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새록새록

갖고 싶다, 어린이의 이 능력_오늘도 새록새록_진솔

feat. 『시크릿』

2023.08.18 | 조회 1.11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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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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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 이미지 출처_istock
혜성 이미지 출처_istock

우주에 강아지 모양의 혜성이 있다. 주인공이 우주선을 타고 강아지 혜성을 탐사하러 간다. 착륙해서 강아지 혜성에 발을 내디뎠다. 그런데 왜 이렇게 땅이 말랑말랑하지? 그리고 어디선가 심장 박동 같은 소리가 들린다. 알고 보니 강아지 모양 혜성이 아니라 진짜 강아지다. 여덟 살 상윤이는 이 책, <<우주 탐험단 네발로행진호>>를 무척 좋아했다.  

<<우주 탐험단 네발로행진호 1 파란 혜성의 정체를 밝혀라!>>의 삽화
<<우주 탐험단 네발로행진호 1 파란 혜성의 정체를 밝혀라!>>의 삽화

초등학교 아이들, 특히 저학년 남자 아이들은 우주에 관심이 많다. 혜성이 뭔지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혜성은 먼지와 얼음덩어리로 이루어져 있고 긴 꼬리가 달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상윤이가 노트에 눈이 하나인 외계인을 그리면서 진지한 눈을 하고 말했다. “눈이 동그라요.” 마치 노트에 그린 외계인이 실제로 나타날 거라고 믿는 듯 몸체도 정성껏 세밀하게 그린다.

책 속 장면 중에, 우주에 떠 있는 강아지가 “엄마, 엄마. 무서워.” “엄마, 엄마. 배고파.” 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림을 같이 보면서 “우주에 있으니까 먹을 것도 없고 배고프겠다, 그치?” 했더니 상윤이가 말했다.

“엄마가 보고 싶어서 배고픈 거예요.

생각지도 못한 답변이었다. 그러고 보니 누군가가 그립고 보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강하면 배고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트레스 받는 일이 생기면 심리적으로 배고픔을 느낀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엄마가 너무 보고 싶은데 없으니까 스트레스 받아서 배가 고픈 것이다. 나는 이렇게 일차원적일까? 그저 먹어서 배고프다는 생각밖에 들었다. 책을 얄팍하게 보고 있는 아이가 아니라 나였다.

<<우주 탐험단 네발로행진호 1 파란 혜성의 정체를 밝혀라!>>의 강아지
<<우주 탐험단 네발로행진호 1 파란 혜성의 정체를 밝혀라!>>의 강아지

상윤이에게 우주를 상상하며 우주 탐험 계획서를 써보자고 했다. 이런 행성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주에 갈 때 필요한 물건은 뭐가 있을까? 그 행성에 가면 어떤 기분일까? 누구랑 가면 좋을까?

상윤이가 가고 싶은 행성은 장난감 행성이었다.

“장난감은 왜 장난감이에요?”

“장난감? 음... 장난하면서 가지고 노는 거니까?”

상윤이는 장난감 행성의 이름을 '메롱메롱행성'으로 정했다.

“장난감은 장난하면서 노는 거니까, 메롱메롱도 장난이니까 메롱메롱행성.”

메롱메롱행성의 특징은 장난감이 엄청 많다는 거다. 그리고 모든 장난감이 공짜다. 메롱메롱행성에 갈 때는 꼭 가방을 챙겨가야 한다. 상윤이의 목표는 메롱메롱행성에서 공짜인 장난감들을 가방에 넣어 가지고 지구에 돌아와 가지고 노는 거였다.

상윤이는 메롱메롱행성에 있는 외계인과 장난감들을 그렸고 행성의 특징과 행성에 가서 뭘 하고 싶은지를 글로 썼다. 글을 다 쓰고 나서 한 손으로 턱을 괴고 나른한 눈을 하고는 “진짜 꿈만 같애.”라는 말을 한숨 쉬듯 내뱉었다. 어느새 상윤이는 메롱메롱행성에 가있었다. 자기가 상상으로 만든 메롱메롱행성을 실감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자신이 상상한 것을 실제로 믿는 한 인간을 목격하고 말을 잃었다. 혹시 이게 바로 그 베스트셀러 <<시크릿>>에서 말하는 비법인가? 원하는 것을 상상하고 그 소원이 이미 이루어졌음을 느끼라는? 이미 성공한 나 자신을 상상하고 실감하면 결국 성공하게 된다는 얘기가 바로 이 능력을 말하는 거였나? 그 뭐냐, 일체유심조?

내가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를 깨달았다. 나는 속으로 ‘메롱메롱행성? 웃기다, 재밌네.’ 하면서 메롱메롱행성을 믿지 않았다. 그런데 이미 메롱메롱행성 한복판에 가 있는 상윤이의 모습을 보고 갑자기 숙연해졌다. 내게도 내가 만들어 낸 상상을 진짜라고 믿는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조금 멍하니,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는데 상윤이가 애틋한 목소리로 말했다.

진짜 가보고 싶어요, .”

 

 

<<우주 탐험단 네발로행진호 1 파란 혜성의 정체를 밝혀라!>>의 삽화
<<우주 탐험단 네발로행진호 1 파란 혜성의 정체를 밝혀라!>>의 삽화

 

*실제 경험을 쓴 글이지만 아이 이름은 가명입니다.

*글쓴이 - 진솔

어린이들과 책 읽고 이야기 나누는 독서교실 선생님입니다. 초등 아이 키우는 엄마이기도 합니다. 뉴스레터 <세상의 모든 문화>에 '오늘도 새록새록'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진솔의 브런치 - https://brunch.co.kr/@kateinthe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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