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감일이라는 것을 깜빡 잊고 있었다. 카톡으로 알림이 오고서야 하반기 글 마감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내 정신이야
마감을 지키고 싶어 무슨 글이라도 올리려고 여기저기 적어둔 글을 뒤적였다. 방학 동안 새로 바꾼 전화기에 있는 일기장 앱을 들춰보기도 하고 파일에 적어둔 조각 글을 읽어보기도 했다. 두 달 동안 들어가지 않았던 카페에도 들어가 보았다. 이제 다시 시작이구나. 우선 첫 글은 방학 동안의 이야기로 시작해야겠다.
두 달 동안의 짧지 않은 방학 동안 여름이 호되게 왔었다. (사실 아직도 가고 있지 않고- 제발 가기를- 폭염이라는 이름으로 머물러 있지만) 7월 말까지는 동남아에서 만났던 장대같이 내려 꽃히는 비가 매일 오다시피 했고 8월부터는 작열하는 태양이 대지를 데우고 열대야를 이어갔다. 한창 달구어진 시간에 밖에 나가면 마치 빌딩 에어컨 실외기에서 부는 바람 같은 뜨거운 바람이 불었다. 사람들은 냉방이 되는 지하철이나 버스로 에어컨이 있는 실내를 옮겨 다니며 생활했다. 나도 오전에는 집안에 있다가도 점점 더워지기 시작하면 슬슬 마트를 가거나, 도서관을 들리거나, 체육관을 가서 너무 덥다고 투덜거리는 아주머니들을 만나거나 했다. 저녁이 되면 퇴근한 남편과 동네 학교 운동장을 돌았는데, 밤이 깊어질수록 트랙을 도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따로 휴가는 가지 못했다. 하지만 오랜만에 영화관에 가서 <인사이드 아웃>을 보기도 하고 공휴일에 가족끼리 카페에 가서 각자 독서를 하거나 공부를 하기도 했다. 기회가 되어 환경에 대한 두꺼운 책을 친구들과 함께 줌으로 모임을 하며 읽기도 했다.(사실 이건 꼼에서 배운 대로 한 거다,) 방학을 가진 기도모임에서는 한 자매의 제안으로 40일 기도의 원 그리기 책을 함께 읽기 시작했는데 카톡으로 정리된 내용이나 감상을 올리면서 실제로 기도를 할 수 있게 된 좋은 기회가 되었다. 오랫동안 하던 일을 마쳐야 했던 일도 있었고 새로 시작하기 위해 힘을 내는 일도 있다. 적어놓고 보니 방학 동안 이것저것을 한 것 같다.
방학을 가질 때는 글 몇 편 정도는 써놓고 한 학기를 시작하고 싶었는데 뭐 이건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오늘 마감도 제대로 못한 걸 보면 마이너스로 시작했을 수도…) 유일하게 한 일은, 도서관에 가서 ‘나의 작가 리스트’에 올릴 작가의 신작 소설을 빌려 읽은 것이다. 아, 그리고 글감이 될만한 것들은 낙서처럼 다이어리에 적어놓기도 했다! 음… 그러니까 글을 쓰지는 않았지만 생각은 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리고 글이란, 생각만 해서 써지는 것이 아니라 마감이 있어야 써지는 것이다.
이제 다시 시작, 시작하게 해 주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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