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여자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겨라, 밤의 마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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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여성들 스물세 번째 뉴스레터는 제2차 세계 대전의 숨은 주역, 밤의 마녀들 입니다.

'밤의 마녀들'이란 독일군이 공포에 사로잡혀 붙인 이름인데요. 이들은 오직 여성으로만 구성된 소련 공군 야간 폭격 연대로 열악한 환경에서도 혁혁한 공을 세워 전쟁 동안 소련 공군에서 가장 높은 훈장을 받은 부대입니다.

적군들을 밤새 두려움에 떨게 한 이들의 이야기, 지금 시작할게요.

제 2차 세계대전, 소련 조종사 마리나 라스코바(Marina Raskova) 대령은 러시아 전역의 여성들로부터 편지를 받았습니다. 편지에는 자신들도 전쟁에 참여하기를 원한다는 내용이 적혀있었죠.

당시 전쟁에서 여성들이 선두에 서지 못한 것에 불만을 가진 마리나 대령은 여성들이 전쟁에서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여성 비행사들만으로 구성된 전투비행 연대를 창설하였습니다. 그들이 따랐던 12계명의 첫 번째는 “당신이 여자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겨라" 였습니다.

1942년, 세계 최초로 조직된 여성 폭격기 연대는 586 전투 비행연대, 587 폭격기연대, 588 야간폭격기 연대로 구성되었습니다. 자원자들의 대부분은 17세에서 26세 사이의 학생이었고, 군인들이 이해하는 데 몇 년이 걸리는 훈련을 단기간의 훈련만 받고 바로 실전으로 투입되었습니다. 당연히 모든 비행사도, 지휘관도, 정비공도 모두 여성이었죠.

이들의 전투기는 목재 프레임 위에 캔버스 천을 덮어 만든 조악한 모습이었으나 대신 가볍고,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속도가 느린 단점 때문에 야간 폭격에 적합했고, 그들의 주된 목표는 독일군의 후방 기지나 창고를 습격하는 것이었습니다.

목표물에 가까이 다가갔을 때 엔진을 끄고, 미끄러지듯 지나가다 일시에 폭탄을 던졌습니다. 그사이에 가벼운 ‘슛' 소리가 나면 독일군은 예고 없는 폭격을 맞이했죠. 소리 없이 날아온 폭탄이 밤마다 머리 위로 던져지자 독일군은 공포에 떨며 그들을 ‘밤의 마녀들'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 별명을 알게 된 조종사들은 자랑스러워하며 연대를 지칭하는 이름으로 가져다 썼습니다.

그 이후 독일인들 사이에 소련에서 여자들에게 고양이처럼 밤에 눈을 밝혀주는 알약을 먹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대해 밤의 마녀들 중 한 명이자 852개의 미션을 비행하여 소련의 영웅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던 나데즈다 포포바(Nadezhda Popova)는 앨버트 악셀의 저서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우리는 똑똑했고, 교양있고, 매우 재능있는 소녀들이었다.’

혹한의 온도와 어두운 하늘 속에서 24,000회의 출격을 통해 총 23,000톤 이상의 폭탄을 투하한 전쟁의 숨은 주역인 그들의 비행은, 1945년 5월 4일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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