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열심히 이끌수록 팀이 약해지는 이유가 있을까요?
Bar를 나누는 순간, 조직의 가능성이 열립니다
몇일 전 페이스북을 보다가 지인의 행사 후기 한 편을 읽었습니다. 외국계 IT기업에서 오래도록 근무했고, ESG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을 때 저와 함께 프로젝트를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녀의 350명 규모의 컨퍼런스를 10명의 자원 빌더와 함께 준비한 이야기. 17번의 정기회의, 45개의 토픽, 149개의 게시물. 본업과 병행하면서 그 행사를 만들어낸 사람들의 이야기였습니다.
그 글 안에 이런 문장이 있었습니다.
"리더가 조직의 Bar가 된다면 그 개인의 역량을 초월할 수 없다."
혹시 이런 경험 있으셨나요? 팀을 이끌고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모든 결정이 나에게만 쏠리는 느낌. 내가 빠지면 멈추고, 내가 없으면 흔들리고. 열심히 이끌었는데 왜인지 더 지쳐가는 그 감각. 오늘 뉴스레터는 그 문장이 제게 던진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질문이 AI 시대의 협업 방식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왜 열심히 이끌수록 조직은 약해질까요?
리더의 역할은 방향이지, 기준이 아닙니다
"리더가 Bar가 된다"는 말은 처음에는 그저 경고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곱씹을수록 더 날카로운 질문이 됩니다. 나는 지금 이 조직의 기준인가, 아니면 방향인가.
리더가 기준이 되면 무슨 일이 생길까요? 구성원들은 리더의 눈높이를 넘으려 하지 않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넘을 필요가 없어집니다. 리더가 판단하고, 리더가 결정하고, 리더가 완성하니까요. 그렇게 조직 전체의 역량 상한선이 리더 한 사람의 역량과 같아집니다. 리더가 성장을 멈추는 순간, 조직도 함께 멈춥니다.
이건 리더십이 나쁜 게 아닙니다. 오히려 너무 책임감이 강한 사람들이 빠지는 함정입니다. 내가 더 잘할 수 있으니까, 내가 하는 게 빠르니까, 내가 맡는 게 확실하니까. 그렇게 조금씩, 자신도 모르게 조직의 천장이 되어갑니다.
강한 조직은 리더가 끌고 가는 조직이 아니라, 구성원이 Bar를 올리는 조직입니다. 리더는 방향을 제시하고, 구성원은 각자의 자리에서 기준을 높입니다. 그 구조가 살아있는 조직과 멈춰 있는 조직을 가릅니다. 그런데 저는 이 문장을 읽으면서 전혀 다른 장면이 함께 떠올랐습니다. AI와 일하는 방식이 이 구조와 놀랍도록 닮아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강한 조직은 리더가 끌고 가는 조직이 아닙니다. 구성원이 Bar를 올리는 조직입니다."
350명짜리 행사와 AI가 같은 구조로 돌아갔습니다
방향을 가진 사람이 있을 때, Bar를 올리는 사람이 빛납니다
그녀가 쓴 글로 다시 돌아가겠습니다. 그 행사를 함께 만든 10명의 빌더는 각자가 전문가였습니다. 개발자, 소셜 미디어 전문가, 사진작가, 대학교수, PM, 행사 전문가, 커뮤니티 리더. 각자의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적재적소에서 Bar를 올렸고, 그 결과 '아니, 이렇게까지?' 싶은 산출물들이 나왔습니다.
이 문장이 인상 깊었던 이유가 있습니다. 총괄이 혼자 잘해서 나온 결과가 아니라는 것. 방향을 잡은 사람이 있고, 그 방향 안에서 각자가 자신만의 기준을 높였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 금전적 보상도 없이, 본업을 병행하면서도 그 자리를 지킨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목적과 진정성, 그리고 함께라는 신뢰.
