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이면 유독 떠오르는 사람, 김명순

(金明淳, 1896-1951)

2022.05.10 | 조회 1.67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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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여성들

인류 역사를 통틀어 익명이었던 여성들 - 우리의 불만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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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여성들 스무 번째 뉴스레터는 1세대 여성작가이자 넘치는 능력으로 동료 남성 작가들의 질투를 한 몸에 받은, 김명순 입니다. 특히 그는 어린이날 종종 언급되기도 하는데요, 당대 손꼽히는 작가들을 비롯해 어린이날을 만든 방정환까지 지면을 통해 당당하게 김명순을 공격했기 때문이에요. 잊혀지기엔 너무나 서글픈 김명순의 이야기, 지금 시작할게요.

 


 

18세 그리고 31세의 김명순 ⓒ 여성신문
18세 그리고 31세의 김명순 ⓒ 여성신문

한국 최초의 여성 근대 소설가 김명순은 1920년대의 동인지* 『창조』의 유일한 여성 동인입니다.

한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이광수, 김동인 등 당대 문인들의 찬사 속에서 시, 소설, 희곡, 수필 등 수십 편의 작품을 썼습니다. 여성이 문필활동을 한다는 것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던 시대에 김명순은 ‘신여성'이었으며, 여성 해방론자이자 제1세대 여성작가였습니다. 남성 중심의 문단에 파묻힌 한국의 근대 문학 속에서 그의 존재만으로 여성에 의해 주도되었던 시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 동인지 : 사상, 취미, 경향 따위가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 편집ㆍ발행하는 잡지 (표준국어대사전)

 

ⓒ 연합뉴스. 청춘 창간호(국립중앙도서관)
ⓒ 연합뉴스. 청춘 창간호(국립중앙도서관)

김명순은 1917년 잡지 ‘청춘'의 현상 소설에 응모한 단편소설 <의심의 소녀>로 당선되어 등단하였습니다. 전통적인 결혼생활 속에서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 여성의 이야기로 지금 나왔다 해도 믿을 내용이었죠. 여성으로서 발간한 최초의 문학 작품집인 <생명의 과실>에서는 보들레르의 시 ‘저주의 여인들'을 번역하며, ‘누이들'이라는 표현을 여성 중심인 ‘자매들'로 옮기기도 했습니다. 남성 작가들의 시선으로만 쓰였던 여성 주인공들은 김명순의 손에서 활기를 찾았고, 그들의 심리를 치밀하게 묘사하며 차곡차곡 책에 담았습니다.

 

ⓒ 여성신문
ⓒ 여성신문

김명순은 글만 쓰지 않았습니다. 1925년에 매일신보의 기자 공채에 합격하여 기자로 일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작가이자 기자, 극작가, 평론가, 영화배우 그리고 5개 국어를 구사한 번역가였고, '여성임에도 너무 잘나간다'는 이유로 동시대 남성 작가들의 집단 공격을 받았습니다. 남성 작가들이 내세운 치졸한 공격의 변명은 그가 기생의 딸이라는 점과 성폭행 피해자였기 때문이라는 것이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여성에게 책임을 묻는 당시의 풍조였습니다.

남성 중심적 한국 문단이 걸출한 작가를 따돌림과 무차별적 언어 폭력으로 대한 것이었죠. 당시 사회와 문단은 그를 행실이 문란하고 방탕한 여자라며 비난을 했습니다.

 

ⓒ 컨슈머포스트
ⓒ 컨슈머포스트

심지어는 그를 문예지 ‘창조'의 동인으로 받아들였던 김동인은 자신의 소설 ‘김연실전'에서 독하고 성적으로 문란한 여성으로 표현한 주인공 김연실의 실제 모델이 김명순임을 짐작할 수 있게 했습니다.

사실 자유연애주의자라고 불린 김명순의 연애 상대는 겨우 3명이었으며, 성폭행 가해자였던 친일 장교 이응준은 아무 공격도 받지 않았습니다. 식민지 시대에서도 여성은 내부의 적들과도 싸워야 했습니다.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김명순은 김동인의 ‘김연실전' 이후로 일본으로 건너갔습니다. 1945년 해방 소식을 듣고도 돈이 없어 귀국하지 못할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리던 김명순은 동경시에서 운영하는 청산 뇌병원(정신병원)에 입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그의 소식은 아직까지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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