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 속 최고의 악인으로 손꼽히는 마녀, 메데이아

복수와 마법과 모성애

2022.11.08 | 조회 6.62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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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여성들

인류 역사를 통틀어 익명이었던 여성들 - 우리의 불만을 기록합니다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잊혀진 여성들 마흔 다섯 번째 뉴스레터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가장 잔인한 어머니로 묘사되는 메데이아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그는 그리스 신화 최고의 악인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팜므 파탈이라고 묘사되기도 하죠.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가졌길래 메데이아는 이런 수식어를 갖게 되었을까요?

이전 뉴스레터에서 다룬 메두사, 아르테미스, 아마조네스, 안드로메다 그리고 판도라에 보다 비교적 덜 알려져있지만, 그 메세지만큼은 앞선 신들만큼 인상적인 메데이아의 이야기, 지금 시작해수볼게요.


'메데이아'(1868), 프레데릭 샌디스ⓒ 버밍엄미술관
'메데이아'(1868), 프레데릭 샌디스ⓒ 버밍엄미술관

메데이아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영웅 이야기인 이아손의 모험에서 중심 인물로 등장합니다. 그는 하와(이브), 살로메, 메살리나, 그리고 클레오파트라와 함께 팜므 파탈의 전형으로 언급되곤 합니다. 팜므 파탈은 치명적인 매력으로 남자를 유혹해 죽음 또는 극단의 상황으로 치닫게 만드는 여성을 의미하는데요, 메데이아는 영웅 이아손을 파멸적 상황에 몰아 넣음으로써 팜므 파탈이라는 칭호를 얻었죠.

그는 왕위 탈환을 위해 황금 양피를 쟁취해야 하는 이아손이 방문한 콜키스의 공주였습니다. 메데이아는 이아손에게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메데이아가 사랑에 빠질 수 있었던 것은 이아손의 수호신인 헤라가 아프로디테에게 부탁해 에로스가 메데이아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때문에 메데이아는 자신의 나라 콜키스와 아버지를 배신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죽게 내버려두어야 하는 두 아픔을 두고 깊은 갈등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나 신의 눈속임이 더 강했습니다. 메데이아의 부친은 이아손이 황금양피를 가져가지 못하도록 매우 어려운 조건을 걸었는데, 사랑에 빠진 메데이아가 양피를 얻는 비법과 재료를 전부 이아손에게 쥐어준 것이죠.

메데이아의 부친은 메데이아가 이아손을 도운 것을 눈치채고, 이아손 일행을 몰살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메데이아는 이를 알아차리고 이아손과 황금양피를 가지고 도망가자고 합니다. 황금양피는 잠들지 않는 용의 옆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메데이아는 출중한 마법사였기에, 멀리서 주문을 외워 마법 향수를 용에게 뿌렸고 용은 눈을 감았습니다. 그렇게 황금양피를 손에 넣을 수 있었어요. 영웅이라고 불리는 이아손은 그저 메데이아가 일러주는 대로만 했는데 영웅이 된 것이죠.

‘황금 양털을 손에 넣는 이아손’(1742~1743), 장 프랑수아 드 트루아 ⓒ 런던내셔널갤러리
‘황금 양털을 손에 넣는 이아손’(1742~1743), 장 프랑수아 드 트루아 ⓒ 런던내셔널갤러리

메데이아와 이아손은 왕위를 탈환하기 위해 이올코스로 향했고, 둘은 결혼하여 아들 둘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황금 양피를 가져오면 왕위를 돌려주겠다고 말했던 이아손의 숙부는 황금 양피를 받고도 왕위를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이에 다시 메데이아가 나서게 됩니다. 이올코스의 왕위를 남편에게 돌려주기 위해, 남편의 숙부를 죽일 계획을 세우죠.

그는 젊음의 약물을 만들어 남편 숙부의 두 딸을 불러 놓고 늙은 양을 새끼 양으로 탈바꿈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늙은 양을 토막 내 솥에 넣고 젊음의 약물을 뿌려 새끼양이 나오는 시범이었죠. 그런 후 남편의 사촌들에게 늙은 부친을 젊게 해주고 싶으면, 부친을 토막낸 후 솥에 넣으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자신이 젊음의 약물을 뿌려 부친을 젊게 만들어주겠다 한거죠. 두 딸은 효성이 지극하였기에 부친을 젊게 만들기 위해 토막내고 솥에 넣었습니다. 그러나 메데이아는 젊음의 약물을 뿌려주지 않았고, 결국 남편의 숙부는 죽게 됩니다. 왕위를 욕망하는 그리스 신화 영웅인 이아손은 '악녀' 메데이아의 활약으로 왕위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이죠. 황금 양피에 이어 다시 한 번 말입니다.

