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단 한 명의 여성도 잃을 수 없다

페미사이드와 라틴아메리카의 페미니즘 운동

2022.07.19 | 조회 9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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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여성들

인류 역사를 통틀어 익명이었던 여성들 - 우리의 불만을 기록합니다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매일 같이 올라오는 여성 대상 강력범죄 기사들, 언제쯤 없어질까 싶은 요즘입니다. 최근 대학 내 강간 살해 사건으로 많은 분이 추모하고 슬퍼하고 계시고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 사회는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로 변한 게 있긴 한 걸까요. 

잊혀진 여성들 서른 번째 뉴스레터는 라틴아메리카의 페미니즘 운동, #NiUnaMenos(니 우나 메노스; 더 이상 단 한 명의 여성도 잃을 수 없다) 입니다. 한국에서도 동일 구호를 여성혐오 반대 시위에서 외쳤었죠.

더 이상 단 한 명의 여성도 잃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뉴스레터 시작하겠습니다.


© LatFem
© LatFem

남성에 의한 여성 살해는 너무나 만연해서 세상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냥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되곤 하죠. 여성 대상 범죄가 만연한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의 보호 아래 있어야 하는 존재가 되고 맙니다. 여권이 낮은 나라의 여아 조혼 풍습도 맥락을 공유하고요. 여성 대상 살인 사건의 기사에서는 이런 댓글을 볼 수 있습니다.

"내 여자친구(여동생, 엄마, 누나, 아내, 딸) 걱정된다."

가해자가 여성만을 노린다는 것을 남성들도 알고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도 이러한 여성 대상 범죄가 페미사이드 즉, 여성 혐오 살해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일부 남성뿐 아닌, 언론과 사회 전체가 그렇게 말하죠.

 

© Silvia Izquierdo/AP
© Silvia Izquierdo/AP

"나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성에 의해 살해되는 것을 페미사이드라는 새 용어로 부르기로 했다"

페미사이드(Femicide)는 1976년 미국의 여권 운동자인 다이애나 러셀(Diana H. Russell)이 만든 개념입니다. 이는 가부장제의 물리력을 드러내는 표현이자, 가장 극단적 형태의 여성 혐오를 일컫는 단어죠. 다이애나는 이 용어가 여성을 위한 투쟁을 하는 이들을 결집시키는 데에 도움이 되길 희망했고, 이후 사회운동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페미사이드에 맞서기 위해 단결했습니다. 

지난 40년 동안, 여성 혐오 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페미사이드는 전 세계적으로 지속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와 관련한 연구나 통계마저 미진한 상태고요. 한국 여성의 전화에서 친밀한 관계에서의 페미사이드가 2021년 기준 1.4일에 1명꼴로 발생한다는 통계 자료를 발표한 것을 제외하면 말입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의 첫  Ni Una Menos 행진 (2015년 6월) © AnitaAD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의 첫  Ni Una Menos 행진 (2015년 6월) © AnitaAD

Ni Una Menos 운동이 시작된 아르헨티나 역시 페미사이드로 많은 여성이 살해되고 있는 나라입니다. 대법원 여성 사무국에 따르면 32시간마다 1명의 여성이 살해당한다고 하죠. 2015년, 14살의 임신한 소녀가 남자친구에 의해 살해당하며 아르헨티나 여성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습니다. 소녀의 죽음 일주일 후, 수만 명의 아르헨티나 여성들이 시위를 위해 거리에 나섰습니다. 그들의 손에는 Ni Una Menos라는 피켓이 들려 있었고, 나이를 불문하고 모인 그들은 구조적 변화를 요구했습니다. 이 시위는 여성의 권리를 아르헨티나 사회 최우선의 과제로 만들었습니다.

Ni Una Menos 운동은 여성 살해 반대 시위이지만 동시에 성역할, 성희롱, 성별 임금 격차, 성적 대상화, 임신 중단 합법성 등과 같은 주제도 다루었습니다. 또한 2016년 10월에는 강간 살해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Ni Una Menos 운동을 통해 아르헨티나 최초의 대규모 여성 파업을 조직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검은 옷을 입고, 오후 1시간 동안 페미사이드로 목숨을 잃은 여성을 애도하였습니다. 

 

#NiUnaMenos © 인스타그램 캡쳐
#NiUnaMenos © 인스타그램 캡쳐

슬로건으로 시작한 Ni Una Menos 는 온라인에서 사용되는 유명 해시태그가 되었고, 아르헨티나뿐 아닌 라틴아메리카를 어우르는 지역적인 운동으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슬로건과 그에 담긴 의미는 널리 퍼졌고, 몇 년에 걸쳐 운동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브라질, 볼리비아, 칠레, 멕시코, 페루, 파라과이, 우르과이 그리고 엘 살바도르 등 높은 비율의 페미사이드로 고통받는 나라들에서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첫 시위가 있고 올해로 7년째 시위가 이어져 오고 있지만, 라틴아메리카는 여전히 여성에게 위험한 지역으로 손꼽힙니다. 투쟁을 계속해 나가야 함은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여성들의 분노와 단결을 통해 이루어낸 성과들이 있습니다.

가장 큰 성과는 페미사이드에 대한 사회적, 문화적 인식을 제고했다는 점이죠. 그저 일상처럼 여겨왔고, 원래 그런 것처럼 받아들여지던 것을 이제는 잘못되었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대법원 여성 사무국에서 페미사이드를 집계하기 시작하고 여성 대상 폭력 모니터링 센터를 설립하여 법률과 공공정책의 변화를 만들었습니다.

 

더 알아보기

  1. 페미사이드 왓치 (페미사이드 모니터링 플랫폼) : https://www.femicide-watch.org/
  2. [한겨레21] 남성이 여성보다 많이 살해됐는데요? 2021.12.22 기사 :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1372.html
  3. [한국여성의전화] 2021년 분노의 게이지 -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 분석 2022.03.07 : http://hotline.or.kr/board_statistics/73502

 

 © 강남역 살인 사건 피해자 추모 포스트잇
 © 강남역 살인 사건 피해자 추모 포스트잇

한국은 세계 제일 치안 국가라고 많이들 이야기합니다. 총기 소지가 불법이니까, 마약을 하는 인구가 적으니까, 카페에 짐만 놓고 자리를 비워도 훔쳐 가지 않으니까 등을 그 이유로 들곤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한국은 여성들이 친밀한 관계의 남성 또는 일면식 없는 남성에게 매일 폭력과 살해 위협을 당하고 있는 곳이죠. 

살인 피해자가 남성보다 여성이 많고 그 가해자는 남성이 대부분인 곳에서, 우리는 운 좋게 살아남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한국 사회에 말합니다. '더 이상 단 한 명의 여성도 잃을 수 없다'라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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