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기간 어디도 나가지 못하고 있을 때 몇 개 안되던 화분들이 확 늘어났다. 그전에는 신랑 회사에서 가져온 고무나무랑 난 화분 그리고 예진이가 초등학교 교실에 가지고 갔다가 거의 다 죽게 되어 온 칼랑코에와 천냥금 화분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심심해서 레몬 씨앗도 심고 아보카도 씨앗도 심었더니.... 놀랍게도 다들(!) 싹을 틔웠다. 아보카도는 반 이상 뿌리가 내렸고 레몬은 100% 발아했다. (국산 레몬이어서 발아율이 높았나 보다) 하나의 레몬에서 나온 레몬 씨앗은 부지런히 나누었음에도 열 그루의 레몬 나무가 되었다. 향기 나는 식물을 키우고 싶어 친정에서 한 뿌리 얻어온 엔젤 허브도 자꾸 화분이 늘어났다. 때마침 식물 블로그에 재미를 붙여 그곳에서 진행하는 퀘스트도 몇 개 따라 했다. 블로그에서 하자는 대로 미나리도 심어보고 고구마도 심어보고 당근도 심어보았다.
식물을 키운다는 것은 벌레도 들인다는 것임을 알게 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들 겪게 되는 뿌리파리와 총채와 응애와 뭐도 모르겠는 벌레들이 꼬이기 시작했다. 특별히 우리에게 맛있는 야채는 벌레들에게도 인기가 있어서 미나리와 당근에는 아주 창궐했다. 농약을 쓰고 싶지 않아서 과산화수소수를 희석해 뿌리기도 하고 극약 처방으로 끓는 물로 흙을 소독하기도 하면서 해충 관리를 해 나갔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집안에서 키우는 식물들이 몇 가지로 정해져 있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고무나무나 호야, 칼랑코에나 엔젤허브 같은 종류는 과습이나 건조에도 강할 뿐 아니라 잎이 두꺼워서인지 병충해에도 강하다. 게다가 햇빛이 많이 들지 않아도 잘 자라주고 간간이 꽃도 보여주는 고마운 녀석들이다. 분꽃이나 국화 같은 식물들은 베란다 유리를 통과한 햇빛으로는 잘 자라지 않는다. 이런 식물들은 바람도 맞고 충분히 햇빛도 쐬며 밖에서 키워야 더 건강하게 더 잘 자란다. 아보카도와 레몬 나무 역시 우리 집 베란다의 햇빛이 충분하지 않은지 길쭉하니 미운 모양새로 자랐다. 겨울을 나면서 몇 그루는 죽기도 했다.
올해도 베란다 정원에 꽃들이 피었다. 항상 먼저 봉오리를 터뜨리는 것은 올망졸망한 노란 칼랑코에다. 해걸이를 해서인지 두 해만에 꽃대를 올린 난이 화려한 꽃을 피웠다. 게다가 잘 보여주지 않는다는 엔젤허브 꽃과 처음 보는 호야의 꽃까지 피었다. 식물을 괴롭히면 꽃을 피운다는 말이 있는데…?
별다른 비료 없이도 어쨌든 무던하게 자라주고 있는 식물들이 고맙다. 뒷골이 쑤시는 힘든 하루를 보냈는데 식물에 대한 글을 쓰다 보니 별 이야기도 아닌데 마음이 편해진다. 식물들은, 그런 힘이 있나 보다. 그저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그 존재를 잊어버리기도 하지만 어느 새 돌아보면 때로는 새 잎으로 때로는 아름다운 꽃으로 생명의 힘을 보여주는 소중한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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