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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
지금은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19세기 영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런 시대에, 스스로 ‘젠틀맨 잭(Gentleman Jack)’이라 불리며 편견과 관습을 가볍게 넘나들었던 여성이 있었습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여성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존재를 감추지 않았던 앤 리스터는 사업가이자 지주였으며, 자유롭게 연애하고, 자신의 삶을 매일 세세하게 기록했습니다. 그 기록들은 훗날 발견되어 우리에게 전혀 다른 시대의 진한 '여성 서사'를 들려줍니다.
오늘 뉴스레터에서는 시대의 규범을 깬 19세기의 퀴어 아이콘, 앤 리스터의 삶과 그가 남긴 기록의 의미를 함께 따라가 보려 합니다.
시대를 거스른 탄생
앤은 최초의 현대 레즈비언으로 알려진 영국의 작가입니다. 그의 탄생은 1791년, 영국 요크셔의 한 상류층 가문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군인 가문의 딸로 태어난 앤은 부유한 환경에서 성장했는데요. 그가 태어난 18세기 말과 19세기 초 영국 사회에서는 여성에게 기대되는 역할이 극히 제한적이었던 시기였습니다. 여성은 가정의 중심에서 순종적이고 조신한 태도를 지키며, 남편과 가정을 돌보는 것을 인생의 목적처럼 요구받았습니다. 그러나 앤은 어릴 적부터 이러한 전통적인 여성상에 순응하지 않았습니다.
앤은 어린 시절부터 독서와 학문에 흥미를 느꼈고, 왕성한 호기심과 활동성을 보이며 자기 계발에 대한 강한 욕구를 지녔습니다. 요크셔의 시골 마을에서 자라났지만, 그의 시선은 훨씬 더 넓은 세계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1804년부터 1805년까지 요크의 매너 스쿨(Manor School)에 다녔던 앤은 그곳에서 처음으로 여성과의 감정적·연애적 관계를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첫사랑이었던 엘리자 레이널(Elliza Raine)과 함께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며, 자신의 성적 지향성과 정체성을 더 명확히 자각하게 되었죠.
엘리자의 이야기는 앤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엘리자는 인도에서 태어난 혼혈 여성으로, 영국에서 교육을 받던 중 앤을 만났습니다.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졌고, 엘리자는 앤에게 깊은 감정을 품게 됩니다. 앤 역시 그를 사랑했고, 두 사람은 함께 미래를 꿈꾸며 연애 관계를 이어갔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관계는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것이었고, 주변의 시선과 압박 속에서 점차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앤은 학교를 떠난 후에도 엘리자와 관계를 유지했지만, 점점 더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면서 다른 여성들에게도 관심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엘리자는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감정 상태에 빠졌고, 후에 정신병원에 수용되는 안타까운 운명을 맞았습니다. 앤은 이후에도 엘리자를 완전히 잊지는 못해 찾아가기도 했으며, 엘리자가 정신병원에서 지낸다는 사실에 대해 일기에서 안타까움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앤에게 있어서 엘리자는 단순한 첫사랑이 아니라, 여성과의 연애 감정을 확신하게 만든 중요한 인물이었습니다. 또한, 엘리자와의 관계는 그의 연애관과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데에도 큰 영향을 미쳤죠. 이 이야기는 단순한 연애담을 넘어, 19세기 여성들의 한계와 사랑의 자유가 억압되었던 현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젠틀맨 잭의 등장
그의 당당한 태도와 독특한 패션, 그리고 남성처럼 보이는 행실은 당시 사회가 기대하던 여성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그를 "젠틀맨 잭(Gentleman Jack)"이라고 불렀는데요. 이 별명은 그를 조롱하는 의미로 붙여진 것이었지만, 후에는 그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상징처럼 남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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