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삶

나의 작가 리스트 - 루이스 새커_월요

2024.04.01 | 조회 1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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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요일들

우리들의 이상적인 시간 기록 일지

어린이 도서관을 통해 루이스 새커를 만났다. 그의 대표작 <구덩이>는 TV 영화로도 제작이 되고 눈에 많이 뜨이긴 해도 딱히 손이 가지 않던 책이었는데 한 번 읽기 시작하자 멈출 수가 없었다. 미국 역사에 이런 이야기를 구성해 내다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소설. 거꾸로 읽어도 같은, 주인공의 특이한 이름과 유럽에서 이민 온 증조 할아버지부터의 약속과 저주 그리고 남부의 인종차별과 사막의 강도와 숨겨진 보물들에 대한 모든 독특한 소재들이 얽히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마지막 사건을 구성하는 책이었다.

한숨에 다 읽고 ‘도대체 작가가 누구야?’하고 ‘루이스 새커’라는 작가를 확인했다. 그러면서 <뭐? ’못믿겠다고?> 와 <웨이사이드 학교 이야기>를 쓴 작가라고? 하고 깜짝 놀랐다. (미국에서도 <구덩이>가 큰 인기를 얻은 후 <웨이사이드 학교 이야기>가 재평가 받았다고 한다.) 작가 소개를 읽기 전에는 내가 나름 인상 깊게 읽었던 그의 책들을 전혀 서로 연결을 시키지 못했던 것이다. 비슷비슷한 책을 쓰는 작가가 아니라 아동문학 안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작가였다.

<못 믿겠다고?>는 내가 처음 접한 루이스 새커의 책이다. 한동안 어린이 도서관에서 <딥스> <한 아이> 등의 교육 심리학 쪽 추천 도서류의 책들을 읽다가 <못 믿겠다고?>라는 문제아 브래들리와 상담 선생님 칼리의 만남을 다룬 책을 만났다. 다가오는 아이들을 때려주겠다고 위협하고 거짓말을 밥 먹듯 하여 아무도 옆에 가고 싶지 않은 브래들리는 사실은 현실과 상상을 구별하지 못하기도 하고 또 버림받을까 봐 친구를 아예 사귀지 않으려고 하는 약한 심성을 가진 아이다. 그 아이가 상담 선생님을 만나며 점차 괜찮은 아이가 되는 과정을 그리는데, 다른 책과는 달리 주위 조연들이 참 매력적이었다. 다른 책들은 상담 선생님의 어떤 접근으로 인해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던 학생이 이렇게 바뀌었고 아이가 자신을 이렇게 주위에 증명했다는 것에 집중한다면 이 책은 상담 선생님의 도움이 있기는 했지만 브래들리가 새롭게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에서 담임 선생님과 부모님 그리고 친구들(특히 여자 반 친구들이 얼마나 귀엽게 그려지는지!)의 장점이 빛을 발한다. 한 송이 꽃이 하나씩 벌어지는 것 같다는 느낌? 여튼 재미있게 읽은 책이었다.

어린이 도서관에는 저학년들의 독서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말이 안 되는 시리즈의 이야기들이 많다. 나무집 시리즈나 시간 여행 혹은 탐정 시리즈 같은….. 웨이 사이드 스쿨 이야기도 그런 시리즈물의 형태다. 원래 1개 층에 30개의 교실을 일렬로 지을 계획이었는데 건축업자의 착오로 각 층마다 하나씩 교실이 있는 30층의 학교를 만들게 된다는 기묘한 가정. 그중 맨 꼭대기층에 있는 반의 괴짜 아이들에게 일어나는 일도 정말 특별하고 엉뚱하며 기괴하기조차 하다. 위에 소개한 책들이 청소년 소설들이라면 이 시리즈는 부담 없이 웃으며 금방 읽을 수 있는 저학년용 챕터북이다. 재밌다기보다는 웃긴 책이었다.

이렇게 루이스 새커는 이전에 몇 번 마주친 적이 있던 작가니 어떻게 보면 ‘발견’했다고 여겨도 될 것 같다. 그 후, 그의 책이라면 믿고 읽었다. 고학년을 위한 <수상한 진흙>, <얼굴을 잃어버린 소년>, <언젠가 안젤린은>, <개는 농담을 하지 않는다>, <스텝>, 그리고 이 글을 쓰느냐 저학년을 위한 <마빈 시리즈>도 새로 읽었다. 모든 책들이 유쾌하다. 또 성장하면서 부딪치는 문제(친구와의 갈등, 왕따 문제, 정체성, 청소년 윤리 등) 들을 독특한 소재(대체 에너지, 환경, 가면, 저주, 천재, 스탠드 업 코미디, 인기 가수, 공연 등)로 흥미롭고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이야기 전개가 빠르고 구성도 탄탄하다. 또한 성장하고 있는 소년 소녀들, 특별히 소년의 심리 묘사에 탁월하다. <개는 농담을 하지 않는다>가 내가 만나는 아이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았다. 여기 소개하기보다는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모든 작품에는 저자가 초등학교에서 보조교사로 일했던 저자의 경험이 녹아있다고 하는데 특별히 섬세한 마음을 가진 아이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있었던 것 같다.

이유 없이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를 이해할 수 없어 학교생활이 힘든 초등학교 아들을 둔 후배에게 루이스 새커의 <얼굴을 잃어버린 소년>을 선물했다. 이야기 마지막에 할머니가 해 주는 말을 통해 그 아들을 위로하고 싶었다.

“… 그 아이들은 너만큼 섬세하지 않은 거지. 너는 남을 배려하고, 생각이 깊고, 사려깊은 사람이란다. 우리가 사는 이 냉정한 세계에서는 그게 저주일 수도 있지. 너는 시인의 영혼을 가지고 있어. <얼굴을 잃어버린 소년 305쪽>”

루이스 새커는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주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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