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지방 재판이 많아 이리저리 이동하다 보니 몸이 너무 피곤했다. 나이를 느끼게 된다. 30대 후반 40대 초반만 해도 야근을 하고서 스트레스를 풀고자 서초동에서 차를 몰아 인천 영종도까지 내달렸다.
늦은 밤 차도 많지 않으니 곧 만나게 될 밤바다를 기대하며 아우토반을 달리듯 운전하며 다녔던 적도 있었다. 하루 종일 일하고 차를 몰고 인천까지 갔다가 다시 새벽에 돌아와도 피곤함을 느끼기보다는 스트레스를 날려버린 탓인지 개운함이 더했던 때였다.
당시 운전하며 볼륨을 높여 듣는 음악도 좋았고 차도 막히지 않으니 답답함도 없었고 도착한 영종도의 바닷가는 고요하기 그지없어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보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 바다는 혼자 힘들 때 찾아가 위로를 받는 나만의 최애 장소였다. 그렇게 한참을 다녔다.
그때는 개인적으로 이런저런 일이 참 많았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많을 수밖에 없었기에 나름 그렇게 스트레스를 풀었다. 나름 힘든 시간이었지만 지금은 기억 저 멀리 아스라이 남아있을 정도로 평범한 시간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곳을 향하지 않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스트레스가 없어진 것이 아니었는데도 더 이상 그곳으로 가지 않았다. 다름 아닌 체력이 문제였던 것이다.
그러면서 다른 곳을 찾았다. 먼 길을 운전해서 가지 않아도 되는 곳. 나는 그곳을 너무 좋아한다. 사람들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좋다. 여름에도 좋고 겨울에도 좋다. 혼자 가도 좋고 마음 맞는 누군가와 같이 가도 좋은 그곳은 바로 찜질방!!! 요즘처럼 지방 일정이 많아 몸이 지칠 대로 지친 때는 머릿속에서 계속 찜질방이 맴돈다.
누군가는 피곤하고 지칠 때 찜질방을 찾는 나를 보며 그렇게 힘들면 집에 가서 누워서 쉬고 싶을 텐데 그곳까지 가는 나에게 체력이 좋다며 신기해했다. 나는 체력이 바닥일수록 그곳에서 쉬며 충전한다. 따뜻한 탕에 들어가 눈을 감고 있노라면 나는 세상 부러운 것이 없다. 잘못한 일, 부끄러운 일들로 생긴 스트레스가 모두 따뜻한 물 안으로 가라앉아버린다. 그러면서 세상 별거 있나면서 "그럴 수도 있지 뭐" 하며 나를 위로하고 토닥이게 된다.
개인적으로 3내지 4시간을 넘지 않고 그곳에서 쉬고 오지만 나설 때는 나를 누르는 모든 생각과 일에서 자유로워지니 그 어떤 곳과도 비교할 수 없다. 그 행복은 말로 설명할 수도 없다. 그래서 찜질방을 다녀오면 바닥난 배터리가 충전된 것처럼 다시 힘이 났다.
그곳이 나의 최애 장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처럼 어디를 간다거나, 쇼핑을 한다거나, 무엇을 먹는다거나. 그런데 뭘 먹는 건 좋은데 안타깝게도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그 스트레스를 마약으로 푼다는 것이다. 돈도 많이 들고 건강도 나빠지는데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도 양을 줄일 수도 없다. 그리곤 그 최애로 인해 결국은 하고 싶어도 절대 할 수 없는 교도소로 가게 된다.
최애가 자신을 살리고 더 발전시키는 것이면 좋을 텐데 ..
오늘도 나는 업무를 마치고 찜질방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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