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고대했던 방학이 주어지고 한 달이 다 지나서야 글을 쓰는 가장 좋은 시간을 발견했다. 새벽 기도를 다녀와서 큐티를 하고 신랑에게 싸주는 고구마를 찜기에 올려놓는다. 타이머를 30분에 맞춰놓은 후 컴퓨터를 열고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후 시간은 신랑 아침을 준비하고 도시락을 싸주고 아침을 먹고 또 점심에 요리할 재료를 미리 손질하기 위해 조각조각 나누어지는데, 도리어 이렇게 아무것도 하기 힘든 조각난 시간들이 글을 쓰는 데에 활력소가 되어 주었다. 다른 시간보다 글이 잘 써진다.
오늘은 한동안 내지 못했던 아침 시간이 가능한 날이다. 등 뒤로 남편이 혼자 출근 준비하는 소리를 들으며 돌아앉아 키보드를 두드린다. 미룰 수 있는 일들은 잠시 미뤄두고 온전히 글쓰기에만 집중하는 시간이다. 일기를 찾아보니 이런 글이 적혀 있다. 다음은 각기 다른 날의 기록이다.
….신랑을 출근시키고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게 된다 설거지는 쌓여있고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간다….
… 10시까지 다른 계획도 없이 설거지도 미뤄두고 글을 썼다. 글 한 편 완성 그리고 다른 한편은 다듬었다. 이번 주는 오늘밖에는 이런 시간이 없다. 감사한 아침 시간이다.
오늘은 특별히 일정이 없는 토요일이라 새벽에 일어나 한 시간 걸었다. 야트막한 동산에 마련된 산책로를 걷자니 마음이 행복해지고 몸이 후끈거렸다. 돌아와서 식구들 깰까봐 조심조심 아침을 먹었다. 오늘 아침은 성공
사람마다 다르다고는 하는데 나는 아침이 좋다. 일을 위해 아침에 나가도 좋고 또 집에서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다. 아직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백지 같은 하루라는 시간을 마주한다는 느낌이 좋다. 저녁을 먹은 후에는 몸이 지치고 생산적인 일들을 하기가 무척 힘들다.
아쉽게도 이렇게 소중한 아침 시간을 글쓰기에 할애할 수 있는 요일이 많지는 않았다. 방학 중에도 일주일에 두어 번 아이들을 가르치러 나서야 했고 약속이 잡히기도 하고 운동 예약이 있기도 했다. 학기가 시작하니 교회에서 기도회도 시작이 되고 정기적인 모임 약속도 잡혀서 주중 하루 정도의 시간 – 그나마도 다른 일로 없어지기도 하는 시간-밖에는 낼 수가 없었다.
아침에 기분 좋게 일어나기 위해서는 전 날이 중요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았다. 너무 늦게 자면 안 되고 커피를 마셔도 안된다. 과식을 해도 깊이 자지 못한다. 나에게 있어 아침의 생산성을 위해 감내해야 하는 것 커피, 과식 그리고 미디어. 우선 생각나는 것이 이 세 가지이다. 이 세 가지가 아침 시간을 위해 내가 지불해야 할 대가인 셈이다.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이 있다. 왜 저녁이 되면 아침과 같은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할까? 게다가 저녁 시간은 유혹에 너무 취약해서 컴퓨터를 열고 글을 쓰기보다는 검색을 하며 떠돌아다니거나 멍하니 깜빡이는 커서를 바라보며 앉아있다가 쉽게 미디어의 유혹에 빠져버리곤 한다. 아직까지는 저녁 시간까지 글을 쓸 수 있는 고수는 아닌가 보다.
<이상한 요일들>에 새로운 필진들이 영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참 반갑다! 함께 글을 쓰고, 함께 마감의 무게를 지겠다고 하신 분들에게 모두 자신만의 글을 쓰기 위한 시간을 발견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축하합니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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