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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여성들 다섯 번째 뉴스레터는 최초의 프로그래밍 언어를 만든 개발자이자 버그를 발견한 해군제독, 그레이스 호퍼 입니다.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은 그가 창시한 프로그래밍 언어 위에서 작동하고 있답니다. 천재 프로그래머 그레이스 호퍼의 이야기, 지금 시작해볼게요.
1906년, 미국 뉴욕시에서 태어난 그레이스 호퍼는 최초의 프로그래밍 언어를 개발한 프로그래머로 버그와 디버그라는 용어를 대중화시킨 인물입니다. 만약 그레이스가 없는 세계에 살았다면 우리는 아직도 이진법을 이용해 컴퓨터를 사용하거나 지금보다 훨씬 느린 속도의 인터넷에 만족하며 펜과 종이가 더 중요한 아날로그 시대에 살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레이스의 등장으로 STEM* 분야에서 여성의 역할을 논의하는 학회 GHC가 설립되었으며, 해당 분야에 도전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성공적인 롤모델이 주는 긍정적인 영향을 몸소 보여주었습니다.
* STEM : 과학, 기술, 공학 및 수학(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ematics)
1943년, 그레이스는 미해군 예비군 산하의 여성비상자원봉사대인 WAVES에 지원했습니다. 37세의 나이로 해군 장교후보생이 된 그레이스는 800명 중 1등으로 졸업하며 하버드 대학의 연구소에 배정 받았습니다. 0세대 컴퓨터 세대의 대표적 인물인 하워드 에이킨 박사의 IBM ASCC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그레이스의 첫 임무는 차주 목요일까지 함포의 탄도계산표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컴퓨터를 처음 대면하게 된 그레이스는 단 일주일만에 프로그래밍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합니다. 천재라는 수식어가 그레이스에게 붙을 수 밖에 없는 이유죠.
1947년 9월 9일, 마크 II 컴퓨터의 메인 프레임에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기계를 확인하던 그레이스는 기계 사이에 나방이 끼어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마크 II 일지에 나방을 테이프로 붙이며 ‘실제 버그가 발견된 첫번째 사례'라는 문구를 적어 기록을 남겼습니다. 이를 계기로 버그(bug)는 컴퓨터 프로그램에서 발생한 오작동을 정의하는 용어가 되었고, 디버깅(debugging) 또는 디버그(debug)는 버그의 원인을 밝히고 수정하는 작업 과정을 뜻하는 용어가 되었습니다.
오늘 날 버그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어 누구나 뜻을 알고있는 단어가 되었고, 프로그래밍 툴에서도 디버그 실행 버튼은 대부분 벌레 모양의 아이콘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레이스는 이 일화를 좋아해서 자신의 친구, 동료 및 지인들에게 자주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9월 9일은 ‘테스터의 날'로 지정되었고, 지금까지 이어져 많은 사람들이 축하를 보내며 그가 발견한 의미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그레이스는 컴퓨터가 친화적인 도구가 되기를 원했습니다. 1952년, 세계 최초의 컴파일러**를 만들었으며 현대에는 이 컴파일러가 바로 첫 오픈소스 프로그램***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1959년, 그레이스의 염원처럼 그의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최초의 표준화된 비즈니스 언어인 코볼(COBOL, Common Business Oriented Language)이 출시되었죠.
** 컴파일러 : 특정 프로그래밍 언어로 쓰여 있는 문서를 다른 프로그래밍 언어로 옮기는 언어 번역 프로그램
*** 오픈소스 프로그램(소프트웨어) : 소스 코드를 공개해 누구나 특별한 제한 없이 그 코드를 보고 사용할 수 있는 오픈 소스 라이선스를 만족하는 소프트웨어
그레이스는 ‘코볼(COBOL)의 창시자’로서 세상에 혁신을 선물하였습니다. 코볼(COBOL)은 여전히 많은 대규모 정부 시스템, 보험 및 의료 분야와 은행에서도 실행되고 있으며 300억 줄의 코드 중 전 세계 모든 코드의 약 80%인 240억 개가 COBOL로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만약 그것이 좋은 생각이라면 일단 실행해라. 허락을 받는 것보다 저지른 일에 대해 사과하는 게 훨씬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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