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여행자의 조직문화 탐사기

3,000통의 아침 편지_조직문화 탐사기_정연

강력하고 내밀한 소통 채널, 편지

2023.04.03 | 조회 1.05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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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문화

총 20여명의 작가들이 세상의 모든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매일 전해드립니다.

저는 격의 없이 소통하는 것을 즐깁니다. 그리고 복잡한 것보다는 단순한 것을 좋아합니다. 결정 과정까지는 다양성을 존중하지만, 결정된 다음에는 신속함을 위해서 일의 목적에 맞는 일관성을 존중합니다. 저의 생각을 구성원에게 공유하는 방법 중의 하나로, 매일 아침 후배 동료들에게 편지 보내는 일을 오랫동안 해왔습니다. 아마도 이곳 사정에 따라 편지를 보내는 빈도는 유동적이겠지만 사정이 허락하는 대로 자유롭게 그날 아침에 떠오르는 생각을 중심으로 편지를 보내고자 합니다. 다소 생각이 다르더라도 나누면서 상호 이해의 공간이 넓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장동철 <제법 괜찮은 리더가 되고픈 당신에게>

 

인생여행자의 조직문화 탐사기 3화 시작해요 :)
인생여행자의 조직문화 탐사기 3화 시작해요 :)

원하던 인사팀에 배치받고 출근한 첫날, 내게 도착한 첫 이메일은 팀장님이 보낸 ‘아침 편지’였다. 회사생활을 잘 모르던 철부지 신입사원 시절이었지만, 업무 메일이 아닌 팀장님의 ‘편지’를 아침마다 받아보는 건 흔치 않은 경험이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어떤 날은 마음가짐과 태도를, 어떤 날은 일상의 소회를, 또 다른 날은 리더로서 당부를 담뿍 담아 진솔하게 전해주는 팀장님의 아침 편지는 최고의 코칭 세션 그 이상이었다.

하고 싶은 말을 완성된 한 편의 글로 남기는 시도는 선뜻 도전하기 어렵게 느껴진다. 그건 심사숙고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처음으로 팀장을 맡았던 당시 나의 팀장님은 구성원과의 소통에 편지만큼 좋은 방법이 없을 거란 믿음으로 그 도전의 여정에 나선 것이었다. 그렇게 17년간 3천여 통의 편지를 후배 구성원들에게 보내주셨고, 그 편지를 묶어 얼마 전 책으로 출간하셨다.

돌이켜보면, 이십 년 가까이 지내온 회사생활 동안 만나온 스무 명 넘는 리더들 가운데 손꼽히는 리더로 첫 팀장님이 떠오르는 건 우연이 아니었다. 여러 리더들과 티타임과 식사 시간, 회식 자리에서 주고받은 대화가 흐드러지게 핀 벚꽃처럼 많았지만, 그 무수히 많은 대화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후두두 떨어져 금세 휘발되고 말았다. 하지만 정돈된 글, 특히 편지로 지속적으로 소통했던 리더의 생각은 조직 내에서 강건하게 살아남아 일하는 방식과 원칙, 의사결정의 주요한 잣대가 되어주었다.

첫 팀장님이 17년 간 후배들에게 남긴 3천여 편의 편지가 책이 되었다.
첫 팀장님이 17년 간 후배들에게 남긴 3천여 편의 편지가 책이 되었다.

 

순간순간, 하루하루를 기록할 수 있으면 좋다. 일기여도 좋고 밑줄 친 책의 한 구절이어도 좋다. 단상이어도 좋고 편지여도 좋다. 순간을 기록하면 하나의 개인적 역사가 된다. 기록을 통해 우리는 항상 깨어 있게 된다. 기록은 순간을 복원하여 우리에게 되돌려 준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삶이다.

구본형 <익숙한 것과의 결별>

어제는 변화경영 사상가였던 작가 구본형 타계 10주년을 맞아 제자들이 준비한 추모행사에 다녀왔다. 마음속 멘토로 따르고 있는 김호 코치님이 토론자로 참여하신다고 해서 신청했는데, 네시간 동안 이어진 다양한 관점의 추모 세션을 지켜보면서 ‘스승의 스승’이셨구나 싶었다. 집으로 돌아와 구본형 선생님의 열아홉 권 가운데 첫 책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곱씹듯이 읽어보면서, ‘나의 첫 팀장님의 편지는 조직경영 활동이자 자기 경영 활동이었구나!’ 새삼 발견하게 되었다. 리더의 탄탄한 자기 경영이 튼튼한 조직문화의 밑거름이 된다는 것도 다시금 알게 되었다.

작가 구본형 선생님 추모 행사에서, 마음속 멘토 김호 코치님이 세션 토론자로 나섰다.
작가 구본형 선생님 추모 행사에서, 마음속 멘토 김호 코치님이 세션 토론자로 나섰다.

 

나의 첫 팀장님 남겨주신 ‘편지 소통‘의 유산을 내 삶에도, 나의 일터에도 조금씩 적용해보고 있다. 조금은 쑥스럽지만, 얼마 전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보낸 편지를,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전해본다.

 

안녕하세요? 황정연 책임매니저예요.

