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갱년기가 찾아왔다. 갑자기 아픈 곳이 생기더니 어느 날부턴가는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자다 깨면 1시간밖에 지나지 않았고 그러고는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해 밤새 뒤척이다 아침을 맞이하곤 했다. 다음날 일을 해야 하는 나로서는 너무나 힘든 나날이었다. 몸이 힘든데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다 보니 예민해지고 사소한 일에도 자꾸 짜증이 났다. 정말 푹 자고 싶었다.
머리만 대면 자던 내가 잠을 못 자다 보니 잠의 소중함을 새삼 알게 되었다. 잠을 잘 잘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수면제를 찾아보게 됐다. 평소 수면제를 먹는 사람들을 보면서 왜 저렇게 약을 먹으면서까지 자려고 하지 그냥 피곤하면 잠이 들텐데.. 하며 그저 남의 일이고 이해도 되지 않았다. 내가 잠을 자고 싶어도 잘 수 없는 지경에 이르니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전에 만났던 A와 B가 떠올랐다.
A는 너무 예민해 푹 잘 수 없어 늘 힘들었다. 그래서 정신과 상담도 받았고 수면제를 처방받아 먹기도 했다. 그러나 큰 변화를 느낄 수 없었고 시간이 가도 나아지지 않았다. A가 힘들어하며 하소연을 하니 병원에서는 하는 수없이 처방약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 수면 관련 병원을 다 다녔다고 한다. 그러나 그에게는 유명 병원의 치료가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러다 프로포플을 투약 받게 되었다. 잠시라도 푹 잔 느낌이 들어 너무도 좋았다. 그렇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자고 싶어 그는 프로포플 사용량을 늘였다. 병원에서 처방하는 수면제는 아무리 먹어도 잠을 이룰 수 없었는데 프로포플은 그렇지 않았다. 문제는 바로 여기부터다. 프로포플은 향정신성 의약품이라 마약류 취급자의 처방에 의해서만 투약할 수 있다. 프로포플은 의료용 마약류로 수술이나 시술 시 수면마취제로 사용되기에 의료목적 외 사용은 금지된다. 수면을 목적으로 사용돼서는 안되기에 A가 자고 싶다고 계속 투약을 할 수는 없었다. 결국 A는 계속 자고 싶어 불법적인 방법을 찾았다. 물론 그 불법적인 방법은 오래 유지되지 못했다.
B는 결혼생활 동안 고부간의 갈등으로 힘들어하며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병원에서 졸피뎀을 처방받았다. 그런데도 안되었다. 자신이 처방받은 약으로만은 도무지 잠을 잘 수 없어 하는 수없이 지인 몰래 지인 명의로 처방을 받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인 척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도 병원에서는 눈치채지 못해 몇 년을 그렇게 처방받아 약을 먹었다.
그런데 지인이 누군가 자신의 이름으로 약을 처방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경찰에 신고를 했다. 누군가 자신인 척하며 병원 진료를 받고 있으니 잡아달라고 한 것이다. 수사 결과 B의 소행임이 밝혀졌다. B는 지인의 신고 전에도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처방받아 약을 먹은 것으로 처벌받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인의 신고로 범행이 발각되다 보니 법원은 더 이상 선처해 주지 않았다. 실형의 선고를 받았다. B는 내심 불법 마약을 한 것도 아니고 정말 잠을 못 자서 하는 수 없이 그렇게 한 것인데 하는 억울한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설마 실형을 선고받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구속되고 나서야 B는 심각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B의 남편을 비롯해 가족들은 B의 상황을 알기에 어쩔 수 없어 하며 자신들이 처방받아 B에게 주었다. 가족들도 B의 구속 후 뒤늦은 후회를 했다. B는 1년여 구치소 생활을 한 후 다시 사회에 나왔다.
사건을 진행하는 동안 A와 B의 사연을 듣고 많이 안타까웠다.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잠이었는데 그들에게는 당연하지 않았으니 힘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최근 이런저런 생각에 잠을 푹 자지 못하니 수면제를 처방받아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면서 A와 B가 생각났다. 최근 유명 야구선수의 수면제 대리처방 기사를 접하며 다시 그들이 떠올랐다. 그들이 더 이상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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