저는 AI와 함께 책을 쓴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솔직히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AI가 글을 대신 써주는 거 아닌가?' 그 기대 반, 불안 반으로 첫 챕터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작업을 해보니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제가 "이 챕터는 소상공인이 처음 AI를 만나는 순간의 두려움에서 시작하자"고 방향을 잡으면, AI는 그 방향 안에서 가능한 모든 문장을 펼쳐 보였습니다. 제가 혼자였다면 반나절이 걸렸을 초안이 몇 분 안에 나왔습니다. 게다가 제가 생각하지 못한 각도의 문장들도 거기 있었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AI가 글을 '대신' 쓰는 게 아니라는 것을. AI는 제가 던진 방향 안에서 Bar를 끌어올리고 있었고, 어떤 문장을 독자에게 내보낼지, 이 챕터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는 끝까지 제가 결정하고 있었습니다. 방향은 제가 쥐고, Bar는 AI가 올리는 구조. 그 구조가 선명하게 보이는 순간이었습니다.
구조가 똑같습니다. 350명 행사를 만든 팀처럼, AI와의 협업도 역할 분담이 분명할 때 작동합니다. 총괄이 방향을 잡고 빌더들이 각자의 전문성으로 Bar를 올렸듯이, 저는 방향을 잡고 AI가 문장의 Bar를 올립니다. 그 역할이 뒤집히는 순간, 어느 쪽이든 무너집니다.
"AI는 Bar를 높입니다. 인간은 방향을 정합니다. 이 둘의 역할이 바뀌는 순간, 협업이 무너집니다."
지금 당장 Bar를 나눌 수 있습니다
오늘부터 시작하는 3가지 작은 실험
이 이야기가 이론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오늘 당장 작은 실험이 필요합니다. 제가 직접 해보고 효과를 확인한 3가지를 나눕니다.
첫 번째, 오늘 하루 '방향만 말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소요 시간: 5분 / 난이도: 하)
동료에게 업무를 넘길 때, 방법을 지정하지 말고 방향만 전달해보세요. "이렇게 해"가 아니라 "이 방향으로 가보자, 어떻게 갈지는 당신이 정해봐"라는 말로. AI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세하게 지시하지 말고, 핵심 방향만 던져보세요. 결과가 달라집니다.
두 번째, AI에게 '나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서 맡겨보세요. (소요 시간: 10분 / 난이도: 중)
내가 잘하는 것을 AI에게 검증받으려 하지 말고, 내가 부족한 부분에서 AI가 Bar를 올리도록 해보세요. 자료 정리, 초안 작성, 다양한 관점 제시. AI가 Bar를 올리고, 나는 그 중에서 방향에 맞는 것을 선택합니다. 판단은 내가, 확장은 AI가. 이 구조가 자리를 잡으면 협업의 속도와 깊이가 달라집니다.
세 번째, 이번 주 한 번, '내가 기준이 됐던 순간'을 돌아보세요. (소요 시간: 15분 / 난이도: 중)
최근 한 달을 돌아보세요. 내가 직접 하지 않으면 안 됐던 일이 있었나요. 그 일을 내가 직접 한 이유가 '나만 할 수 있어서'였나요, 아니면 '내가 하는 게 더 확실해서'였나요. 그 차이 안에 리더십의 함정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함정은 AI 협업에서도 똑같이 작동합니다.

여러분, 오늘 이 뉴스레터를 읽으면서 한 가지만 가져가신다면 이 문장이었으면 합니다. 리더의 역할은 기준이 아니라 방향입니다. AI의 역할은 대신이 아니라 확장입니다. 그 구조가 자리를 잡는 순간, 조직도 협업도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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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는 Bar를 높입니다. 인간은 방향을 정합니다."
동아일보에서 '황성진의 고대 사상가, AI를 만나다'라는 칼럼 연재합니다.
한비자, 소크라테스, 플라톤… 고대 사상가들의 눈으로 AI 시대를 바라보는 이야기를 매주 목요일 동아일보에서 이어갑니다.
재미있습니다. 함께 해요)
👉 지난 칼럼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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