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님 안녕하세요.
자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정원에 대한 관심 또한 커지고 있습니다. 정원(庭園)은 일반적으로 실외에 식물 등 자연을 이용해 조성되는 공간을 말하는데요. 바로 이 공간에 ‘베이글’을 이용하여 정원을 조성한 인물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하시는 그 베이글, 맞습니다.
잊혀진 여성들 서른한 번째 뉴스레터는 마샬 슈왈츠(Martha Schwartz)의 베이글 가든입니다. 지금 바로 시작해볼게요.
마샬 슈왈츠는 미국의 조경가로 남성 중심적이자 보수적인 조경계의 큰 파장을 일으킨 인물입니다. 마샬의 경력은 1979년, 휴식 공간이었던 집 앞의 작은 정원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마샬은 남편인 피터 워커가 출장을 간 사이, 돌아왔을 때 깜짝 놀라게 해 주기 위해서 작은 정원을 꾸미기로 결심합니다. 당시 대학원생이었던 마샬은 100달러가 안 되는 가격에 살 수 있는 물건을 구입하고자 했고, 고민 끝에 ‘베이글(bagle)’을 선택했습니다.
마샬이 베이글을 정원의 요소로 사용한 이유는 비용이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으므로 누구나 심을 수 있고, 물을 줄 필요도 없으며, 그늘에서도 잘 자란다는 이유였습니다.
사진작가였던 마샬의 친구는 이 정원을 찍어 미국 조경가 협회(ASLA) 잡지에 사진을 보냈고, 이 사진은 1980년 1월호의 표지로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보수적인 디자인만이 사회에서 인정을 받았던 당시의 분위기에 베이글 가든은 파격적인 도전이자 조경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변화에는 시간이 필요하듯 모두가 이 프로젝트를 달가워했던 것은 아닙니다. 당시 미국의 조경과 건축계는 백인 남성 중심의 단체였고, 딱딱하고 정형적인 디자인만을 강조했습니다.
베이글 가든이 표지에 실리고 나자 조경을 농락한다고 비난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조경가 협회에 탄원서를 쓰거나 잡지 구독을 취소했고 편집자는 해고당했으며, 마샬은 자신을 증오하는 메일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안티가 있다면 팬도 있는 법이죠. 현대 예술이나 순수 미술을 갈망하던 사람들에게는 베이글 정원은 환상적이고 흥미로운 사건으로 인정받았습니다.
마샬은 베이글 정원을 통해 조경은 예술의 한 형태이며 현대적 담론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죠. 그리고 여전히 자신만의 관점으로 끊임없이 새롭고 독특하게 조경의 세계를 넓혀 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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