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하는 유부

[나의 떡] 처음 만나는 세계

지금은 가벼운? 직장생활 실험 중

2025.04.25 | 조회 1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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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여성

세 여자가 전하는 '일'에 관한 모든 이야기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부유하는 유부입니다. 어느 새 4월도 막바지네요. 저는 벌써부터 여름을 느끼고 있는데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주말마다 비가 오고 때론 눈이 오기도 하던 변덕스러운 4월이었는데요, 다들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랄게요. 지난번 저희는 ‘남의 떡’이라는 주제로 부러운 이야기 혹은 갖고 싶은 바람들을 담아봤습니다. 여담으로 이 주제들은 지난 워크숍 때 논의를 통해 정해본 것들인데요. ‘남의 떡’이란 주제를 정하고 나서는 그렇다면 우리 가지고 있는 것 중에 남이 부러워할 만한 것은 없을까 하는 생각에 도달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제는 ‘나의 떡’ 입니다.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열망이 동기부여가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금의 나의 것들에 만족하고 감사하는 일도 중요하니까요. 어쩌면 자랑이 될지도 모르는 글 시작해보겠습니다.

나의 출근시간은 9. 8 30분 집을 나서면 충분하고, 40분에 집을 나선다 해도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다. 현시점 내 일터인 수목원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15. 이동수단은걸어서 간다. 건너야 할 횡단보도도 단 한 개뿐. 말로만 듣던 직주근접의 꿈을 이렇게 이뤄냈다.

대학도 회사도 왕복 3시간은 너끈히 소요되던 내게 충격적인 변화였다. 경기도민으로 태어나 광역통근러로 살면서 오히려 약속 장소에 관대해졌다. 약속 장소가 광화문이든 강남이든 홍대든 기본 1시간 이상은 걸릴테니 편도 1시간 반 정도의 거리면 어디든 양호하다 여겼다. 또 회사는 밥벌이 하는 곳이니까 다들 그 정도 거리는 이동하니까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모름지기 출근이라 함은 버스를 타든 지하철을 타든 교통수단에 몸을 실어야 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익숙한 산책길을 걸어 일터에 당도하니 여전히 산책 중인 것 같다. 시간이 부족하다 싶으면 조금 걸음을 재촉해 소요 시간을 12분으로 줄인다. 그러면 수목원에 도착했을 땐 이마에 살짝 땀이 맺히는데 오히려 가뿐한 마음까지 든다

영화<걷기왕>에서 꿈은 크게 가져야 한다는 담임 선생님 앞에서 저는 그냥 공무원 돼서 칼퇴하고 집에서 맘편히 맥주나 한 잔 때리고 싶어요.”라고 이야기 하던 주인공 친구가 생각났다. 직주근접과 칼퇴, 비롯 10개월짜리 기간제 근무지만 영화 속 친구의 바람이 무엇인지 저녁이 있는 직장인의 삶이 어떤 것인지 체감 중이다.  

다른 감각을 깨워주는 것이 한가지 더 있다. 일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부침은 있겠지만, 과거 근무지보다는 긍정의 언어를 훨씬 많이 사용한다.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계절의 아름다움을 집약해 놓은 곳이 수목원이니까. 또 많은 사람들이 그 아름다움을 구경하러 찾는 곳이기도 하니까. 주변 사람이 어떻고 업무가 어떻게 돌아가든 적어도 이 광경 앞에서는 '예쁘다'를 내뱉게 된다.

정말 아름답지 않나요? 😆
정말 아름답지 않나요? 😆

오전부터 볕이 따가워 수시로 썬크림을 덧바르며 정원으로 나서지만 하루가 다르게 잎을 펼치며 몸집을 키우는 나무가 있고, 새롭게 올라오는 꽃들이 있다. 따뜻해진 날씨에 관람객도 늘고 있는 요즘인데, 어른들은 보통 감탄하며 사진을 찍고 있고, 아이들은 꽃은 모르겠고 잔디밭에서 꺄르르 웃고 뛰놀며 봄의 생기를 마구 발산 중이다. 그 모습을 보면 이해 안 가는 프로세스에 어리둥절 하다가도, 또 정원에서 여러 잡다한 일을 하다 옷은 지저분해지고 몸은 땀으로 끈적거려도 배실 웃게 된다.

지난 화요일엔 하루종일 비가 왔다. 가뜩이나 커다란 얼굴의 겹튤립들이 비를 맞고 무거워져 줄기가 꺽여 버렸다. 안타까운 마음에 하나씩 주워 사무실로 가져왔다. 같이 일하는 분들 모두 처음엔 두 손에 가득 든 화사한 꽃에 웃다가 튤립이 꺾인 사정을 듣고는 아깝다는 눈썹을 아래로 떨궜다. 뒤 이어 어떻게든 사무실에 가져가 꾸며보겠다는 내 말에 빵긋하며 그러면 좋겠다고 호응했다. 사무실에서 정원에서 매표소에서 각자 업무도 소속도 다르지만 반응은 비슷했다.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기본적으로 식물에 대한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달까?

