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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줌, 레즈비언 영화의 존재

2023.03.28 | 조회 9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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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여성들

인류 역사를 통틀어 익명이었던 여성들 - 우리의 불만을 기록합니다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여성 역사의 달 3월이 거의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3월 8일 여성의 날을 포함하여 여성 역사의 달을 보내면서, 여성들로만 빼곡하게 채운 역사가 뭐가 있을까 고민해보았습니다. 그래서 여성들만의 서사라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레즈비언’에 대한 레터를 보내드리며 3월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이번 레터는 영화 속 레즈비언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영화사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레즈비언 관계와 정체성을 탐구한 영화들은 있었지만, 보통은 잘 알려져있지 않지요.

잊혀진 여성들 60번째 뉴스레터, 영화 속 여자를 사랑한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 시작해볼게요.


 

서로를 바라보는 두 주인공 - 출처 :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영화 스틸컷
서로를 바라보는 두 주인공 - 출처 :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영화 스틸컷

 

레즈비언 영화의 역사

영화사의 긴 역사에도 불구하고 레즈비언 캐릭터를 표현해 온 영화는 현재까지 소수에 불과합니다. 레즈비언 영화를 보고 싶어도 매번 비슷한 리스트 내에서 고르게 되곤 하죠. 최근 몇 년 사이에 레즈비언 서사를 가진 영화들이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전체 영화 산업 중 한 줌밖에 안 되는 수준입니다.

Mädchen in Uniform 포스터 - 출처 : Wiki
Mädchen in Uniform 포스터 - 출처 : Wiki

가장 초기의 레즈비언 영화 중 하나는 한 학생과 그녀의 선생님 사이의 기숙학교 로맨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독일 영화 Mädchen in Uniform (1931)입니다. 첫 레즈비언 영화라 했을 때, 1929년 제작 된 Pandora’s Box 도 함께 언급되곤 하는데, 이 영화는 개봉 당시 여러 나라에서 ‘레즈비언 씬’이 검열되어 해당 부분을 삭제하고 상영되곤 했죠. 레즈비언 영화사에서 언급되는 또 다른 영화는 The Kliling of Sister George (1968)입니다. 이 영화는 중년의 배우가 자신의 TV 배역도 잃고 동시에 여자친구와의 긴 연애 끝에 헤어짐을 겪는 내용을 그렸습니다.

캐롤 포스터 - 출처 : Wiki
캐롤 포스터 - 출처 : Wiki

그리고 최근에는 캐롤 (2015)과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2019)과 같은 영화들이 레즈비언 관계에 대한 미묘하고 사실적인 묘사로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특히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레즈비언인 셀린 시아마가 감독한 영화로 섬세한 레즈비언 감정선을 다루며 큰 인기를 얻었죠. 많은 영화들이 메일 게이즈로 여성을 대상화하는 것과는 달리, 이 영화는 여성이 단순한 욕정의 대상이 아닌 서로를 마주 보는 시선으로 여성이라는 인물들을 그려내었습니다.

이외에도 아래와 같이 시대를 대표한 레즈비언 영화 작품들이 있습니다.

  • 1950년대 : The Price of Salt (1952) - 영화 캐롤의 기반이 된 영화로 연상의 기혼 여성과 사랑에 빠진 백화점 점원의 이야기
  • 1970년대 : The Bitter Tears of Petra von Kant (1972) - 조수와 스캔들에 빠진 패션 디자이너의 이야기
  • 1980년대 : Personal Best (1982) - 올림픽을 준비하는 선수들의 사랑
  • 1990년대 : Go Fish (1994) - 시카고에 사는 젊은 레즈비언들에 대한 로맨틱 코메디
  • 2000년대 : The Secret Diaries of Miss Anne Lister (2009) - 레즈비언 관계에 대한 자세한 일기를 작성한 19세기 지주인 앤 리스터의 실화를 바탕의 영화

 

