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유학을 따라 2년여 미국에서 머문 적이 있다. 그곳에서 그 문화에서 생활해야지만 배우는 단어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슈퍼에 가면 생선은 물론이고 야채와 과일 이름도 낯선 것 투성이라 영수증을 보며 사전을 뒤졌다. 민들레가 'dandelion' 인 것도, 우회하라는 말이 'detour' 인 것도 손 짚고 옆돌기를 'cartwheel' 이라고 하는 것도 그곳에서 배웠다.
New year’s resolutions 라는 단어 역시 초등학교 2학년 딸이 가지고 온 숙제 인쇄물에서 만난 단어다. 고등학교 때 resolve(해결하다)의 명사형으로 알고 있었던 'resolution' 을 초등학교 숙제 제목으로 만난 것도 놀라웠지만 해결책이라는 뜻으로 통하지 않는 이 구절의 뜻은 ‘새해 결심’이었다.
읽기는 하는데 듣지는 못하거나 말하지는 못하는 단어가 있다. 아마 ‘해결하다’의 뜻을 영어로 말하려면 쉽게 ‘solve’ 를 떠올렸을 것이다. 게다가 resolve의 두 번째 뜻은 ‘결정하다, 결심하다’가 있는데 이것도 ‘decide’ 라는 쉬운 단어가 있으니 알아도 별 쓸 일이 없는 단어였던 셈이다. 이 글을 쓰려 찾아보니 'resolve' 는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내리는 결정이나 결심의 경우, 즉 주관적인 의미가 강한 경우에 쓰인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새해 결심이라기보다는 새해 다짐 혹은 새해 소망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쓴다. 새해에는 건강하고 행복하고 시집도 가고 또 취업도 하고… 이런 덕담도 함께 떠오른다. 다짐이나 소망이 아니라 결심(resolution)으로 표현하는 것도 다가올 시간을 바라보고 운영하는 것에 대한 문화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여기 글을 쓰는 모두들, 새해 결심으로 일주일에 글 하나 쓰는 것 완주하기가 들어있을 것 같다. 함께 세우고 함께 달성하는 목표인 만큼 함께 힘내기로. 무탈하여 좋은 글들로 한 해 레터가 발행될 수 있기를, 그 모든 것을 통하여 쓰고 읽는 사람 모두의 성장이 있기를 소망한다.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언젠가 남편에게 새해 목표를 물었더니 자기는 그런 것 생각 안 하고 편하게 살련다고 대답했었는데, 그걸 어린 딸이 듣고 있었나 봅니다. 딸에게 물어보니 정말 토씨하나 안 틀리고 똑같이 대답하더라구요. - 난 그런 거 생각 안 하고 편하게 살 거야- 아주 순진하게요. (사실 이게 킬포죠) 그때 남편이 당황해서 부랴부랴 건강에 대해 학업에 대해 일에 대해 관계에 대한 새해 결심을 말하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아마 둘 다 잊었을 테지만 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여기 덧붙이네요^^ 이렇게 목표를 세우고 새로운 결심을 하는 일에는 누군가의 자극이 필요한 건지도 몰라요. 그렇죠 이정님? 감사하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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