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도 일도 삶도 다 잘하고 싶은 613클럽의 애비로드 입니다. 오늘은 ‘육아휴직, 다르게 살아보기’ 시리즈 8번째 칼럼입니다.
이번 주 칼럼은 육아휴직 중에 현금흐름으로 인해 마음고생을 했던 이야기와 이를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나눠볼까 해요. 유익하셨으면 좋겠습니다.Memo from 애비로드
휴직 전, 현금흐름에 대한 생각
회사에 휴직을 처음 신청 할 때는 6개월 정도만 신청했었어요. 아빠육아휴직 제도를 통해서 6개월 정도는 생각보다 많은 휴직 급여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6개월만 쓰고 금방 복귀할 생각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휴직을 시작하고 한 두달 지나고 보니, 아이를 돌보느라 쉽지 않은 생활임에도 전반적으로 너무 만족스러웠던 나머지.. 급기야, 이런 생각까지도 했었어요.
집 값이 좀 올랐으니, 나름 여유가 생겼잖아? 그 돈의 일부는 휴직 때의 시간들을 누린다고 생각하면 휴직 까짓거 6개월 더 연장해서 1년까지 길게 못쓸 이유도 없지 않을까?
대략적으로 계산해보니, 현금흐름도 그럭저럭 괜찮을 것 같더라구요. 그리고 복직을 하게 되면 그 때부터는 어쨌든 매 달 회복이 될테니 괜찮을 거라는 계산이 섰죠.
(혹시 읽고 계신 분들 중에 휴직을 준비 중이신 분들이 계신다면, 아래 모의 계산 링크가 도움이 되실거에요!)
휴직 중반, 현금 기근의 위기
하지만, 생각하지 못한 게 있었습니다. 휴직을 시작하고 수입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출을 그에 맞춰서 줄이지 않았던 거죠. 오히려, 회사에서 해결할 수 있는 식사를 집에서 꼬박꼬박 챙겨먹고, 시간이 있으니 자꾸 여기저기 돌아다니게 되면서 지출이 더 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자기계발 명목으로 이런 저런 강의에 돈 쓰기를 주저하지 않았었죠. 부동산 강의들은 왜 그렇게도 비싼지.. 몇십만원이 기본이었으니까요..
그렇게 6개월의 시간이 흘렀고 다시 한 번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휴직 전에는 '똔똔'을 예상했던 것과 달리, 상당히 많은 돈을 까먹은 후 더군요. 다달이 지급되는 휴직 급여 에도 불구하고 꽤나 많은 돈을 썼기 때문입니다. 휴직을 연장 하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에, 문제는 남은 6개월이었어요.
그 때부터 휴직 급여는 일반 수준(월 150만원)으로 내려가게 됐습니다. 심지어 앞으로는 줄어든 휴직 급여로 인해 특별히 돈을 쓰지 않고 지출을 걸어잠가도 매 달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될 것 같았습니다.
예상을 못했던 건 아니지만, 막상 생존 비용으로 현금이 점차 줄어든다고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그 간의 여유롭게 보내왔던 나날들이 주마등 처럼 스쳐지나갔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자유에 값비싼 비용을 치르게 된 것이죠.
아이가 생기면 지출이 늘어요
육아휴직을 쓰시는 분들은 보통 신생아를 케어하는 분들이 많죠. 관련 논문을 보면 무자녀 가정이 아이가 하나 생기면 기본 지출이 33%(73만원)증가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휴직이 시작되면, 급여가 줄어든다는 것 뿐만 아니라 지출까지도 늘어 난다는 걸 꼭 염두에 둬야 합니다. 설령, 아이 돌보느나 둘이서 밖에 놀러 나다니며 쓰는 돈이 줄어든다 할지라도 말이죠. (정말 열심히 나가 놀았던 분들은 줄어들 것 같네요 ㅎㅎ)
따라서, 휴직에 들어가기 전이나 휴직이 시작됐을 때는 휴직기간에 걸친 현금흐름을 고려할 때 줄어든 수입과 더불어 지출이 늘어난다는 것을 한 번 쯤은 정량적으로 체크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금은 여유있게 생각해야 불안함 없이 휴직 기간을 보낼 수 있고, 돈에 쫓겨 준비없이 회사에 복귀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죠.
집 값은 현금이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
생각보다 현금에 쪼들리는 상황은 사람을 조급하게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22년 당시에는 집 값이 속절 없이 추락 했던 시기 였거든요. 휴직 전에 오른 집 값을 든든해하며 휴직 좀 써도 되지 않겠냐고 오만하게 생각했던 저는 온데 간데 없어졌습니다.
사실, 부동산 투자를 열심히 파고 있었기 때문에 현재 집을 팔고 다음 투자 플랜들을 많이 생각해 놓았습니다. 그렇게 집을 매도하고 필요한 현금을 일부 유용해야겠다는 전략이 있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습니다.
집이 팔리지 않았거든요. 팔기는 커녕 집을 보러 다니는 사람 자체도 없없습니다. 매수는 기술, 매도는 예술이라고 했지요. 나만 마음먹으면 할 수 있는 '매수'와 누군가가 마음을 먹어줘야 할 수 있는 '매도'의 난이도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 존재했습니다. 그제서야 비로소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현금화 하지 않는 이상 그 돈이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돈이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을 말이죠. 내 뿌리 자산을 돈이 급하다고 헐값에 팔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환금성, 환금성, 환금성....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습니다.
