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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여성들 열일곱 번째 뉴스레터는 서양 환경운동을 촉발한 생태학 시대의 선구자, 레이첼 카슨입니다. 타임지 선정 20세기를 변화시킨 100인 가운데 한사람으로 꼽히는 그는 유려한 문장과 명징한 과학적 발견을 통해 세계의 변화를 이끌었습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레이첼의 저서는 환경 분야 부동의 1위로 자리하고 있어요.
이번 주 금요일, 4월 22일 지구의 날을 기념하며 레이첼의 이야기 시작해볼게요.
20세기, 세계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책
레이첼 카슨의 저서 <침묵의 봄>에 붙는 수식어입니다.
검은 연기가 번영의 상징이던 1960년대 초, 레이첼은 이 책을 통해 생태계의 위기, 환경, 공기오염 그리고 건강에 대한 상관성까지 생태적 위험성을 날카롭게 비판했습니다. <침묵의 봄>은 발행 첫해에 24개국에서 50여만권이 판매될 정도로 많은 주목을 받았어요. 레이첼의 책은 대중으로부터 환경문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이끌어내고, 서양의 환경운동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특히 세계 여러 국가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DDT를 비롯한 살충제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DDT는 2차 세계대전 중 말라리아와 티푸스를 일으키는 모기와 여러 곤충으로 인한 질병을 막기 위해 사용되었고, 싼 가격으로 대량 생산되어 전쟁 후에도 농업 분야에서 살충제로 익히 쓰이고 있던 물질이었어요.
DDT가 척추 동물에게 독성이 적고 그중 인간에게는 더욱 악영향이 적다는 주장에 힘입어 각국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며 방대한 토양에 축적되고 있었죠. 하지만 레이첼이 토양에 축적된 DDT가 먹이사슬을 통해 생물농축이 되어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사람에게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을 한 것입니다.
신이 내린 살충제라고 불리던 DDT였던 만큼, 레이첼과 그의 책에 대한 언론의 비난과 화학업계의 방해가 거셌습니다. 그는 수많은 비난과 모략 속에서도 오직 진실만을 추구한다는 각오로 자신의 논리를 굽히지 않았고, 결국 미국 정부의 DDT 사용 금지 조치를 이끌어냈습니다. 이후 다른 나라들도 DDT 사용을 금지하게 되었고, 한국에서도 1979년 판매가 중지 되었어요. 1980년대 이후에는 전세계적으로 DDT의 사용이 금지되었죠.
레이첼의 주장에 깊이 공감한 한 상원의원은 당시 대통령이던 케네디에게 자연보호 전국 순례를 건의하였고, 이를 계기로 4월 22일을 지구의 날로 제정하게 되었습니다.
생물학을 전공하고 동물학 석사 공부를 한 레이첼은 메릴랜드 대학에서 수년간 동물학 강의를 했고, 여름에는 해양 및 해양 생태계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이후 그는 연방정부의 수자원 연구소에서도 일하고, 월간지에 바다생물에 관한 글을 쓰며 자신의 길을 닦았죠. 1941년엔 일반인들도 읽을 수 있는 ‘해풍아래서’ 라는 책을 펴냈고, 이후 1951년엔 ‘우리 주변의 바다’라는 바다와 해양 생태계에 대한 이야기를 집필했습니다. 이 책은 베스트셀러이자 전국 최우수 도서상을 받기도 했어요.
이듬해에는 바다 근처에 사는 생명체들의 이야기를 담은 ‘바닷가’라는 책을 펴냈으며, 바다와 근접한 조류 보호구역에서 모기를 죽이기 위해 뿌려진 DDT로 인해 오염된 바다와 죽은 수많은 새 그리고 물고기들을 보고 DDT에 대한 피해 사례들을 4년간 수집 및 연구하였습니다.
비록 그는 DDT 사용금지 조치가 내려지기 훨씬 전인 1962년에 세상을 떠났지만, 환경보호에 대한 대중의 새로운 인식과 풀뿌리 환경운동에 불을 피우고 세계적인 환경운동의 시작을 만드는 큰 유산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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