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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여성들 열아홉 번째 뉴스레터는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몰랐던 위인, 잔 다르크 입니다. 역사상 가장 미스테리한 인물이자, 기골이 장대했던 여성 장군.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는 위인이죠. 그의 파란만장한 일생, 지금 시작할게요.
17세의 평범한 문맹 시골 출신 여성이 갑자기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았다며 프랑스 왕실에 나타나 프랑스 왕국의 총사령관이 되었습니다.
잔 다르크는 등장과 동시에 반년 넘게 지속되던 오를레앙 전역을 열흘만에 승리로 이끌고, 영국 최고의 명장 존 탈보트를 포로로 잡더니(파테 전투) 역사에 길이 남을 우회 대기동을 성공시켜 랭스를 함락시키켰으며, 샤를 7세의 대관식을 올려 백년전쟁의 승패를 결정지었습니다.
긴 인류 역사에서 불가사의해 보이는 일들이 많았지만, 신화시대를 제외한 기록이 검증 가능한 시대에 이와 비견될만한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잔 다르크의 존재가 기적처럼 느껴지는 건 그가 영국, 프랑스라는 서유럽의 양대 강대국 간의 기록에서 교차검증이 가능한 시대의 인물이기 때문이지요.
인류 역사상 가장 미스테리한 인물로 일컬어지는 잔 다르크는 1412년 300명의 인구를 가진 프랑스 동부의 작은 마을 동레미에서 태어났습니다.
그가 태어나고 자랄 무렵, 프랑스는 큰 국가적 위기를 겪고 있었습니다. 1337년 시작된 영국과의 백년전쟁은 계속되고 있었고 프랑스 안에서도 내분이 심화되어 북부의 부르고뉴군은 영국의 편에 섰습니다. 영국과 맞서 싸우고 있던 프랑스의 발루아 왕조는 잉글랜드와 부르고뉴에 밀려 파리도 빼앗긴 상태였고, 왕으로 즉위해야 할 샤를은 프랑스에서 왕들이 전통적으로 대관식을 치르는 랭스를 점령당한 관계로 즉위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국가적 위기 상황은 어린아이였던 잔 다르크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아이였던 잔 다르크는 전쟁에 끌려간 마을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큰 부상을 당하고 돌아오는 것을 수시로 지켜봐야 했습니다.
어린 시절의 잔 다르크는 쟈넷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부유하지도 가난하지도 않은 집안에서 가축을 돌보며 평범하게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잔 다르크가 사망한 후 마을 사람들은 잔 다르크는 비교적 평범한 축에 속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는 종교적으로 매우 독실하여 마을의 신부조차 그의 독실함을 과하다고 여겼을 정도라고 합니다. 13살의 잔 다르크는 한 여름날 집 정원에서 평범한 하루를 보내다가 프랑스를 구하라는 신의 음성을 듣게 됩니다.
1428년, 신의 음성을 행동으로 옮겨야겠다는 확신에 찬 잔 다르크는 가족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보쿨뢰르 지역의 영주 보드리쿠르를 찾아갑니다. 자신을 무시하는 보드리쿠르에도 굴하지 않고 잔 다르크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프랑스를 구하라는 신의 음성을 들었다고 이야기했고, 점점 잔 다르크의 말을 믿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보드리쿠르는 결국 잔 다르크에게 검 한자루와 여섯 명의 부하를 주었습니다.
잔 다르크는 임무를 하러가는 길에도 사람들에게 자신이 신의 음성을 듣고 왕을 구하러 가는 길이라고 말했고, 이는 일반인들 사이에서 잔 다르크의 인기를 증폭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많이 알려진 사실과는 다르게 잔 다르크는 직접 전투에 참여하여 적을 무찌르지 않았습니다. 그는 군대를 동반하고 무기 대신 깃발을 휘둘렀고, 배후에서 군사 전략을 수립하여 군대를 지휘했죠. 그가 전쟁 중에 허벅지와 어깨에 화살을 맞은 후 스스로 화살을 뽑고 지휘에 전념한 일은 전설처럼 내려옵니다. 잔 다르크는 문맹이었지만 화술에 뛰어난 두각을 보였고 ‘성녀’ 이미지와는 다르게 큰 덩치와 화통하고 강인한 성격을 지녔다고 전해집니다.
잔 다르크는 프랑스 편에 서서 전투를 계속하다가 1430년 5월 콩피에르 전투에서 영국군에게 붙잡혔습니다. 그에게 적용된 제일 중대한 범죄는 전투 기간 내 남장을 했다는 것이었는데 심문을 받는 동안 그는 위험하거나 논란이 될 자백을 교묘하게 피해서 대답했으며, 감옥 안에 같이 들여보내진 영국 경비병들의 강간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수감 생활 중에도 지급된 드레스를 거부하고 반바지를 고수했습니다.
잔 다르크는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프랑스로부터 구명받지 못한채 마녀로 판결받아, 결국 1431년 5월 30일 19살의 나이로 화형대에 오르고 말았습니다. 이후 그의 마녀 혐의가 벗겨지고, 성녀로 시성*되긴 했지만 이 모두는 그가 죽은 후였습니다.
* 시성(라틴어-canonizatio) : 기독교에서 순교자를 성인으로 선언하는 행위
잔 다르크는 시대상에 따라 다르게 그려졌고 실제 어떤 모습이었는지 남아있는 자료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시대와 민족을 초월해 끊임 없이 환생하는 애국의 상징으로 남아 영화와 만화, 소설, 오페라 등에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재탄생되고 있지요.
때때로 역사의 결과는 군대의 힘으로 결정되기도 하고 우연한 사건으로 결정되기도 한다. 그러나 15세기 프랑스의 역사는 어린 소녀의 의지로 결정되었다. 잔 다르크는 17세의 어린 나이에 전 군을 통솔한 역사적으로 전무후무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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