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삶

1월 이야기_월요

책상 없이 살아보기

2025.01.13 | 조회 1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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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요일들

우리들의 이상적인 시간 기록 일지

1월은 특별한 달이다. 사람들은 12월의 번잡함을 어떻게든 구겨 넣고 새로운 한 해라는 새 식탁보를 펼친다.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을 축하하고 새해 소망을 이야기하며 새 다이어리를 펼쳐 다짐을 적어둔다. 매일 뜨는 태양이지만 1월 첫날 뜨는 태양을 보기 위해 해돋이 명소로 몰리고 때론 그 사진이 신문 1면에 실리기도 한다.

그러나 끝과 시작은 맞닿아 있다. 특별히 올해 1월은 작년 12월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12월 초의 계엄과 탄핵의 여파로 1월에도 여전히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며 거리에 나가 있고 12월 막바지에 일어난 무안 공항 항공기 사고로 1월 4일까지 애도 기간이 이어졌다. 현재는 과거에 끊임없는 영향을 받으며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

개인적으로는 집의 삼분지 일 정도를 리모델링하는 공사를 12월에 이틀간 진행했다. 부엌 싱크대를 갈고 상한 마루 일부를 다시 깔고 거실로 책장을 내놓고 책장이 있던 자리에는 붙박이 옷장을 두었다. 단 이틀간의 그리 크지 않은 공사였지만 일단 그곳에 있던 짐을 다 싸고 푸는 과정이 힘들었고 그 물건들을 정리하는 일들이 1월에 이어졌다.

나는 쌓아두는 버릇 때문에 책상 정리가 어려운 사람이다. 무더기로 쌓여있는 서류를 다시 골라내고 또 골라내서 다시 더미를 만들기도 하고 좀 있다 다시 볼 책을 펼쳐서 다른 펼친 책 위에 놓기도 하면서 필기구와 온갖 영수증이 뒤섞여 책상은 그야말로 내 정신세계를 반영하듯 정신이 없었다. 새해에는 이렇게 정신없이 살 수는 없다는 생각에 큰 결심을 했는데 바로 책상을 없애는 것이었다.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은 없애는 것이 답이다!)

마루 한 쪽을 막아놓고 있었던 오래되고 큰 회의 테이블을 책상으로 쓰고 있었는데 그것을 없애니 거실이 넓고 시원해졌다. 대신에 마루로 나온 책장 한 칸에 예전 책상 위에 있던 다이어리나 자주 쓰는 여러 책자들과 파일들을 꽂고 조그만 연필꽃이에 애장하는 모나미 볼펜들을 꽂아놓았다. 다른 자잘한 것들은 서재에 있다가 마루로 나온 서랍장을 정리하면서 남은 공간에 채워 넣었다.

엄마 책상 많이 쓰는데 어떡하려고 그러냐는 딸의 질문에 나는 진지하게 디지털 노마드로 살기로 했다고 응수했다. 이 글도 이불에 두 다리를 파묻고 그 위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쓰고 있다. 늘 앉아서 읽던 성경은 이제 책장 위에 펼쳐두고 서서 읽거나 책장에서 뽑아 소파에 앉아 읽는다. 책상이 필요하다 싶으면 남편이나 딸 책상을 이용한다. 딸 책상은 내 예전 책상 못지않게 어질러져 있긴 하지만.

1년은 책상 없이 살아보겠다고 호언장담 했으나 나를 불쌍히 여기는 여론이 형성되어 작은 모션 데스크를 구입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중이다. 아마 다음 달에는 내 책상이 들어올 것 같다. 1월 한달여 책상 없이 산 과거의 경험이 2월에는 잘 정리된 책상이라는 결과로 나타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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