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다.
어딜 가든 만개한 벚꽃과 수시로 꽃잎이 흩날리는 요즘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꽃구경을 다니는 계절이다. 제대로 꽃구경을 나서진 못하지만 그래도 틈틈이 이동하며 흐드러진 벚꽃을 볼 수 있어 너무나 행복하다.
물론 그렇게 이동해서 도달한 곳은 법원, 검찰청 또는 경찰서 그리고 가장 많이 가는 곳이 구치소나 교도소다. 전국 곳곳에 있는 교정기관을 다 다니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평생 한번 갈까 말까 할 곳을 일 년 내내 내 집 드나들듯 다닌다. 가끔 나의 구글 타임라인을 보면 나도 놀랄 때가 있다.
한번은 구치소 접견을 마치고 나왔는데 후배의 부재중 전화가 남겨져 있어 전화를 했더니 나에게 어디냐고 물어 구치소라고 했다. 그 후배는 그 말을 듣자마자 나에게 좀 좋은 곳을 다니지 그렇게 험한 곳만 다니냐며 안타까워했다. 세상에 좋은 데가 얼마나 많은데 나쁜 사람들이 있는 그런 곳만 다니냐고 했다.
변호사로서 당연히 다녀할 곳인데도 평범한 사람들이 보기에는 아니 친한 지인이 다니는 곳이 그런 곳이라 생각만 해도 싫었던 것이다.
정작 구치소나 교도소를 다니면서도 나는 그다지 험한 곳이라거나 나쁜 사람들만 만나고 다닌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때때로 힘들게 하는 의뢰인을 만나러 가는 날이면 발걸음이 무겁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때로는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의뢰인을 기대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가는 일도 있었다.
내가 만나야 할 사람이 그저 그곳에 있기에 나는 갈 뿐이다. 이제는 그 어떤 곳보다 나에게 익숙한 공간이다. 내가 만나야 하는 사람들은 내가 가지 않으면 나를 만날 수 없다. 그렇게 만나지는 연유로 내가 만나야 할 사람들에게 나는 기다림의 대상이다. 만나자마자 그간의 이야기들을 다 풀어낸다. 그간 힘들었던 이야기, 걱정되는 일들, 재판 진행과정, 재판 결과들. 나는 그 숙제를 해결해 주고서야 그곳을 나설 수 있다. 나설 때 홀가분한 날들 있지만 마음이 더 무거운 날들도 적지 않다.
자유가 허락되지 않는 그곳에서 생활하는 것 자체가 힘들 수밖에 없다 보니 대부분의 내용은 하소연이다. 세상 둘도 없이 책임감 강한 가장이, 둘도 없는 효자인 자식들의 사연이 넘쳐난다. 가족들에게 주는 고통이 너무 커 힘들어 살 수 없다고한다. 그래서 빨리 나가야 한다고. 그렇게 시작된 하소연은 자신이 이곳에서 나갈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답변을 알려달라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그럴 때면 나는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할 수밖에 없다. 내가 담당 판사가 아니라 섣불리 결과를 말하기 힘들기에. 왜 사고를 치기 전에 그 책임감과 효심을 떠올리지 못하고 그곳에 간 후에야 생각나는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정작 그곳에 있는 사람들보다 밖에서 살아가는 가족들의 더 힘든 모습을 보게 된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부재로 오는 힘듦도 있겠지만 그간 만들어진 잘못된 문제가 누적되고 누적되어 가족들은 하루하루가 더 힘들다고 한다. 나온다고 하루아침에 해결되는 것도 아니니 더욱 그렇다. 그곳 생활이 너무 힘들다는 말을 듣노라면 나는 속으로 이렇게 말하곤 한다. 밖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힘들기는 다 마찬가지라고. 실제로 삶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기에 그곳에 있기 때문에 더 힘들다고 할 수만은 없다. 밖에서 더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많다고. 그러니 지금은 힘들지만 견뎌야 하는 시간이라고.
오늘도 나는 힘든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만나고 나오다 아주 멋진 벚꽃길을 걸었다.
아는 사람만 아는 곳! 안양교도소 앞길~~ 쉽게 올 수 없는 곳이지만 그래도 지나다 생각나면 들려보시길 추천한다.
벚꽃 구경하기 좋은 곳이다. 생각보다 이쁜 벚꽃길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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