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삶

베란다 정원 이야기_월요

2024.05.06 | 조회 386 |
0
|

코로나 기간 어디도 나가지 못하고 있을 때 몇 개 안되던 화분들이 확 늘어났다. 그전에는 신랑 회사에서 가져온 고무나무랑 난 화분 그리고 예진이가 초등학교 교실에 가지고 갔다가 거의 다 죽게 되어 온 칼랑코에와 천냥금 화분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심심해서 레몬 씨앗도 심고 아보카도 씨앗도 심었더니.... 놀랍게도 다들(!) 싹을 틔웠다. 아보카도는 반 이상 뿌리가 내렸고 레몬은 100% 발아했다. (국산 레몬이어서 발아율이 높았나 보다) 하나의 레몬에서 나온 레몬 씨앗은 부지런히 나누었음에도 열 그루의 레몬 나무가 되었다. 향기 나는 식물을 키우고 싶어 친정에서 한 뿌리 얻어온 엔젤 허브도 자꾸 화분이 늘어났다. 때마침 식물 블로그에 재미를 붙여 그곳에서 진행하는 퀘스트도 몇 개 따라 했다. 블로그에서 하자는 대로 미나리도 심어보고 고구마도 심어보고 당근도 심어보았다.

식물을 키운다는 것은 벌레도 들인다는 것임을 알게 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들 겪게 되는 뿌리파리와 총채와 응애와 뭐도 모르겠는 벌레들이 꼬이기 시작했다. 특별히 우리에게 맛있는 야채는 벌레들에게도 인기가 있어서 미나리와 당근에는 아주 창궐했다. 농약을 쓰고 싶지 않아서 과산화수소수를 희석해 뿌리기도 하고 극약 처방으로 끓는 물로 흙을 소독하기도 하면서 해충 관리를 해 나갔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집안에서 키우는 식물들이 몇 가지로 정해져 있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고무나무나 호야, 칼랑코에나 엔젤허브 같은 종류는 과습이나 건조에도 강할 뿐 아니라 잎이 두꺼워서인지 병충해에도 강하다. 게다가 햇빛이 많이 들지 않아도 잘 자라주고 간간이 꽃도 보여주는 고마운 녀석들이다. 분꽃이나 국화 같은 식물들은 베란다 유리를 통과한 햇빛으로는 잘 자라지 않는다. 이런 식물들은 바람도 맞고 충분히 햇빛도 쐬며 밖에서 키워야 더 건강하게 더 잘 자란다. 아보카도와 레몬 나무 역시 우리 집 베란다의 햇빛이 충분하지 않은지 길쭉하니 미운 모양새로 자랐다. 겨울을 나면서 몇 그루는 죽기도 했다.

첨부 이미지

올해도 베란다 정원에 꽃들이 피었다. 항상 먼저 봉오리를 터뜨리는 것은 올망졸망한 노란 칼랑코에다. 해걸이를 해서인지 두 해만에 꽃대를 올린 난이 화려한 꽃을 피웠다. 게다가 잘 보여주지 않는다는 엔젤허브 꽃과 처음 보는 호야의 꽃까지 피었다. 식물을 괴롭히면 꽃을 피운다는 말이 있는데…?

첨부 이미지
첨부 이미지
첨부 이미지

별다른 비료 없이도 어쨌든 무던하게 자라주고 있는 식물들이 고맙다. 뒷골이 쑤시는 힘든 하루를 보냈는데 식물에 대한 글을 쓰다 보니 별 이야기도 아닌데 마음이 편해진다. 식물들은, 그런 힘이 있나 보다. 그저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그 존재를 잊어버리기도 하지만 어느 새 돌아보면 때로는 새 잎으로 때로는 아름다운 꽃으로 생명의 힘을 보여주는 소중한 존재들이다.

 

 

* '이상한 요일들(240days)'은 건강한 삶을 짓고 나누는 커뮤니티 꼼(comme)안에 있는 글 쓰는 작은 공동체입니다.

카페: https://cafe.naver.com/societyofcomme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comme_verse/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ommejirak

 

 

* '이상한 요일들(240days)'은 자율 구독료로 운영됩니다. 혹 저희를 응원하시고픈 분이 계신다면 아래 '댓글 보러가기'를 통해 본문링크에 접속하셔서 '커피 보내기'를 클릭해 주시면 된답니다. 보내주신 구독료는 뉴스레터를 운영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감사드립니다. 

 

* '이상한 요일들'은 어떤 형태의 제안도 열려 있습니다. 관련 문의는 reboot.keem20@gmail.com 통해 문의 주세요.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이상한 요일들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다른 뉴스레터

나의 작가 리스트 - 코닉스 버그_월요

어릴 때 벽면 한 쪽에 꽂혀 있던 어린이 문학 전집에서 코닉스버그의 첫 작품을 만났다. 내가 만난 제목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인터넷이 찾아보니 계몽사 소년소녀 현대 명작

2024.06.10·소중한 삶·조회 359

P 선생님 이야기_월요

한동안 대안학교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하던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작은 규모에 교사들도 자원봉사자들이 많아서 아이들 실력이 들쭉날쭉했다. 가르친다고 다 아는 것은 아닌데 어떨 때

2024.10.22·소중한 삶·조회 346

아홉 번의 외식_월요

딸이 어릴 때 우리 가족은 친정에서 살았다. 산후조리를 하고 아이를 친정에 맡기고 출근도 그곳에서 했다. 동생네도 그런 수순을 밟아서, 한동안 친정은 아홉 명의 식구들(부모님, 우

2024.10.14·소중한 삶·조회 293

나의 작가 리스트- C.S. 루이스 _월요

<이상한 요일들> 필진이 되면서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에 대한 일련의 글을 써보자, 도서관에서 이름만 보고 믿고 책을 집을 수 있는 작가들의 리스트를 만들어 보자고 계획을 했었다.

2025.06.16·소중한 삶·조회 172

1월 이야기_월요

책상 없이 살아보기. 1월은 특별한 달이다. 사람들은 12월의 번잡함을 어떻게든 구겨 넣고 새로운 한 해라는 새 식탁보를 펼친다.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을 축하하고 새해 소망을 이야기하며 새 다이어리를

2025.01.13·소중한 삶·조회 198

모르는 그대에게 전하는 응원_월요

지난달 갑자기 시아버님이 극심한 통증으로 응급실에 가셨다. 응급 수술이 이어졌다. 엄청난 담석이 쓸개에 염증을 일으키며 구멍을 내고 또 창자로 나오기까지 했으니 너무나 고통스러우셨

2025.03.10·소중한 삶·조회 194
© 2026 이상한 요일들

우리들의 이상적인 시간 기록 일지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채팅으로 문의하기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광장로 199, 5층 501-8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