오죽하면 현관에 가위까지 거는 샤머니즘에 도움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집 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현금을 미리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결국 집을 담보로 대출(생활안정자금)을 받기로 한 것이죠.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습니다. LTV, DSR 한도 내에서 대출 잔액을 모두 땡길 수 있을거라 순진하게 생각했지만, 은행은 추가 대출이 당행의 대출이 아니라면 등본상의 채권최고액을 기준(대출금액의 120%)으로 대출 잔액을 계산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그 간 상환한 금액을 인정 받으려면 그걸 등기부등본에 반영하기 위해 또 추가 비용을 내고 말소등기를 해야하더군요. 너무 복잡했습니다.
혹시 휴직기간에 모자란 현금흐름을 채우기 위해서 대출을 새로 받으려는 분들이 계시면, 대출한도를 미리 확인해보시거나, 휴직에 들어가기 전에 조건이 좋을 때 미리 받아놓으시는 것도 추천드리고 싶어요. 미리 대출을 받았어도 당장 쓸 곳이 없어 이자가 부담된다 하더라도 대출금을 우량하고 안정적인 금융상품에 넣어 놓으면 대출금리를 충분히 상쇄시킬 수 있으니까요.
휴직은 가계상황 정비의 적기
돌이켜서 생각해보니, 육아휴직은 우리 집의 가계 상황을 재정비하게 딱 좋은 시기입니다. 왜냐하면, 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에 그에 맞춰 지출을 최소화해보려는 노력을 자연스럽게 하게되기 때문이죠. 평상시 가계부를 꼼꼼하게 관리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자연스럽게 가계부를 들여다보게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의 가계는 어떠신가요? 다음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해보세요.
- 우리 집의 총 월 소득, 연 소득이 얼마인지?
- 고정비 지출이 얼마인지? (주거, 대출, 보험, 구독, 교육비 등)
- 변동비 지출이 얼마인지? (식비, 공과금, 교통비, 의료비, 행사성 비용 등)
- 유사시 현금확보 방안이 있고 이를 파악하고 있는지? (추가 대출 여력 등)
- 장기 목표와 로드맵이 수립돼있는지? (저축, 연금, 투자 등)
규칙적인 수입 지출 패턴이 흔들리기 때문에 휴직 기간에는 이렇게 가계상황을 한 번쯤은 꼭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평상시에 관리를 잘하시던 분들은 크게 상관이 없을 수도 있지만, 그 간 다소 부실하게 챙겨오셔서 오랜 숙제처럼 안고 계시던 분들은 휴직 전, 혹은 초반에 잘 따져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복직 후 바로 회복되지 않을 수도
회사마다 사정이 다르겠습니다만, 저와 제 아내의 직장의 경우, 연봉 중에 성과급 비중이 꽤 됩니다. 문제는 그 성과급은 직전년도에 발생한 금액이기 때문에 복직한 해에는 해당되지 않는 다는 것이었습니다. 휴직이 처음이었기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 이었죠.
1년 간의 휴직 중 현금을 까먹으면서 보낸 후반부에 다소 노심초사하는 마음과 동시에 복직만 하면 매 달 잉여현금이 남아서 보탬이 될 거라는 희망적인 생각을 했었는데, 그게 착오였던 것이죠. 결국 정상적인 연봉을 받기 시작한 것은 복직 후 1년간 근무를 한 후에야 가능하게 됐습니다.
또한, 복직 후에 신용대출을 받으려 할 때도 소득 증빙 시, 휴직 기간의 소득이 없기 때문에 휴직하기 전의 연봉을 기준으로 제시했어야 했고, 그마저도 복직 후 근무한 지 3개월이 초과하면 3개월간의 평균 월급을 산출한 값에 12를 곱한 금액으로 내 기준연봉을 산정합니다. 그러니 내 총 소득이 과소하게 추정되게 되고, 대출 한도도 기대이하로 낮아지게 됐습니다.
어쨌든, 복직 당해년도 에는 내 연봉을 제대로 다 받을 수 없는 것이고, 복직 2년차가 되어서야 정상적으로 회복된 연봉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용대출을 받을 때 내 full연봉을 기준으로 받고싶으면, 복직 후 3년차인 올 해 초 부터 비로소 가능해졌습니다.
이렇게, 경우에 따라서 복직 후에도 현금흐름이 100%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시고 각자의 상황을 꼼꼼하게 챙기셔야 합니다.
돈 관리도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네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올바르게 입력했어도 출발지를 잘못 입력하면 제대로 갈리가 만무하듯이, 모든 자기계발도 나를 아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이는 가계 재정 점검도 똑같습니다. 우리 집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서 시작해야합니다. 미리 알고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예상치 못한 많은 리스크요인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거에요.
요즘 틈틈이 휴직자들을 위한 가계 점검 체크리스트와 엑셀시트를 만들어 보고 있어요. 상반기 중에는 완성하는게 목적입니다 :) 완성이 되면 613클럽 여러분들께 먼저 공유드려보겠습니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구독하기' 누르시거나, 저희 613클럽 단톡방에 들어오세요!
육아-일-삶 모두 잘 해낼거에요
주변 다섯 명의 평균이 바로 나 자신이다.
이 말 많이 들어보셨죠? 그 만큼 주변 관계와 환경 설정의 중요성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당장 저 부터가 육아(6)도 일(1)도 삶(3)도 잘 해내고 싶어요. 그래서 그런 분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셔서, 단톡방에 들어오세요 :) (비번 : 1212)
육아도 일도 내 삶도 잘해내기 위해 '노력'하는 엄마 아빠들과 동반 성장 할 수 있는 소통의 장으로 만들어 갈 예정이에요. 앞으로 애비로드가 진행하는 각종 프로그램 소식도 가장 먼저 접할 수 있어요 :) 우리 같이 또 멀리 가시죠!
[애비로드 링크 모음]
스레드 / 웹사이트 / 1:1코칭 / 편지자서전 챌린지 / 새벽기상 자율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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