레즈비언 영화는 남성 감독의 메일 게이즈로 인해 종종 논란에 휩싸인다 - 출처 :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영화 스틸컷
레즈비언 영화는 남성 감독의 메일 게이즈로 인해 종종 논란에 휩싸인다 - 출처 :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영화 스틸컷

영화 속 레즈비언 묘사와 논란

레즈비언 영화는 검열되고 반발에 부딪히기 일쑤였습니다. 영화 개봉 시에 검열당하기도 하지만, 레즈비언의 서사는 제작부터 검열되곤 했습니다. 많은 레즈비언 영화가 ‘비극적’이라는 것 아셨나요? 현실에서도 차별받고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받지 못하며 심하게는 정신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하는 레즈비언들은, 영화 속에서까지 비극적으로 묘사되었습니다. 주로 이런 영화들은 레즈비언 주인공이 연애가 끝나고 비참한 최후를 맞도록 그려지죠.

레즈비언을 그려내는 방식은 21세기에 들어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레즈비언을 스크린에서 인정하지는 않지만, 레즈비언이나 퀴어 앨라이 관객을 유혹하기 위해 퀴어베이팅을 하는 영화들도 종종 있죠. 두 여성 캐릭터의 사랑을 암시하였지만, 레즈비언임을 묘사하지 않거나 깊은 우정이라 묘사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퀴어베이팅입니다. 또한 레즈비언인 여성 감독의 경험과 시선으로 만든 영화도 있지만, 남성(또는 여성) 감독의 메일 게이즈로 레즈비언의 관계가 그려지는 경우가 대다수이죠.

이렇게 레즈비언에 대한 검열, 획일화되거나 제한된 묘사 그리고 대상화로 인해 레즈비언 관계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과 음침한 페티사이징이 사회에 지속적으로 자리하게 됩니다. 그래서 여성 감독의 피메일 게이즈가 더더욱 중요한 것이죠.

 

윤희에게 포스터 - 출처 : 왓챠
윤희에게 포스터 - 출처 : 왓챠

게이와 레즈는 다르다

성차별은 퀴어 안에서도 존재합니다. 똑같이 동성에 사랑을 느끼는 사람이어도, 남성에게는 여전히 관대한 가부장제 사회이기 때문일까요? 게이 남성에 관한 영화는 비교적 많이 만들어졌지만, 레즈비언 관계에 관한 영화는 부족했습니다. 이는 남성 감독과 제작자들이 영화 산업을 지배했고, 이에따라 게이 남성 관계에 관한 영화의 불균형적인 양으로 이어진 것도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리고 대중들이 게이 남성 캐릭터에 더 주목하고 격찬해왔기 때문이기도 하죠. 대표적인 게이 영화인 ‘브로크 백 마운틴’(2005)은 동성애를 다룬 영화임에도 문자 그대로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레즈비언 영화는 영화계에서 호평받고 성공을 하더라도 대중으로부터 덜 주목받고 덜 기념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레즈비언 관계와 정체성을 탐구하는 영화들이 증가하며 성별과 성에 대한 사회적 태도의 변화를 반영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레즈비언 서사를 드러냄에 따라 컨텐츠의 제작이 무산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는 주로 시청률이 낮아서, 관객수가 적어서 무산되고 취소 된다고 공식 발표를 하기 때문에, 관객들이 레즈비언 영화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영화 속 레즈비언의 이야기는 진보와 좌절로 특징지어지는 길고 복잡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레즈비언 관계를 묘사한 몇몇 대표적인 영화가 있지만, 아직까지도 그 수는 전체 영화 시장에서 보았을 때 매우 미미합니다. 우리가 소외된 집단의 더 큰 대표성을 계속해서 추진함에 따라, 영화와 미디어가 우리의 태도와 인식을 형성하는 데 미칠 수 있는 영향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여성들이 자신들의 서사를 검열당하지 않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여성 역사의 달 3월의 뉴스레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서로를 응원하는 여성 역사의 달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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