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하는 유부

[나의 레퍼런스] 초보 해설가의 성장일지

선생님 덕에 오늘도 무사히 보냈습니다!

2026.05.29 | 조회 1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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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구독자. 부유하는 유부입니다. 유독 비소식이 잦은 5월 마지막주인데요. 여러분은 한달 마무리 잘하고 계신가요? 저는 어느 덧 수목원에서 해설사로 일하게 된 지 3개월이 되었는데요. 역시나 새로운 일은 쉽지가 않습니다.

이번 주제는 초보 해설사인 제게 더 적합한 주제 같습니다. 바로 나의 레퍼런스인데요. 업무에서 또 인생에서, 혹은 또 다른 분야에서 저희 세 에디터가 참고를 삼는 인물, ,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거라 기대됩니다. 저도 다른 에디터들의 이야기가 궁금하거든요😆 오늘은 초보 해설사로 근근이 하루 미션을 클리어하고 있는 저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정원 한가운데서도 뻐꾸기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요즘
정원 한가운데서도 뻐꾸기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요즘

우리는 5 21일에 만난 게 아니라 뻐꾸기가 울던 날에 만난 거예요.”

학교 밖을 벗어나 한창 들떠 있던 고1 학생들을 5분간의 숲멍으로 차분하게 만들어 놓고는, 해설을 마무리하면서 그녀는 말했다. 우리가 만났던 뻐꾸기 울던 날을 기억해달라고. 27명의 학생들은 과연 어떤 시간으로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그 날 50분의 해설은 내게 퍽 특별했다. 얼마나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지는 중요치 않았다. 이 공간과 어떻게 친해질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사람이 해설사가 아닐까?

올해 난 수목원에서 해설을 하고 있다. 한시간 남짓 시간 동안 수목원 곳곳을 관람객과 함께 누비며 이 수목원이 어떻게 설립됐는지, 어떤 정원과 공간이 마련돼 있는지, 또 지금은 어떤 식물들이 볼만한지를 설명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이 공간의 매력이 관람객에게도 전해지길 바라면서. 하지만 진심을 다한다고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초보 해설사는 그저 연습하며 매일의 실수를 줄여 나갈 뿐.

지난해 수목원 식물들 살폈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해설이 없는 시간에는 수목원 곳곳을 누비며 식물들의 개화상태를 확인하고, 식물 자료를 들춰보면서 나름의 해설 시나리오를 적어본다. 첫 한달 동안은 수목원을 누빌 때마다 혼자서 중얼중얼 멘트를 연습하며 시뮬레이션도 계속했다. 하지만 관람객들은 내 맘 같지 않고, 상황 또한 늘 같을 순 없으니 실전은 늘 임기응변의 연속이다.

숲을 중얼거리며 걸고 있으면 때때로 한심하게 날 보는 고양이를 만난다.
숲을 중얼거리며 걸고 있으면 때때로 한심하게 날 보는 고양이를 만난다.

시나리오와 현실의 갭을 줄여보려 선생님들을 따라 나서기도 한다. 수목원에서는 별도의 직책이 없는 모든 사람들을 선생님이라 부르는데 처음에 어색했지만, 대게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선생이기도 했고, 자세히 보면 누구든 배울 점 하나씩은 있다. 그런데 이번 선생님들은 진정한 스승들이다. 바로 해설 봉사를 해주시는 시민해설가분들. 수목원에서는 숲해설가 자격을 갖추고 수목원 해설자격까지 획득해 봉사를 하는 시민분들이 계신다.

처음에는 그분들의 설명 하나 빼놓지 않으려고 어떤 관람객보다 청각에 집중해 톨씨 하나까지도 메모하려 애썼다. 해설이 끝나면 까먹을 새라 휴대폰 속 메모를 보며 워드 파일에 하나씩 복기해 적어 내려가며 나만의 참고서를 만들어 뒀다.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 해설도 선생님에 따라 또 방문객 특성에 따라 내용은 달라졌다. 여러 개의 답안지를 모았달까?

이렇게 모은 정보들은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재료가 됐고, 내 해설 시나리오를 풍부하게 만드는 것에 일조를 했다. 어떤 날은 스승님의 교구를 따라 만들어 보고, 또 어떤 날은 냄새를 맡을 식물을 채집한다. ‘꽃 향기는 왜 날까? 왜 흰색 꽃이 많을까?’ 하는 질문도 거듭해보며 나만의 시나리오를 고쳐 나간다. 스승님의 발자취를 따라 하루하루 레벨 업 중이다.

무엇보다 선생님들에게 배우고 싶었던 점은 수목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좋은 인상을 남길 것인가였다. 어떤 분은 고개를 연신 끄덕이게 하는 방대한 정보력으로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켰고, 어떤 분은 교사인 본업의 짬을 한껏 발휘해 다양한 교구와 함께 놀이하듯 즐겁게 수목원을 체험할 수 있게 만들었다. 또 어느 날에는 어르신과 함께 식물과 관련된 노래를 목놓아 부르며 흥을 돋우기도 했다.

수목원을 찾는 사람은 특성만큼이나 각자의 이유가 달랐다. 식물이 좋아서 오는 사람도 많았지만, 회사에서 주는 공인된 휴식시간으로 찾아오는 분도 있었고, 학교 단체 관람객도 주말에 아이와 갈 곳을 찾다 도착한 경우도 있었다. 각자가 원하는 것들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 갈 수 있다면 다행이고, 그걸 돕는 역할에 해설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급적 더 많은 레퍼런스를 모으고 나 또한 유연해지도록 연습할 수 밖에.

몇 주 전에는 단체로 방문 온 어르신이 땀을 흘리며 연신 큰 소리로 이야기하며 묻는 내가 안쓰러웠던지 본인 같은 늙은이들은 말을 안 듣는다며 고생했다고 주머니에 곱게 넣어 둔 꼬깃꼬깃한 사탕 몇 개를 내게 내미셨다. 그리고 지난 주에는 엄마, 아빠의 손을 한쪽씩 잡고 해설을 듣던 6세 친구가 해설 마지막에는 자연스레 내 손을 같이 잡으며 온실 구석구석을 누볐다. 주변에 어린이가 없어 유독 어린이와의 대화가 어렵던 내게는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묵직한 응원이 됐다.

꼬깃꼬깃해서 더 뭉클했던 그날의 사탕
꼬깃꼬깃해서 더 뭉클했던 그날의 사탕

날이 더워지며 해설 예약도 점차 줄어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승님들은 6월에도 방문하겠다며 든든하게 약속하셨다. 여러 선생님들의 가르침과 관람객의 응원을 양분 삼아 유월의 나무들처럼 무럭무럭 자라야지! 과아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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