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어도 필자가 만나는 사람들은 달라지지 않는다.
여전히 누군가는 국경을 넘어 마약을 가져오고, 누군가는 마약을 팔고, 누군가는 마약을 사서 투약한다. 방송에서 매번 마약사범을 검거했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지만 약을 시작한 사람들은 오히려 방송을 보지 않는 듯하다. 마약사범 검거니 처벌 강화니 하는 이야기는 남의 일이다. 또한 자신들은 결코 잡히지 않을 거라는 단단한 믿음까지 더해져 하던 대로 한다. 그러나 그 기대가 무너지는 데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물론 예외적으로 꽤 오랜 시간 잘 지내는 사람도 있지만 그 역시 결국은 잡히고 만다.) 다들 잡히고 나면 이런 말을 한다. 이번에는 재수가 없어 걸린 거라고. 그러면서 다음에는 정말 걸릴 일 없이 잘할 수 있을 거라 다짐한다.
오늘도 마약을 가져다 판매한 20대를 만났다. 언제부터 마약을 시작했는지 물었더니 고등학교 때부터였단다. 당시 마약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는지 묻자 그다지 큰 거부감은 없었단다. 자신보다 나이 많은 형들이 힘든 자신을 위로하며 해보라고 했고 그걸 하는 형들도 별 문제 없어 보여 거절하지 않고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한 필로폰은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무서운 것이 아니었고 흔히 떠오르는 중독자의 모습도 나타나지 않았기에 두려움 없이 계속하게 되었단다. 마약을 하다 보니 일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고 그러다 보니 돈이 부족할 수 밖에. 마약은 계속 해야 하는데 마약 살 돈이 없었을 때 자신에게 마약을 판매하던 사람이 마약을 팔아보라고 권유해서 돈도 벌고 마약도 싸게 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큰 고민 없이 시키는 대로 마약을 팔아보겠다고 했단다. 요즘 만나는 많은 20내지 30대 마약사범의 현실이다.
특히 20내지 30대 중 경제적 정신적으로 취약한 경우 범죄의 유혹에 너무 쉽게 빠져들고 만다. 그러다 마약을 경험하게 되고 그리고 마약을 판매하기까지 한다. 과거 마약을 만나서 거래해야 하는 때에는 마약을 파는 사람들은 쉽사리 마약거래를 진행하지 않는다. 혹여 누군가 자신을 잡으려고 마약을 구입하는 것처럼 접근해서 소위 말하는 공적, 수사기관에 마약사범을 검거할 수 있도록 수사 협조하는 일의 대상이 될 수 있어 아주 조심스럽게 거래를 한다. 약속 장소도 여러 번 변경하고 시간도 판매자 마음대로다. 소위 말하면 “간을 본다”라고 한다. 정말로 마약을 사려는 사람인지 자신을 잡으러 온 사람인지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구매자에게 쉽사리 마약을 건네지 않는다. 결국 그렇게 신중하게 마약거래를 하다 보니 마약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쉽사리 투약자에서 판매자로 넘어가지도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투약자에서 하루아침에 판매자로 전환된다.
판매를 시작하니 돈도 쉽게 번다.(물론 매사 불법적인 일이라 조심스럽게 지내는 것이 그저 쉽지만 않지만 그래도 노동 대비 수입이 상당하니 하는 말이다) 그렇게 번 돈이다 보니 쓰는 것도 쉽다. 한 번 판매를 시작하고 나니 더 이상 다른 일을 할 수 없다. 아니 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투약자와 판매자의 지위에 대한 처벌에 있어 간극이 크다는 것이다. 범죄가 발각되어 잡히고 나서야 그 차이를 체감하게 된다는 것이다. 돈도 벌고 약도 하니 좋기만 할 줄 알았는데 구속되고 보니 그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최근 마약 판매 범죄에 대해 법원은 중한 형을 선고하고 있다. 내가 만난 그도 10년을 선고받았다. 하던 대로 하다 그만. 20대를 갇혀서 보내야 한다. 30대에 다시 사회로 나온 그는 어떤 일을 할지 궁금하다. 다시 마약을 팔지는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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