메데이아는 남편이 왕위를 돌려받을거라 예상했으나, 왕위는 솥에서 죽은 왕의 아들에게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이아손은 겁을 잔뜩 먹고 가족을 데리고 이웃나라인 코린토스로 망명하였습니다. 그 나라엔 왕자가 없었고, 왕이 이아손을 자신의 후계자로 삼으며 자신의 딸을 아내로 삼으라 했습니다. 그리고 메데이아와 아이들은 코린토스에서 추방하였죠. 이아손은 권력에 눈이 멀어 자신의 자식과 아내가 추방당하는 상황에 동조를 하며 아내를 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에 대한 사랑으로 자신의 조국과 가족을 등지고 사람을 살해하기까지 한 메데이아는 절망했습니다.

‘메데이아에게 아버지의 회춘을 부탁하는 펠리아스의 딸들’(18C 후반), 샤를 에두아르 쉐즈 ⓒ 랭스미술관
‘메데이아에게 아버지의 회춘을 부탁하는 펠리아스의 딸들’(18C 후반), 샤를 에두아르 쉐즈 ⓒ 랭스미술관

메데이아는 자신을 배신한 남편에게 복수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을 택합니다. 남편을 죽이는 것보다 그를 둘러싼 가족들을 죽이는 것이 남편을 평생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라 판단한 것이죠. 그는 남편의 새 아내를 독살하고 코린토스 궁전에 방화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두 아들까지도 살해합니다. 이는 오이디푸스의 부친 살해와 견주어 가부장제의 모성 이데올로기를 전복시켰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특히 그리스라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자식 없이 죽는 것은 가문의 수치였는데, 메데이아가 두 아들을 죽임으로써 이아손은 가장 비참한 존재로 전락하였죠. 그렇기에 메데이아의 복수는 완벽한 복수로 불립니다.

지금까지 메데이아는 그리스 로마 비극에서 가장 악랄한 여성으로 언급됩니다. 자신의 나라와 부모 그리고 형제를 버린 것에 더해 자식까지 살해한 여성은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이 이야기는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에 나오는 이야기일 뿐입니다. 더 오래 된 기록 속에서는 메데이아의 자식들이 코린토스 사람들에게 살해 된 것으로 나타나죠. 메데이아 두 아들의 죽음에 대해서는 여러 변주가 있지만,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에서 묘사 된 자식 살해가 가장 파격적이었기에 가장 유명하게 되었다고도 합니다.

‘격노한 메데이아’(1838) 외젠 들라크루아 ⓒ 릴미술관
‘격노한 메데이아’(1838) 외젠 들라크루아 ⓒ 릴미술관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 이전 기록에서 메데이아는 여신, 사제 그리고 치료사로 묘사됩니다. 심지어 의학(Medicine)이라는 단어가 메데이아(Medeia)에서 유래되었다고도 하죠. 호메로스의 오딧세이아에 등장하는 유명한 마법사 키르케는 메데이아의 고모이며, 메데이아를 단순히 마법에 능한 인간이 아닌, 여신이자 여왕이고 콜키스의 주인이라 표현한 기록도 있습니다.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에서도 그가 누구보다도 탁월한 지혜를 가졌고, 모든 남성이 두려움과 경외심을 느꼈다고 표현됩니다. 

그리스 고대 기록에서 메데이아가 신적인 존재로 묘사되고 에우리피데스의 작품에서도 여전히 그러한 묘사가 남아있는 걸 보았을 때, '최고의 악녀 메데이아'라는 이미지는 후대에 가부장적 세계관이 덧입혀져 만들어진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1970년대 이후 페미니즘 운동의 영향으로, 메데이아 이야기는 당시 사회가 모계에서 부계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생긴 왜곡이고 메데이아가 가부장제의 희생양이라 말하는 이들이 생겨났습니다. 메데이아가 가족을 등지고 가족을 살해하도록 한 건 그 자신이 아닌 외부적인 정황이었다는 것이죠.

여러분에겐 어떻게 보이시나요?

메데이아가 그리스 로마 신화 속에서 가장 악랄한 인물로 보이시나요? 

금색 마차 위의 메데이아(1887), Germán Hernández Amores ⓒ 위키미디어
금색 마차 위의 메데이아(1887), Germán Hernández Amores ⓒ 위키미디어

새로운 관습과 규범 속으로 뛰어들게 된 여자는 집에서 배운 적이 없으니, 어떻게 해야 남편을 가장 잘 다룰 수 있을 것인지 예언자가 되지 않으면 안 돼요.
우리가 그런 일을 잘 해내어 남편이 우리와 함께 살며 싫은 기색 없이 결혼의 멍에를 짊어져 준다면 행복한 인생이라고들 하지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죽는 편이 더 나아요.
그리고 남자는 집안에서의 생활에 싫증이 나면 밖에 나가 친구나 같은 또래와 어울려울적한 마음을 풀곤 하지요. 그러나 우리는 한 사람만 쳐다보고 있어야 해요.
그들은 말하죠, 우리는 집에서 안전하게 살고 있지만 자기들은 창을 들고 싸운다고.
바보 같으니라고!
나는 한 번 아이를 낳느니 차라리 세 번 싸움터로 뛰어들고 싶어요.

에우리피데스 메데이아 중 일부 - 메데이아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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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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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토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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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months 전

    메데이아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좋은 칼럼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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