숲엔 이르게 떨어진 도토리들이 있답니다.
요즘 숲엔 이르게 떨어진 도토리들이 있답니다.

체험용으로 쓸 도토리를 줍기 위해 나선 길이었는데, 아마도 지난 5월이 마지막으로 본 아까시나무나 소래풀은 오간데 없고, 누리장나무만 찌린 내를 닮은 묘한 향으로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이름에서 이미 향이 느껴지는 누리장나무는 된장이나 간장의 장을 닮은 향이, 잎을 따서 비비거나 꺾으면 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이 향은 다 수분을 위해 곤충을 불러들이는 치밀한 전략이다.

수분이 끝나고 나면 또다른 유혹이 시작된다. 이 냄새 나던 꽃은 수정이 되면 짙푸른 구슬 모양의 열매를 맺는데, 이 모습은 인간인 나 또한 때때로 홀리게 만든다. 화려한 색과 모양으로 열매 속 씨앗을 퍼뜨리는 새, 동물을 부르기 위한 포섭이다. 새나 동물이 열매를 먹고 이동해 씨앗을 배설하면 기존 나무가 있던 장소가 아닌 새로운 장소에서 새싹이 틀 수 있다. 같은 나무 간 경쟁을 줄이는 나름의 생존법이다.

보기보다 덜 향기로운 누리장나무 꽃
보기보다 덜 향기로운 누리장나무 꽃

 

청자색 구슬이 짙어지면 미모가 완성되는 열매
청자색 구슬이 짙어지면 미모가 완성되는 열매

알고보면 다 생존과 번식으로 귀결되는 식물의 특징은 발견할 때마다 놀랍다. 이렇게 인간들은 땀을 쏟아내고, 식물들은 잎이 마르거나 타들어가는 여름인데, 그 와중에도 어떻게든 꽃을 피우고 열매를 키워내는 모습을 보면 참 열심히 산다싶다가도, 하나의 목표만 세팅된 삶은 어찌보면 오히려 좋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데 그저 도토리를 줍기 위해 숲을 오르며 누리장나무만큼이나 쿰쿰한 냄새를 풍기는 여름의 나는 또 얼마나 다른가? ㅎㅎ 아무튼 무엇이든 체력과 마음의 여유가 있어서 돌아보게 되고, 새롭게 볼 수 있을텐데이 더위가 하루 빨리 가셔서 도망간 내 체력도 다시 돌아오길 바라는, 처서를 앞둔 늦여름이다.

그래도 가을... 오는 것 같아요. 제가 어제 봤어요 ㅎㅎ
그래도 가을... 오는 것 같아요. 제가 어제 봤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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