이렇게 어여쁜 튤립이 떨어져 화병에 띄워두었습니다.
이렇게 어여쁜 튤립이 떨어져 화병에 띄워두었습니다.

각자 업무의 피로감을 호소하다가도 새롭게 돋아난 싹, 어렵게 살아난 식물 또는 보기 드문 동물을 눈앞에서 포착한 사진들을 공유하면 눈빛이 살아난다. 다들 은은한 덕심?의 대상을 곁에 두고 일하는 사람들이기에 나오는 에너지랄까. 좋아하는 마음에 둘러싸여 일하는 환경, 게다가 좋아하는 대상이 비슷한 상황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이렇게 늘어놓으니 좋은 것만 가득한 것 같지만 최저시급 수준의 귀여운 월급을 받고, 요즘은 한 시간만 수목원을 돌아도 목덜미와 양 겨드랑이가 축축해지기 일쑤다. 날이 더워지니 숲에 갈 땐 뱀 조심하라고 다들 입을 모아 당부하기도 한다. 길다는 올 여름이 점점 두려운 것도 사실. 그래도 지금 하는 일에 대해 물으면 이렇게 답한다. “몸은 고되지만 마음은 편해.” 과거 직장은 늘 새롭고 과거보다 발전한 콘텐츠를 기획해야 했고, 리스크는 발 빠르게 포착 대응해야 했다. 늘 날 선 자세로 스스로와 주변을 채근했던 시간이 많았다.

지금은 하루하루 주어진 일들을 하고, 또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만들어보고 그렇게 맡겨진 작은 일들을 착실히 마무리 짓고 오늘도 수고했구나가뿐한 마음으로 퇴근한다. 물론 이 곳에서의 시간이 딱 정해져 있기 때문에 더 가벼울 수 있겠다. 짧은 시간이기에 부정적인 일들을 곱씹기 보다는 내게 필요한 것, 좋은 것만 남겨 가야지 하는 마음이 크다.(이 마음을 화가 올라오면 주문처럼 되새겨야겠다 다짐하며 여기에 적어본다.😅) 무엇보다 '이런 맘으로도 일할 수 있구나'를 실감하며, 3년 전 더 이상의 직장 생활은 필요 없을 거라 속단 했던 내가 이런 모양의 삶도 있다고 배워가는 중이다.  

 

* 이번주는 이미 레터에서 계절산보를 다 채운 것 같아 <코너 속 코너>는 쉬어갑니다. 대신 안구정화용 요즘 예쁜 것들을 살짝 공유해볼게요~!

 

요즘 수목원에는 튤립이 한창이예요.
요즘 수목원에는 튤립이 한창이예요.
본래 튤립의 모습이라는 원종튤립도 참 아름답더라고요.
본래 튤립의 모습이라는 원종튤립도 참 아름답더라고요.
하지만 이 모습보다 더 아름다운 건 없는 것 같네요.
하지만 이 모습보다 더 아름다운 건 없는 것 같네요.

 

📢[캠페인] 선배 시간 괜찮아요?

- 경험을 나눠줄 선배님의 인터뷰를 기다립니다-

첨부 이미지

이것은 마치 퇴사를 결심한 후배가 꺼내는 클리셰 같은 문장. 후배를 둔 직장인이라면 뜨끔할 이 문장을 구독자 여러분께 던집니다. 어느덧 사회생활 10년이 훌쩍 넘은 경력자들이지만 여전히 머릿속에 물음표를 달고 때론 답답한 마음에 풀리지 않는 분노를 삭혀가며 고군분투 중인데요, 이런 저희에게 본인의 경험담과 생각을 들려주실 귀한 선배님을 찾습니다.

조직생활과 독립에 대한 진솔한 조언부터 육아와 업무를 병행하는 워킹맘의 실전 팁, 커리어 전환의 경험까지 저희에게 들려주실 수 있는 분을 찾습니다.  30! 커피 한잔의 인터뷰 시간을 허락해주신다면 맛있는 커피 한잔 대접하면서 귀한 이야기들을 잘 담고 싶습니다.

얼굴을 마주하고 인터뷰한다면 좋겠지만, zoom, 구글미트를 활용한 온라인 미팅, 서면으로 답변해주시는 것도 모두모두 환영입니다! 선배님의 소중한 경험담을 공유할 모든 통로를 활짝 열어놓을 테니 부담 없이 연락주세요! 함께 나눈 이야기는 세 에디터가 잘 갈무리해서 레터를 통해 구독자님들께 생생히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또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내 주변에 이 사람이 생각났다! 하는 분이 있다면 자유롭게 추천을 부탁드립니다. 평생해야 할 일이라면 내 일을 좀 더 사랑할 수 있게, 또 본인의 일을 즐기는 사람이 더 많아질 수 있게 함께 고민해보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회신 기다릴게요~!

smallbigsisters@gmail.com로 편하게 메일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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