경영연구원 미래경영연구센터에 조인한 지 오늘로써 정확히 100일이 되었어요. 지난 백일의 시간을 되돌아보며 우리 센터원 분들께 몇 가지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서 메일을 씁니다.

우리가 잘 아는 단군신화에서 곰과 호랑이가 동굴에서 쑥과 마늘만 먹고 지내야 하는 미션에서도 백일이란 시간이 주어졌었죠. 무언가 큰 변화를 도모하려면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가 봅니다.

지난 백일의 시간을 오롯이 되돌아봅니다. 우리 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해서 약 이십 년 가까이 지내오면서 인사실, 인재개발원, 글로벌 HR, 생산 부문 HR, 신사업 부문 HR을 경험해왔는데, 경영연구원 미래경영연구센터에서의 지난 삼 개월은 같은 회사 안이어서 익숙한 듯하면서도 다른 빛깔의 새로운 시간이었어요.

먼저, 다양한 백그라운드의 전문가들이 모여 토의하면서 새로운 대안을 찾아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이전의 레거시 조직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부분이었죠. 물론 신사업 부문 HR을 총괄하면서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육성해가는 구성원들과 함께 조직과 사람, 일에 대한 고민을 해왔었지만, 우리 회사의 기업력과 같은 본질적인 부분을 깊게 들여다보며 머리를 맞대고 답을 찾아가는 우리 구성원들의 모습은 인상적인 것을 넘어서 감동적이었어요.

다음으로, 성장 마인드셋을 갖춘 사람들이 서로의 성장을 응원하며 자발적인 학습조직을 구축하고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자리에 제가 함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아, 나랑 같은 결을 지닌 사람들을 만났구나!’ 하는 반가움의 시간이었죠. 은하수 탐험대, 경영전략 독서 모임에 참여하면서 일터에서 함께 커가는 기쁨을 다시 맛보게 되어 참 고맙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제가 우리 경영연구원, 미래경영연구센터에 어떤 부분에 기여할 수 있을까 깊이 생각해본 시간이었어요. HR 프랙티셔너로 오랜 시간 쌓아온 경험과 HR에 대한 열망으로 학계와 외부 전문가들과 꾸준히 소통해온 지층 같은 시간, 우리 회사에서 쌓아온 신뢰 관계를 어떻게 우리의 미션과 연결할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해보았어요.

요즘 연구하고 있는 과제인 Microsoft 구성원 Thriving 사례를 보면서, 조금 더 선명하게 제 미션과 조직의 미션을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어요. 구성원 Thriving은 Vitality와 Learning을 동시에 경험하는 상태인데, 업무수행 과정에서 에너지의 충만함을 경험함과 동시에 일을 통해서 스스로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저 스스로 느끼고 있거든요. 긍정심리학(POS)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접근보다는, 열망하면서 즐겁게 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앞으로도 더 노력해보려고 해요.

지난 백 일 동안은 우리 조직 안에서 좋은 관계 맺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어요. 새롭게 조인한 뉴비로서 먼저 말하기보다는 먼저 듣는 자세로, 과업보다는 관계를 우선으로 생각하며 생활해왔습니다. 이제는 Phase2로 넘어가 보려고 해요. 우리 조직에 주어진 미션을 효과적으로,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면서 의견을 내고, HMG 아젠다 센싱을 통해 선제적으로 과제를 발굴하여 추진해보고자 해요. 또한, 사내 및 사외 협력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지 제게 편히 말씀해주세요. 적극적으로 돕겠습니다.

어느덧 벚꽃이 하나둘 피는 계절이 되었어요. 문득 벚꽃 뷰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공세리 성당의 흐드러진 벚꽃 나무 아래를 걷던 그날이 떠오르네요. 조만간 양재천도 벚꽃으로 가득 채워질 텐데 조만간 그 아름다운 길을 함께 걸어봐요.

마음 깊이 고맙습니다. 이 멋진 여정을 함께 해서 설레고 행복합니다.

2023년 3월 어느 토요일 아침,

인생여행자 황정연 드림

 

* 글쓴이

인생여행자 정연

이십 년 가까이 자동차회사에서 HR 매니저로 일해오면서 조직과 사람, 일과 문화, 성과와 성장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몸으로 답하는 시간을 보내왔다. 지층처럼 쌓아두었던 고민의 시간을 글로 담아, H자동차그룹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칼럼을 쓰기도 했다. 9년차 요가수련자이기도 한 그는 자신을 인생여행자라고 부르며, 일상을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글을 짓는다. 현재는 H자동차그룹 미래경영연구센터에서 조직의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며 준비하고 있다.

인생여행자 정연, 19년차 HR 매니저, 9년차 요가수련자, 14년차 아빠로 살아갑니다.일상을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글을 짓습니다.
인생여행자 정연, 19년차 HR 매니저, 9년차 요가수련자, 14년차 아빠로 살아갑니다.일상을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글을 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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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enlady

    0
    over 1 year 전

    뭘 하고 살까 고민만 하는 요즘인데, 빠른 변화 속에 묻혀서 나 자신을 잃지 않는 방법이 무엇인지 세모문 글을 보며 다시 생각해보게 되네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분들의 글을 책으로 만나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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