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그곳에서는 소외되지 않는다.

Gencon Indy 2022 방문기(2편)

2022.12.11 | 조회 8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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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문화

총 20여명의 작가들이 세상의 모든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매일 전해드립니다.

수많은 게임전시회들 중에서 젠콘을 특징짓는 차별점 중 하나는 소수자들에 대한 배려다. 특히 소수자에 대한 배려와 다양한 프로그램은 다른 게임 전시회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메인 전시관 외에도 전시장과 그 주위의 호텔에 수십개의 홀들에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운영된다.
메인 전시관 외에도 전시장과 그 주위의 호텔에 수십개의 홀들에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운영된다.

 

 젠콘에는 게임 신작의 전시와 체험, 판매라는 주된 프로그램 외에도 수많은 방문자 참여 행사들이 열리는데, 그중에는 다양한, 인종적 성적 배경을 갖는 사람들을 위해 배려된 프로그램들이 많다. 예를 들어, 수많은 게임 작가, 아티스트와 유저들이 대화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BIPOC 라운지가 있다. 여기서 BIPOC은 Black, Indigenious (토착 원주민 문화), POC(People of Color:다양한 유색인종) 을 의미한다. BIPOC 을 지지하는 게임회사들이 후원하는 이 프로그램은 자칫 소외되기 쉬운 BIPOC 게임 창작자들에게 교류의 장을 제공할 뿐 아니라, 그들을 돕는 금전적인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BIPOC 라운지 소개 
BIPOC 라운지 소개 

 

BIPOC 라운지 전경
BIPOC 라운지 전경

 

 또한 젠콘은 게임과 관련된 다양한 이해 그룹들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멤버를 알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Tabletopgaymers는 테이블탑 게이밍 문화 내에서 다양성과 평등을 추구한다는 모토로 만들어진 단체로 처음에는 야후 사이트 내의 게시판에서 시작했지만 2011년 젠콘을 시작으로 정식 모임이 시작되었고 2013년에는 비영리 단체로 등록이 되었다고 한다. 

Tabletopgaymers.org 부스
Tabletopgaymers.org 부스
Tabletopgaymers.org 홈페이지
Tabletopgaymers.org 홈페이지

 

 

그들은 Gencon 외에도 PAX, Origin, Gamehole Con 등에서 회합을 하며, 지역에서 LGBT들이 안전한 게임환경을 유지할  있도록 노력하고 스스로 지역 모임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Gencon은 행사를 찾은 미래의 동료인 어린이 게이머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자원봉사자들과 부모들은 이곳에서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으며, 여러 어린이들이 공동으로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하루종일 운영된다.

키즈 게이밍존 전경
키즈 게이밍존 전경
키즈 게이밍존 안내
키즈 게이밍존 안내

 

 사회적으로 소수자인 게이머들에 대한 이런 배려와 프로그램들이 단순히 어떤 주의나 법률을 반영한 결과가 아니라는 사실은 아주 작은 디테일에서 드러난다. 예를 들어 참가자들은 자신의 이름표를 받는데 그 이름표에 붙일 다양한 호칭의 스티커 역시 받는다. 그 스티커를 통해 자신의 성별과 함께 자신이 불리고 싶은 호칭을 스스로 정하여 표기할 수 있다. 젠콘 안에서 그들은 자신의 성별을 밝히고 동시에 불리고 싶은 호칭으로 불릴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가 게임 안에서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를 플레이하듯, 젠콘 안에서 참가자들은 그들 스스로를 정의할 수 있다. 

 놀라운 것은 유교문화에서 자라난 중년의 남성, 그것도 정도가 심한 이성애자인 나도 젠콘 안에서 편안함과 친근감을 느꼈다는 것인데, 이 이유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나는 그 이유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것은 같은 게이머로서의 동류의식이다. 

 게임의 참가자로서 우리는 크리스 크로포드라는 게임 디자이너의 표현을 따르자면, 일종의 Magic Circle 안에 함께 참여하게 된다. 우리가 게임을 할 때 다른 플레이어들은 근본적으로 같은 게임을 하는 동료가 된다. 우리는 재미라는 공동의 목적을 지니며 우리는 서로의 게임을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존재며, 다른 플레이어에 대한 존중은 바로 이 공동의 목표에서 온다. 

전에 한국에서 보드게임을 활용하여 수업을 하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일이 있었다.  그때 자신들의 체험을 공유하던 중에 강원도에서 온 한 교사가 했던 다음의 말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제가 교사로서, 학교에 보드게임을 도입한 이후 큰 자부심을 갖게 된 일이 있었어요. 작은 학교지만 우리도 교내 폭력과 왕따 문제가 있었는데, 아이들이 학교에서 보드게임을 갖고 노는 문화가 활성화된 이후, 거짓말처럼 왕따가 사라졌습니다. “ 

 사실 이런 결과가 나온 근본적인 원인은 매우 단순한데,  그것은 우리가 게임, 특히 보드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나와 같이 게임을 플레이해 줄 동료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그리고 인간의 감정은 그 표현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함께 시간을 보내며 웃고 떠든 상대를 미워하고 싫어하는 일은 쉽지 않다. 우리가 웃는 표정을 지으며 슬픈 생각을 하거나 슬픈 표정을 지으며 즐거운 생각을 하는 것이 불가능 한 것과 같은 이유다.  

내 주위에 있는 타인이 잠재적으로 나와 함께 게임을 즐기는 동료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그들을 보다 수용적으로 대할 수 있는 원인이 된다.  수십 년간 자리 잡아온 젠콘의 성공 요인, 스스로를 젠콘 중독자(좋은 의미로)로 부르며 수십 년간 이 행사를 빠지지 않고 방문하는 열성 참가자들을 유지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들은 젠콘을 통해, 수많은 나라에서 젠콘을 찾은  다양한 인종과, 성별과, 국적의 사람들이 그들의 친구이자 동료로 느껴지는  경험을 한다. 비록 그것이 게임을 하는 순간에 느껴지는 짧은 체험일망정,  짧은 기억은 나와 게임을 하는 낯선 이방인이 나와 같은 욕망과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며, 내가 게임 플레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존중 해야할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아주 자주, 그도 나를 존중하고 있다는 감정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체험을  뒤에 그들이 이방인을 보는 방식은 아마도  체험 전과 같을 수는 없지 않을까 한다. 

 근본적으로 허튼 장난이고, 다양한 형태로 오용될 수도 있는 게임이란 매체가가  덧없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의미가 있다면, 바로  지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아마도 그것은 이토록 오랫동안 게임이라는 문화가 사랑 받아온 긍정적인 이유 중 하나 일 것이다. 

 

글쓴이 - 정희권

2000년경부터 게임, 장르문학, 만화 등 서브컬쳐업에 종사해 왔습니다. 렉시오, 스파이시 등의 보드게임을 기획, 제작했고, 현재는 만화 등 다른 IP 가 갖고 있는 재미를 게임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하이델베어 플레이랩이라는  보드게임 제작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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